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해라, 두바이

by 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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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해라, 두바이>


요즘 ‘두바이’ 열풍이 뜨겁다. 이른바 ‘두쫀쿠’가 화제가 되자마자 시장에는 순식간에 ‘두바이 ○○’라는 이름을 붙인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유행에 민감한 한국 특유의 기민함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얄팍함이다.


‘두바이’를 차용한 상품 중 대부분은 실제 두바이와 아무런 연관이 없고 서로 어울리지도 않는다. 두바이가 상징하는 이국적이고 화려한 이미지와도 연결되지 않고 겉돈다. 그럼에도 이름만 붙이면 유행에 편승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넘쳐난다. 하지만 아무런 맥락 없이 두바이를 끼얹어 봤자 시너지는 발생하지 않는다. 남는 것은 기괴한 혼종뿐이다.


길거리 향수를 자극하는 붕어빵은 소박함과 가성비, 계절성이라는 분명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 반면 두바이는 화려함과 과시적 소비, 뜨거운 여름의 이미지를 품고 있다. 이 둘을 결합했을 때 소비자가 느끼는 감정은 신선함이 아니라 인지적 부조화에 가깝다. 기능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두바이’를 구현한다며 피스타치오를 넣는 순간 붕어빵의 장점이던 합리적 가격과 간편함이 무너진다


와플은 어떤가? 와플의 강점은 달콤함과 바삭함이다. 그런데 여기에 ‘두바이’를 더하면 기존의 요소가 지나치게 과장되는 결과에 그친다. 이미 ‘달고 바삭한 디저트’라는 포지셔닝이 견고한 상황에서, 단지 이국적 이미지를 기대하며 원가 상승을 감수하는 건 위험한 선택이다.


스타벅스의 선택도 딱히 좋아 보이지 않는다. 스타벅스는 오랜 시간에 걸쳐 일관되고 표준화된 경험을 구축해왔다. 이런 브랜드가 갑작스레 두바이 색깔을 강조한 화제성 상품을 내놓는다면 단기적 주목은 얻을 수 있겠지만 그것이 스타벅스의 세계관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어렵다. 이미 포지션이 확고한 사업일수록 외부 트렌드에 무분별하게 편승할 경우 정체성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 당장은 관심을 끌 수 있겠지만 지속적 수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유행을 받아들일 때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핏(Fit)’이다. 유행과 기존 사업이 논리적으로, 그리고 감성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가 중요하다. 두바이 열풍이 부럽다면 최소한 다음 질문들에 대한 고민이 우선되어야 한다.

첫째, 우리 제품은 두바이가 상징하는 화려함과 프리미엄을 지향하는가?


둘째, 고객은 두바이의 이미지를 입히는 과정에서 상승한 가격을 기꺼이 감수할 것인가?


셋째, 단순한 이미지 차용을 넘어 제품 차원에서 기능적 보완이나 실질적 차별화가 가능한가?


넷째, 이 유행의 수명은 얼마나 되는가? 일회성 이벤트인가, 장기 전략에 편입할 요소인가?


이에 대한 명쾌한 성찰 없이 “요즘 두바이가 뜬다더라”는 이유로 무작정 따라가면 유행의 고점을 붙잡았다가 호구가 되기 십상이다.


우리는 종종 ‘인사이드 아웃’의 함정에 빠진다 (영화 제목이 아니다). 나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즉 자기 아이디어에 몰두하면 십중팔구 망한다. 내 아이디어, 내 제품이 이렇게 뛰어난데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야속해 해봤자 소용없다. 누구 말대로 손님이 짜다고 하면 그 국은 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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