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아마게돈으로 가는 길

대만과 중국

by 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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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마게돈으로 가는 길>


대만은 반도체 생산의 중심지이자 국제 해운무역의 절반이 지나가는 곳이다. 만약 대만에서 돌발 상황이 벌어진다면 전세계의 무역거래와 디지털 인프라가 통째로 흔들릴 것이다. AI 반도체 부족? 그건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


게다가 대만 문제에는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얽혀 있다. 만일 전쟁이 난다면, 세계는 중국과의 절교를 감당할 수 있을까? 러시아와의 이별이 불편했다면 중국과의 이별은 살점을 찢어내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것이다. 뜯겨진 상처가 아무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짐작도 안된다.


이별이 고통스러운 건 중국도 마찬가지. 한 조사에 따르면 서방이 러시아에 준하는 제재를 가하면 중국 GDP의 30%가 증발할 것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아마게돈’, 현대문명의 존속이 흔들리는 수준이다.


대만의 지리적 조건은 취약하다. 이 작고 척박한 섬은 식량과 에너지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며 GDP의 수출 비중이 70% 이상이다.


하지만 누군가 대만 땅에 발을 들여놓으려고 마음을 먹는 순간 대만의 약점은 강점으로 변한다. 상륙할 수 있는 곳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점령군은 동선이 완전히 노출된 상태로 대만이 쏟아붓는 공격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한다. 대만과의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중국은 ‘병력이 10배가 넘지 않으면 공성전을 시도하지 말라’고 경고한 손자병법의 가르침을 떠올렸을 것이다. 대만은 바다 위에 떠있는 철옹성이다. 아무리 중국이 강해도 대만이라는 고슴도치를 밟는 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이에 중국은 장기전을 택했다. 무력시위와 경제적 압박으로 대만을 지치게 하고, 사이버 어택과 친중 세력 후원으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한편, ‘하나의 중국’ 외교로 국제무대에서 고립시키려 했다. 그러나 중국의 전략은 대만의 투지를 오히려 키우고 있다. 더 이상 두 나라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


중국은 왜 대만에 집착하는 걸까?


반도체로 중국의 행동을 정당화하기엔 부족하다. 대만은 반도체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플레이어지만 미국, 일본, 네덜란드와 단절된 상태로도 지금처럼 자체발광 할 수 있을까? 게다가 대만은 최악의 상황이 되면 반도체 인프라를 스스로 파괴하겠다는 입장을 은연 중에 밝혀왔다. ‘어차피 못 먹는 감, 남도 먹지 못하게 찔러 라도 보겠다’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대만을 온전히 흡수하는 게 가능할까? 이미 종속된 상태였던 홍콩을 붉은색으로 새롭게 칠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부유하고 활력 넘치는 대만은 그들의 독특한 역사와 환경이 결합된 결과다. 중국을 베이스로 일본을 한 술 섞은 뒤, 섬나라 특유의 유쾌함과 이름없는 국가로 보낸 세월을 겪으며 쌓인 처절함을 양념으로 곁들인 이 독특한 나라를 억지로 편입시키면 그건 더 이상 우리가 알고 있는 대만이 아니다. 1 더하기 1이 2가 아니라 4가 되기도 하지만 잘못하면 0이나 -4가 될 수도 있는 게 인수합병이다.


중국도 이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대만을 향한 집착을 내려놓지 못하는 건 기저에 깔려 있는 게 단순히 팽창주의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은 고도성장의 후유증으로 다양한 갈등 요소를 안고 있으며, 이 모든 걸 ‘하나의 중국’이라는 슬로건으로 무마해왔다. 이제 와서 80년 가까이 일관되게 강조해 온 레토릭을 내려놓는 건 불가능하다. 중국의 그 누구도, 심지어 넘버1조차도, 앞으로 대만 문제에 신경 쓰지 말자고 주장하는 순간 정치적 사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비록 성격은 다르지만, 우리도 함부로 왈가왈부하면 큰일나는 섬이 있기 때문에 그 후폭풍이 어떨지 짐작하는 게 어렵지 않다).


게다가 대만은 존재 자체가 중국에게 부담이다. 중국 해안선과의 거리가 100km 남짓에 불과해 중국의 무역 루트와 경제구역을 손바닥처럼 내려다볼 수 있다. 대만이 안정적인 직선제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도 불편함을 더한다. 서양식 제도가 중국 문화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살아있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대만이라는 카드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많다.


대만은 태생적 한계 때문에 미국 의존도가 높다. 대만은 미국 에너지와 방위산업체들의 큰 고객이다. 미국이 우방들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마다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하는 것도 대만이다.


미국은 대만을 지지하는 뉘앙스의 발언 몇 마디만으로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 협상할 때 상대의 ‘발작’ 포인트를 알고 있으면 시작부터 반쯤 이기고 들어가기 마련이다. ‘예측’이 된다는 건 치명적인 약점이다.


대만 문제로 아시아의 우방들이 단결하는 효과도 있다. 대만이 무너지면 한국, 일본, 필리핀, 나아가 호주와 인도네시아까지 하나같이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순망치한, 미중 사이에서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나라들은 물론 ‘친중’으로 분류되는 나라들조차 예외 없이 현상 유지를 원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유럽을 바꾸어 놓았듯 중국의 대만 침공은 아-태 지역의 나라들에게 결단을 강요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으로 대만이 무너지면 중국이 태평양에 무혈입성 할 거라는 우려는 성급하게 느껴진다. 아-태 지역의 그 어떤 나라도 중국에게 바다를 통째로 내어 주길 원치 않는다. 대만이 태평양을 향하는 대문일지는 모르나, 기껏 대문을 따고 들어가도 굳게 잠긴 방문들에 둘러 쌓여 거실에 감금된 꼴이 될지도 모른다.


결론, 대만을 둘러싼 돌발상황은 중국을 포함한 이 지역 모두에게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가 ‘2027년까지 대만을 점령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할 것’을 군에게 지시했다는 이야기가 떠돈다. 언제나 그렇듯 출처는 불분명하다. 중국은 기다 아니다 말이 없는데, 예측가능한 위기는 위기가 아니라는 말이 옳다면 2027년에 일이 벌어지길 바라는 건 중국이 아닐지도 모른다.


선악과는 탐스러워 보이지만 따는 순간 열매와 따먹은 자 모두 생명을 잃게 된다. 원래 적을 이기지 못한 건 나 때문이고, 내가 이긴 건 적 때문인 법이다. 현재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상책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적의 실수를 기다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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