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애 공주, 여왕이 될 수 있을까

by 셔니
photo_2026-03-01_11-38-37.jpg

<김정애 공주, 여왕이 될 수 있을까>


북한이 딸 김정애를 후계로 세울 거라는 관측을 이젠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사진은 북한이 공개한 9차 당대회 열병식 모습이다. 서는 자리, 옷 색깔까지 하나하나 정교하게 설계되는 이런 자리에 김정애를 마치 진주인공처럼 그려낸 건 그 의미가 크다.


2013년생으로 알려진 김주애는 2022년 11월, 화성-17형 발사 현장에서 처음으로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화성-18형 발사, 만리경-1호 발사, 그리고 이번엔 당의 단결을 상징하는 당대회 열병식에 이르기까지 군대와 핵전력을 최고지도자와 공유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는 체제의 상속자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무대였다. 이쯤이면 이미 북한은 “후계 수업”이 아닌 “후계 내정 단계”로 넘어갔다고 봐야 한다.


근데 과연 가부장적인 북한이 어린 여성 지도자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직 40대 초반에 불과한 김정은은 왜 이처럼 서둘러 딸을 부각시키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걸까?


곧 무너질 거란 주변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진 3대 세습은 북한 체제의 견고함을 입증했다. 외부 제재와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붕괴하지 않은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권력의 핵심은 이념이 아니라 조직화된 강제력이다. 북한은 당, 군, 종보기관이 촘촘히 얽힌 감시 체제를 유지해 왔다. 북한은 체제 불만이 존재하더라도 집단적 행동으로 전환되기 어려운 환경이다.


둘째, 대외환경도 북한에게 유리하다. 최근 국제정세가 급변하면서 북한의 대 중국, 대 러시아 협상력이 높아지는 추세다. 반면 미국은 북한 문제에 갈수록 소극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세계의 시선도 북한이 아닌 대만에 쏠려 있다. 북한을 흔들려는 외세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셋째, 지배계급의 강력한 결속이다. 설령 내부적으로 불만이 있더라도 북한의 엘리트들은 체제가 유지되어야 특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데에서 이해관계가 같다. 아직 북한에는 체제의 붕괴나 개선을 바라는 엘리트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잠재적 대안세력이 존재하는 베네수엘라나 이란과는 상황이 다르다.


결국 북한에게 있어서 가장 가능성이 높고 치명적인 위기상황은 예상치 못한 리더십 공백이다. 개인독재 체제에서 권력은 제도가 아닌 독재자 개인에게 집중된다. 아무리 견고해 보이는 체제도 지도자 사후에 생긴 찰나의 공백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곤 한다.


김정은이 이토록 서둘러 딸을 전면에 내세우는 건 바로 이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조기 포석일 것으로 보인다. 모호한 후계구도는 욕심과 경쟁, 그리고 결국은 분열을 낳는다. 김정은은 일찌감치 미래 권력을 명확히 함으로서 분열을 미연에 방지하고 싶을 것이다.

photo_2026-03-01_11-38-50.jpg

어쩌면 어린 여성이라는 점도 큰 약점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미 김정은 본인이 형들을 제치고 후계자가 됨으로써 장자 승계 원칙이 깨졌다. 남자만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불문율도 생각처럼 견고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여성 지도자의 등장이 북한 정권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동안 북한은 원로들 때문에 고위직의 고인 물 현상이 심했다. 하지만 권력도 ‘나이가 들면 죽는다’는 자연의 섭리를 피할 순 없다. 결국은 ‘장마당 세대’로 세대교체가 불가피한데 이들에겐 ‘젊음’과 ‘여성’이란 이미지가 장점으로 받아들여질지 수도 있다. 어차피 북한은 지도자를 ‘신격화’하는 수완이 뛰어난 나라다. 그녀를 새시대의 상징으로 연출하는 것 정도야 쉬운 일이다.


일각에서는 ‘김여정’이 좀더 현실적인 선택지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그녀는 2015년 당 부부장 직함을 얻은 이후 오빠를 밀착 보좌하며 존재감을 쌓아왔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한계일 수 있다. 김여정은 이미 독자적 정치 기반을 갖춘 성인 권력자다. 만약 후계자로 지명된다면 내부적인 당파 교체가 불가피하다. 이는 다시 말해 지배계급 내부의 충돌을 피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삼남인 김정은의 집권은 김정남과 장성택의 제거로 이어졌다. 반면 김주애는 아직 어려 정치적 기반이 전무하다. 이는 김정은의 친위세력 입장에서 ‘김여정’보다 ‘김지애’ 쪽이 훨씬 안전하고 예측가능한 선택이란 뜻이다.


결론. 북한 체제의 존속 여부는 ‘후계자가 누구냐’가 아니라 ‘후계 구도가 확실하냐’에 달렸다. 세습 체제는 후계 구도가 공백일 때 가장 취약하다. 후계자의 나이나 성별, 능력은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북한에게 준비된 후계자와 미래 로드맵이 존재한다는 걸 권력 엘리트들과 주민들에게 일찌감치 알리는 것(세뇌하는 것)이다.

photo_2026-03-01_13-20-20.jpg


작가의 이전글그만해라, 두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