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에덴동산, 지옥이 되다

by 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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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은 소득이 천불이 되지 않는 극빈국이다. 중개무역의 중심지로 번창했던 과거가 믿기지 않을 지경. 게다가 여러 무력세력들의 갈등이 복잡하게 꼬여 있어 도대체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이곳이 과거 에덴 동산이 있었던 곳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어 그 비참함이 더욱 가혹하게 여겨진다.

현재 예멘의 주도권을 놓고 다투고 있는 주요 세력들은 다음과 같다.

예멘 정부: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새워진 공식 정부를 계승한 세력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인접국 대부분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대부분이 공식정부로 인정하는 세력이다. 하지만 부정부패와 독선 때문에 인기가 없었고, 그 결과 후티 반군의 공격 앞에 수세에 몰리게 되었다. 2022년에 분리주의 세력(남부과도위원회)과 동맹을 맺음으로써 균형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필요로 인한 동맹은 오래 가지 못했고, 최근 남부과도위원회와 적대적 관계로 돌아서면서 위기에 놓여있다.

남부과도위원회: 영어로는 Southern Transitional Council (줄여서 STC). 예멘은 오스만 제국의 영토였는데, 오스만의 세력이 기울자 영국이 그 일부를 빼앗으면서 둘로 나뉘게 되었다. 이후 둘은 각각 다른 나라,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북예멘과 사회주의 남예멘으로 이어지게 되었는데, 그래도 하나였던 기억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어서 1990년에 통일을 이루었다 (독일도 같은 해에 통일). 하지만 준비 없이 이루어진 통일이었기 때문에 두번이나 내전을 치르면서 갈등이 격해졌다. STC는 남부의 분리독립을 바라는 입장이며, 후티 반군에게 대항하기 위해 예멘 정부와 잠시 힘을 합쳤지만 최근 동맹을 깨고 자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후티 반군: 시아파 성향의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다. 이란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식으로 러시아와 가깝다. 반면 미국, 이스라엘에게는 매우 적대적. 만일 사우디가 나서지 않았다면 예멘 전체를 장악했을지도 모른다. 현재는 예멘 땅의 약 30%를 점유하고 있다.

알카에다: 세력이 위축된 알카에다는 예멘을 새로운 숙주로 삼길 원한다. 앞서 설명한 모든 세력들과 적대적인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버티고 있는 중이다.

중요 세력만 언급해도 이정도다. 이 외에도 무시할 수 없는 무력을 가지고 독자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진영이 한둘이 아니다. 지난 10년 간 예멘은 제대로 된 정부가 없는 군벌들의 세상이나 다름없었다. 3천만 명에 달하는 인구의 대부분이 굶주림, 전염병, 폭력으로 인해 죽음의 위기 앞에 놓여있다.

예멘은 전세계의 급소에 해당하는 곳 중 하나다.

만일 이곳을 후티 반군이 장악하게 되면 그 여파는 치명적이다. 지금도 이들은 ‘이스라엘 응징’과 같은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습격하길 서슴지 않고 있다. 이들이 홍해를 마음대로 열고 잠글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석유 공급, 나아가 전세계 경제에 재앙이다.

하지만 반대측 진영이 심하게 분열되어 있어 후티 반군을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 북예멘과 남예멘의 분열에 그치지 않고, 이들의 가장 큰 지지세력인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도 미묘하게 입장이 다르다. 예멘을 안정된 (그리고 이란의 영향을 받지 않는) 나라로 재건해야 한다는 뜻은 같지만 이를 위해 예멘의 통일이 반드시 필요한지, 아니면 어떻게 든 해상 루트의 안전만 보장되면 되는 것인지를 놓고 온도차가 존재하는 것.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가 승기를 잡더라도 해피엔딩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더 우려되는 건 어느 쪽도 우위에 서지 못한 체 서로 죽고 죽이는 생지옥이 계속 이어지는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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