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여 년 동안 다보스포럼은 글로벌 엘리트들의 담론과 시대정신을 가리키는 나침반으로 주목받았다. 다보스는 정치인들과 기업가들, 사회운동가들과 사상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본주의의 미래를 논의하는 권위있는 자리였다. 하지만 오늘날 다보스포럼은 창립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에 놓여있다.
2025년 8월, 일명 ‘미스터 다보스’로 불려온 Klaus Schwab과 그의 가족이 업무 추진비 남용 등 각종 불미스러운 의혹으로 인해 내부 조사를 받았다. 형사상 불법 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으나, 그동안 다보스포럼이 사적 이익과 공적 판단의 경계가 불분명한 구조로 운영되어온 게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Schwab은 54년의 임기를 뒤로 하고 물러섰지만 그가 남긴 법적 분쟁과 내부 갈등은 여전히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런 판국에 이사회가 구체적인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포럼을 둘러싼 위기는 단지 내부 스캔들이 아니다. 포럼의 토대를 이루어 온 세계질서, 즉 자유시장, 다자주의, 엘리트주의, 무엇보다도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을 믿었던 탈냉전 세계화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대신 그 빈자리를 관세, 패권경쟁, 엘리트에 대한 불신이 채우고 있는 중이다.
과거에 다보스포럼은 중요한 국제문제들이 다루어 지는 외교 무대이기도 했다. 다보스는 2008 금융위기, 4차 산업혁명, 코로나, 기후문제를 위해 국제사회가 힘과 지혜를 모았던 곳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뮌헨, 두바이, 리야드, 베이징이 다보스의 역할을 가져가고 있다. 스위스에 온세계가 모여 하나의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2026 다보스포럼이 1주일 뒤로 다가왔다. 이번 행사의 성공 여부에 따라 포럼이 의미 있는 플랫폼으로 남을지, 아니면 돌이킬 수 없는 쇠락의 길로 접어들지가 정해질 것이다.
주최 측도 이러한 위기감 탓인지 평소보다 더 섭외에 적극적인 분위기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미국도 대규모 사절단을 파견할 예정이며 트럼프 대통령도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연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미지수이지만, 그래도 미국이 자리를 채우는 것만으로도 포럼의 존재감에 무게를 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다보스포럼을 지배했던 이상적인 담론 대신 당장 우리가 직면한 안건들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말해 미-중 경쟁, 공급망 회복, AI를 둘러싼 규제 문제, 안보협력 같은 현실적인 주제들이 포럼을 채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아무리 다보스 2026이 성공적으로 치러진다 해도 그 근본적인 위기가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과연 다보스포럼에서 ‘얼음의 섬’을 둘러싼 문제가 다뤄질 수 있을까? 주최측에게 과연 그만한 힘과 결기가 남아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