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 맹달

by 셔니
image (22).jpg

사람의 재능은 아무리 뛰어나도 한계가 있다. 체력이든 지력이든, 열정이든 쏟아붓는 시간이든 기껏해야 두 배가 한계다. 그래서 우리가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은 유능한 사람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사람, 내 등을 보여줘도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사람이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세상의 모든 일은 결국 팀워크이기 때문이다.


‘맹달’은 기근과 전쟁을 피해 익주로 들어가면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당시 이곳을 다스리던 유장은 아무런 연고도 없던 맹달에게 벼슬도 주고 나름 후하게 대접했다. 하지만 출세욕이 넘쳤던 맹달에게는 나약한 유장이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유비를 견제하라고 준 병력 2천 명을 이끌고 유비에게 항복해 버렸다.


첫 번째 배신은 딱히 흠이 되지 않았다. 유비는 항복한 인사들을 차별하지 않고 능력에 따라 중용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맹달은 한중 공방전을 틈타 상용을 공략하는 공을 세웠다.


그런데 유비의 양자인 ‘유봉’이 상관으로 합류하면서 문제가 꼬였다. 맹달은 유봉에게 공을 빼앗겼다고 느꼈다. 게다가 유봉은 적자인 유선에게 밀려 후계 구도에서 밀려난 처지라 상사로서는 거추장스럽기 이를 데 없는 존재였다.


둘 사이의 긴장이 쌓여가던 중, 북벌에 나선 관우가 이들에게 원군을 요청했다. 이들은 막 평정한 곳에서 함부로 군을 빼낼 수 없다며 거절했다 - 맹달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후의 전개로 봤을 때 아마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관우가 패배해 죽으면서 문제가 커졌다. 맹달은 자기를 따르는 무리를 이끌고 위나라에 투항했는데, 이때 빼낸 무리가 수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애초부터 유봉은 바지 사장이고 실권은 맹달이 쥐고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유봉을 상관으로 모시게 된 것에 예민하게 반응한 것도, 관우를 돕는 데 이상하리만큼 소극적이었던 것도 애초부터 조직보다 자기의 기득권에만 마음이 쏠려 있었다고 보면 이해가 간다.


두 번째 배신을 받아준 위나라도 그를 환대했다. 조비는 맹달이 교양이 있고 외모가 훌륭하다는 이유로 좋아했다. 후대에는 배신자 이미지로만 남았지만, 맹달이 남긴 서신을 보면 21세기를 살고 있는 사람도 그가 논리적이고 교양이 뛰어났다는 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조비의 부하들 중에는 그를 경계하는 이가 많았다. 특히 사마의는 그를 경계하는 것을 넘어 혐오했다.


그래도 조비가 배후를 봐주는 동안은 괜찮았지만 조비는 얼마 못 가 죽었다. 맹달은 언제 숙청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러자 북벌을 준비하던 제갈량이 세 번째 배신을 제안했다. 맹달이 배신하면 그 틈을 타 위나라를 찌르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이 사실은 사마의에게 알려졌고 맹달은 뭘 해보기도 전에 기습을 당해 죽었다.


맹달은 평생 자기 밥그릇에만 집착했다. 그 결과 맹달은 평생 바로 그 밥그릇, 정확히는 상용에 저당 잡힌 삶을 살았다.


유봉 밑에서 일하는 게 유쾌하진 않았겠지만 조금만 참았다면 다른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맹달은 상용의 1인자 자리를 빼앗긴 걸 참지 못하고 배신자가 되는 길을 택했다.


위나라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맹달은 항복의 조건으로 상용의 자치권을 요구했다. 그 결과 당장은 좋았겠지만 변경에 머무느라 끝끝내 위나라에 녹아들지 못했다. 그러자 위나라의 고관대작들도 그를 그저 촉나라를 견제하기 위한 도구이자 프로파간다로 썼을 뿐 ‘팀원’으로 대하지 않았다. 위나라가 귀순한 맹달에게 처음 준 임무는 전직 상관이었던 유봉을 치는 것이었다.


심지어 제갈량도 다르지 않았다. 제갈량과 맹달이 공작을 꾸민 건 맞지만 실제 역사는 흔히 알려진 것과 조금 다르다. 맹달이 반란을 망설이자 제갈량은 ‘일부러’ 맹달이 반란을 꾸미고 있다는 정보를 흘린다. 제갈량에게 중요했던 건 ‘상용’이지 ‘맹달’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쩌면 맹달이 반란을 일으키면 좋지만 실패해도 위나라의 전력을 깎아먹을 수 있으니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삼국지연의에 그려진 것과 달리 맹달이 사마의에게 죽은 건 제갈량이 북벌을 일으키기 전의 일이다. 사마의가 쳐들어오자 맹달은 촉에 원군을 요청했지만 제갈량은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과거 맹달 본인이 그랬던 것처럼 냉정하게 손절당한 것이다.


사람의 재능은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결국에는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인지, 믿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중요하다.


배신이 난무하는 시대였던 삼국시대에도 사람들은 능력보다 신용을 먼저 봤다. 맹달은 자기 밥그릇을 지키는 데 집착하느라 가장 중요한 자산인 신용을 탕진해버렸다. 오랜 친구였으며 함께 유비에게 소속을 갈아탄 법정이 ‘천재 참모’의 이미지로 남은 반면 맹달은 유능한 이미지는 하나도 남지 않고 오직 배신자로 기억될 뿐이다. 갈아타기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작가의 이전글스페이스X, 그리고 독점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