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Apple: 너희의 추억을 부숴버릴 거야

by 셔니

웬만하면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애플이 공개사과를 했다.


논란이 된 것은 애플이 새롭게 공개한 아이패드 광고다. 인간의 창의성을 상징하는 심볼들을 짓눌러 파괴하는 모습을 연출했는데, 마치 즐거운 광경인 것처럼 연출해 엽기적인 느낌마저 든다. 그동안 애플이 제품이나 가격, 윤리경영이 문제가 된 적은 있지만 마케팅 때문에 논란이 된 것은 없는데 이번 광고는 애플 매니아들도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일단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는 알겠다. 이 모든 것을 아이패드 하나로 다할 수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아무리 좋은 메시지도 제대로 전달이 안되면 의미가 없다. 정작 대중들은 맹목적 기술 신봉으로 각박해지는 디스토피아 미래를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어떻게 이런 광고가 승인이 나서 송출까지 된 걸까? 애플의 열렬한 지지자인 집단을 상징하는 물건들을 한데 모아 뭉겨버리는 영상을 보고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걸까?


애플을 상징하는 가장 유명한 광고는 아마 1984 매킨토시 광고일 것이다. 조지 오웰을 대표하는 소설 ‘1984’에 묘사된 통제사회 컨셉을 차용한 이 광고에서 애플은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해 ‘전제권력’에 맞서는 이미지로 그려진다. 이후 40년 동안 애플은 자유로움과 혁신의 이미지를 상징되는 막강한 소프트파워를 누려왔다.


이번에 논란이 된 영상에서 그려진 애플은 ‘1984’의 독재자에 가깝다. 그동안 애플이 지켜왔던 ‘즐겁고 창의적인 이미지’ 대신 ‘어둡고 획일적인 이미지’로 가득하다. 마치 ‘우린 기존 방식을 다 없애 버릴 거야, 그러니까 넌 좋건 싫건 우리 제품을 사야 해’라고 협박당하는 느낌마저 든다.


최근 인공지능 열풍도 논란이 커지는데 일조했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내 삶, 내 직장이 영향을 받지 않을까 모두들 불안해하고 있다. 쓰레기 취급을 당하며 부서지는 과거의 유물들과 차가운 모습으로 연출된 아이패드, 사람들이 어느 쪽에 감정이입 했을지는 뻔하다. 시청자들을 ‘적대하는 광고라니…


[따로 메모를 보내주신 분들 덕분에 알게 되었는데, 국내에선 LG 광고를 모방했다는 의혹이 논란 포인트라고 한다. 당시 LG는 이렇게까지 논란이 되진 않았던 듯? 이번 애플 논란은 광고 내용도 문제지만 그 본질은 기존에 지향했던 가치와의 이질감인 것으로 보인다]


apple-apologizes-for-ipad-crush-ad-after-backlash-20240510143310.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성심당 임대료 논란, 누구 잘못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