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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세전쟁: 중국 전기차 관세 100%로 인상

by 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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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가 중국 전기차에 부과하고 있는 관세를 현행 25%에서 100%로 인상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빠르면 오늘 발표 예정.


시점 상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걸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 대선까지 6개월 남은 이 시점에 이러한 대중 강경조치는 아마도 득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무 의미 없는 정치적 레토릭에 불과하다고 대놓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차피 지금도 높은 관세 (그리고 미국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반중 감정) 때문에 중국산 전기차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미국 제조업의 위상이 정점을 기록했던 60년대에는 전 세계 자동차의 60%가 미국산이었다. 지금은? 10%에 불과하다. 미국인들이 테슬라의 전기차에 그토록 열광하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미 제조업의 부활에 대한 환호도 그중 하나였다. 기술의 발달로 매출 당 고용창출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이 시대에 자동차 산업은 블루칼라를 위해 남겨진 얼마 안 남은 고수익 직종 중 하나로 그 상징성이 크다.


하지만 이번 관세 인상을 순전히 표몰이를 위한 정치공학적 판단이라고 폄하할 순 없다. 중국 전기차의 부상은 그야말로 눈부실 정도여서 미국의 대표 기업들도 공공연하게 두려움을 드러낼 정도다. 이들 중 대부분은 자유무역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인데도 그렇다


중국을 대표하는 전기차 기업 BYD는 작년 4분기에 처음으로 테슬라를 제치고 전 세계 판매 1위를 기록했다. 비록 올 1분기에 다시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1만 불 대의 파괴적인 가격경쟁력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계속 미국의 우위가 유지될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관세를 하루아침에 4배로 올려 버린다고? 그것도 자유시장의 개념을 발명한 바로 그 미국이?

미국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이번 관세는 결코 모순된 행위가 아니다. 자유시장이란 ‘합의된 규칙’을 전제로 하는 공정함 위에서의 자유다. 정부 후원금을 쏟아 붙은 저가 제품으로 경쟁자들을 몰아내는 중국발 가격 경쟁은 우리가 아는 그 ‘자유시장’과 거리가 멀다. 경쟁자들이 사라지고 나면 중국이 ‘독점’의 지위를 활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을 것이란 건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선악의 구분이 분명한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방법이 다를 뿐 자국의 전략적 핵심산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붙고 있는 것은 미국도, 그리고 전 세계의 주요 국가들 모두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국을 보호무역주의를 수호하는 악의 화신으로 믿고 싶어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결국 이 문제는 공정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전기차의 헤게모니를 차지해 미래 모빌리티와 에너지 산업의 판도를 좌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승패의 문제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과연 이번 관세 인상이 미국의 승리를 보장해 줄 것인지이다. 과거 20세기에도 미국은 비슷한 시도를 했던 적이 있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운 일본 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해 높은 관세를 물렸다. 하지만 그런 조치들로 도요타의 부상을 (그리고 최근엔 현대차) 막는 데 성공했던가? 그저 약간 시간을 벌어줬을 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과거 냉전시대나 20세기말 단극 체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졌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나라이지만 자국 시장을 규제하는 것만으론 중국 자동차들이 나머지 전 세계 시장을 휩쓰는 것을 저지할 순 없다, 그저 미국 시장의 갈라파고스화로 이어질 뿐이다.


거꾸로, 미국 현지 업체들이 관세를 안전망 삼아 혁신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면 결국엔 압도적인 가성비로 무장한 중국산이 미국 시장을 휩쓰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전기차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산업이고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경쟁심리가 강해도 마찬가지다. 결국엔 그들도 소비자, 더 싸고 좋은 물건을 찾게 되어 있다.


오히려 잘못하면 역공을 당하기 쉬운데, 아직 미국에 제대로 진출하지도 못한 중국과 달리 미국은 중국 의존도가 높다. 만일 중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과 똑같이 관세를 올리면 피해를 보는 건 미국보단 중국이다.


하나 더, 이러한 관세 싸움은 본질적으로 불공정, 불균형 이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관세는 본질적으로 또 다른 종류의 세금이다. 혜택을 받는 그룹은 제한되어 있는 반면 그 피해는 불특정다수가 입게 된다. 당신이 미중 패권다툼이나 글로벌 리튬 가격에 관심이 없는, 탄소저감에 기여하고 싶지만 4만 불이 넘는 미국산 전기차를 살 여유가 없는 평범한 시민이라면 이번 관세 조치로 당신은 정부에게 일방적으로 ‘선택의 자유’를 침해당한 셈이 된다.


세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미국의 관세 인상이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결과적으로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에 도움이 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경기, 승자를 예측할 순 없지만 라운드 12까지 꽉 채우는 치열한 혈투가 될 것이란 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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