[3] 미얀마, 잊혀진 전쟁

by 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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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2022. 2월~)과 달리 더 오래 이어지고 있는 미얀마 내전(2011. 5월~)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점 지워지고 있다. 미국의 최근 국가안보전략서(NSS)에서도 미얀마는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잠재적 여파는 결코 작지 않다.


미얀마는 중국과 인도를 연결하는 요충지다. 이곳이 열려 있으면 중국은 말라카 해협을 거치지 않고 인도양으로 나갈 수 있다. 그래서 중국은 미얀마를 ‘친중’으로 돌리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었다. 아웅 산 수치의 집권에 서방이 열광한 것도 단순히 민주주의의 확산 때문만은 아니었다. 미얀마가 친서방으로 방향을 틀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웅 산 수치는 제대로 뭘 해볼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수십 년간 미얀마를 실질적으로 통치해 온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갈취했기 때문이다.


미얀마는 대통령이나 총리가 아니라 군 최고사령관이 실세다. 국회의원 25%를 군이 지명하는 사실상 현대판 막부 체제가 미얀마의 현실이다. 아웅 산 수치가 민군 통제를 위한 개헌을 노리자, 군은 그녀가 당선된 선거가 부정선거였다는 명분을 내세워 정부를 전복시켰다.


하지만 군이 간과한 점이 있었다. 미얀마 국민들의 군에 대한 반감이 생각 이상으로 컸다는 것이다. 예상과 달리 반쿠데타 세력의 반발은 거셌고 내전은 4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다. 어느 한쪽도 우위를 점하지 못한 채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지면서 온 나라가 폐허가 됐다. 4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했고 혼란을 틈타 국제 범죄 조직들이 미얀마로 몰려와 둥지를 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아편 수출국이 된 불명예는 덤이다.


지난 12월 28일, 군부는 정권을 민간에 돌려주겠다며 5년 만의 총선을 열었다. 하지만 일거수일투족을 군부가 감독하고 있기 때문에 그저 쇼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미 군부는 “이 선거는 미얀마 국민을 위한 것이지 외국의 인정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밑밥을 깔고 있다.

선거가 끝나면 군부가 조종하는 신정부가 들어서고 이를 명분으로 국제사회 복귀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서방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중국과 러시아는 환영하는 입장을 보이면서 미얀마의 레드팀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게 전부라면 그저 레드팀 진영에 멤버가 하나 더 늘어나는 데 그치겠지만, 실상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우선 미얀마 군 내부의 결속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이 지지부진해지자 고위 장성들 사이에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총사령관 아웅 흘라잉은 쿠데타 이후 150명이 넘는 고위 장교를 숙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쩌면 군부 내부의 갈등이 겉으로 표출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반쿠데타 세력에게 군을 대신할 만한 통치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반쿠데타 세력은 통합을 추구하는 민주주의 세력부터 분리 독립을 노리는 소수민족 무장 부대들까지 다양한 진영이 난립해 있다. 이념적 스펙트럼도 자유주의부터 친중 권위주의까지 폭넓다. 지금은 잠시 협력하고 있을 뿐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연합이며, 설령 승리하더라도 새로운 내전의 시작에 불과할 가능성도 있다.


사실 미얀마는 예전부터 소수민족 갈등이 매우 심한 나라다. 식민 통치를 했던 영국이 버마족을 지배하기 위해 소수민족들을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인구의 30%에 달하는 소수민족들은 여전히 미얀마 사회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고, 특히 무슬림인 로힝야족은 ‘학살’이라는 표현이 쓰일 만큼 심각한 탄압을 받아 왔다. 미얀마에 거주하는 로힝야족은 100만 명이 넘는데 내전이 벌어지기 훨씬 이전부터 체계적인 국가 폭력에 노출돼 있었다.


주변국들이 어떻게 나올지도 변수다. 미얀마는 집안싸움을 조용히 해결하기에는 지나치게 민감한 곳에 위치해 있다.


우선 태국은 쏟아져 들어오는 미얀마 난민 문제로 불만이 크다. 지난해 말에는 미얀마 군과 반군의 교전 중 포탄이 태국 영토에 떨어지자 즉각 무력 대응에 나섰다. 그동안 태국은 미얀마 문제에 대해 철저히 선을 긋는 태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캄보디아와의 갈등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정치적으로도 극도로 불안정한 시기를 겪고 있는 태국이 앞으로도 같은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중국 역시 변수다. 중국은 그동안 내정 간섭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반군이 선전하자, 군부에 무기를 지원하고 반군의 물자 보급로를 차단하는 등 점차 개입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리고 인도가 있다. 인도 입장에서 미얀마가 중국 쪽으로 완전히 기우는 것은 부담이다. 자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도·미얀마·태국 3국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프로젝트를 제안하기도 했다(미얀마 내전으로 지연 중이다). 그러나 최근 난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접경 지역의 치안이 악화되고, 인도의 분리주의 세력들이 미얀마를 거점으로 세력을 키우고 있어 계산이 더욱 복잡해졌다.


미얀마 내전이 지금과 같은 양강 구도로 계속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한 주변국들이 미얀마의 내부 문제로만 치부하며 방치할 거라고 보기도 어렵다. 전쟁의 양상이 어느 한쪽으로 확실히 기울기 시작하면 지금의 판도가 바뀔 것으로 보이며 왠지 그 변화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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