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은 반드시 나쁜가>
미 상원에서 검토 중인 NASA 재인가 법안에서 논란이 된 조항이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조항은 특정 기업이 NASA의 발사 물량 중 50% 이상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초안을 지지한 인사들은 이 규정을 경쟁 촉진을 위한 필수적인 장치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나를 포함해) 이 조항이 사실상 특정 기업, 즉 SpaceX를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현재 NASA의 발사 서비스 시장에서 SpaceX가 가히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궁금해할 분들을 위해 짚고 넘어가자면, NASA 계약이 SpaceX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다. 머스크에 따르면 2026년 기준 NASA 계약은 회사 매출의 10% 미만이며 대부분의 수익은 Starlink에서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이 지닌 함의는 크다. 이는 미국 의회가 인위적인 시장 개입보다 시장 중심적 접근을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록 NASA 사업의 비중이 작다고 하지만 같은 철학이 다른 사업, 즉 군용 위성망 구축 등으로 확산될 경우 그 여파가 상당했을 것이다. 중요한 건 개별 정책이 아니라 방향성이다.
현재 NASA가 이용할 수 있는 유인 수송 수단은 사실상 SpaceX가 유일하다. 만약 50% 제한 규정이 실제로 입법되었다면 NASA는 매우 난처한 상황에 놓였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이들이 해당 조항을 놓고 기술적 경쟁을 촉진하기보다는 ‘독점은 곧 악’이라는 믿음(또는 머스크에 대한 반감)이 낳은 비현실적, 징벌적 규제라고 비판했다.
반면 규정을 지지한 인물들도 있었다. 전 NASA 국장인 짐 브라이든스타인(Jim Bridenstine)이 그중 하나다. 그는 현재 ULA의 대관 활동을 담당하고 있으며, NASA가 특정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아야 미국 우주 산업의 기반이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SpaceX의 시장점유율에 법적 제약이 가해질 경우 ULA가 최대의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점을 모르는 이는 없다.
하지만 이 조항은 최종 법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앞서 2026년 2월에 미국 하원은 업체 점유율에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바 있다. 하원은 인위적인 조정이 아닌 NASA의 선택권 보장에 손을 들어주었다. ‘독점 방지’보다 ‘자유 경쟁’을 우선시한 이러한 기조는 수송뿐 아니라 심우주 탐사, 우주정거장 상용화 등 우주개발 전 분야에 걸쳐 일관되게 적용되었다.
이러한 하원의 결정에 이어 상원에서 해당 조항이 삭제된 것은 SpaceX의 과도한 독점을 용인하는 조치가 사실상 기정사실화된 것을 뜻한다.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된다면 NASA는 인위적인 제한 없이 민간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가장 신뢰할 수 있고 혁신에 적극적이며 심지어 가격까지 싼 업체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해서라도 독점 구도를 타파하는 게 옳은 걸까? 제한 조항을 지지한 사람들은 한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억제해야 경쟁이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하는 측은 경쟁은 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즉, 존재하지도 않는 경쟁자를 규제의 힘으로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건 바람직하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다양한 옵션이 존재하는 건 좋은 일이다. 플랜 B가 있으면 긴급 상황이 벌어졌을 때 대처할 수 있다. 또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경쟁은 그 과정에서 다양한 기술적 또는 사업적 모델의 등장을 촉진하는 효과를 낳는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다양성이 규제만으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우주 기술은 축적하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제2, 제3의 플레이어를 키우려면 능력이 입증되지 않은 기업에게 국세를 낭비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낭비도 큰 그림에서는 미래를 위한 투자에 속한다. 그러나 자칫하면 기업에게 성과와 관계없이 계속 돈이 들어올 것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우려가 있다. 최악의 경우 눈먼 돈을 노린 도둑들이 우글거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무작정 생태계를 적자생존 원칙에 맡겨놓는 것도 부작용이 있긴 마찬가지다. 과거 Boeing과 NASA의 관계가 그랬던 것처럼, 특정 기업이 정부와 지나치게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면 경직되고 나태해지는 걸 피하기 어렵다. Boeing이 걸었던 길을 SpaceX가 따라 걷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결론, 세상에 완벽한 정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유와 평등, 자극과 안정, 규모와 속도, 개입과 방임은 서로 음과 양처럼 균형을 이루고 꾸준히 튜닝을 해줘야 한쪽으로 쓰러지지 않는다. 정부가 개입해 인위적으로 SpaceX에게 기회를 준 결과 오늘날 미국이 글로벌 우주개발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SpaceX에게선 방만한 1등의 오만함보다는 불가능을 꿈꾸는 반항아의 야성이 좀 더 두드러진다 (조금씩 비율이 낮아지고 있긴 하다).
하지만 절대 권력이 절대 부패하는 것처럼, 나태해지지 않는 독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SpaceX에게도 인위적인 손길이 필요한 날이 올 것이다.
단, 아직은 아니다. 지금은 전체 파이를 키울 때이지 어떻게 나눌지를 고민할 때가 아니다. 챔피언을 긴장케 하려면 다윗을 자처하는 소년들에게 도전할 무대를 마련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일부러 다윗 신화를 만들려고 골리앗의 갑옷을 벗기고 무기를 빼앗아 ‘가짜 다윗’들에게 내어 주어서는 안 된다. 갈수록 머스크가 밉상인 건 맞지만 아닌 건 아닌 거다. (만일 제한이 70% 정도였다면 그나마 고민한 흔적이라도 보였을 텐데)
이런 고민 자체가 사치인 우리 입장에선 미국의 논란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애초에 파이가 있어야 몰아주든 나눠주든 할 것 아닌가? 그런 고민은 일단 파이부터 구운 다음에 하기로 하자. (우주 분야 한정) 지금 우리는 새마을 운동을 할 때지 자동화의 폐해 같은 배부른 소리를 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