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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셔니 May 10. 2024

성심당 임대료 논란, 누구 잘못인가

최근 엽기적인 이슈들에 비하면 밍밍하지만,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성심당 임대료 논란’에 대해 몇 자 적어본다. 


사건의 배경은 이렇다.


2015년, 코레일은 대전역 매점대여 공개입찰을 추진했으나 높은 임대료 (2.6억 원)로 인해 2차례 유찰됐다.


2016년 4월, 코레일이 구원투수로 나선 성심당과 자산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자산임대 계약은 자산가액의 일정 비율을 임대료로 부과하는 방식이다. 당시 양측이 합의한 가격은 연간 2.2억 원


여기서 문제가 발생. 코레일은 앞서 2015년 2월, 역사 내 매장 임대를 구내영업방식으로 일원화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구내영업방식이란 자산가액이 아니라 매출의 일정 비율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성심당과 맺은 계약은 2016년인 만큼 일원화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2021년, 감사원이 코레일을 상대로 성심당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구내영업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알고 보니 잘못됐다’ 며 일방적으로 계약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 


결국 코레일은 구내영업방식으로 계약을 전환하되 수수료 비율을 일반 매장 수준인 5%로 설정하는 임시변통으로 급한 비를 피해 갔다. 규정 상 정해진 수수료 범위는 17~49%라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이었다. 


코레일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우수 입정업체에 계약기간 연장 혜택을 부여하는 방법 등 다양한 고민을 해왔다. 하지만 아무리 일선에서 아이디어를 짜내도 규정을 벗어날 순 없다, 더군다나 감사원이 한번 지적했던 사항이다. ‘특혜’라는 키워드에 민감한 여론의 분위기도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째깍째깍 멈추지 않고 시간은 흘러 어느새 2024년 4월 계약 만기가 다가왔다. 결국 코레일은 원칙을 준수해 월 수수료 4.4억 원으로 임대 공고를 냈다. 성심당의 월평균 매출액 26억에 수수료 최소비율인 17%를 반영해 산정한 것으로 기존에 내던 1억에서 4배가 넘게 오른 금액이다


하지만 100평도 안 되는 좁은, 접근성이 나빠서 성심당이 들어오기 전에는 뭐가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매점에 저 돈을 내고 들어올 업자가 있을 리가 없다. 참고로 강남역 쉑쉑버거가 내는 월 임대료가 약 1.5억. 

3차까지 이어진 입찰 공고는 연거푸 낙찰됐다. 들어오려는 업체는 없고, 유일하게 의지를 보이고 있는 성심당은 기존 수준으로 가격을 맞춰달라는 입장이기 때문. 현재 3.5억으로 진행되고 있는 4차 입찰도 낙찰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자, 그럼 이 드라마에서 승자는 누가 될까? 


기승전결에서 ‘승’ 단계라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아마도 모두가 지는 결말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코레일. 


애초 이곳은 성심당이 들어오기 전에는 월 2천만 원에도 세입자가 없던 곳이다. 어떤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성심당과 월 1억 원에 재계약’하는 것보다 나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위안을 삼는다면 이번 기회에 특혜 논란을 말끔하게 떨어낼 수 있다는 것 정도? 


만일 성심당이 나가기라도 한다면 알짜 수익원을 잃어버릴 뿐 아니라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갈랐다는 비판에 직면한 가능성이 크다,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고… 애초에 코레일은 공공기관, 민간처럼 자유롭게 영업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일각의 비판은 과한 면이 있다. 


그렇다면 성심당은 여유로울까? 


작년 성심당은 매출 1,243억 원(프랜차이즈가 아닌 단일 빵집으로 최초로 1,000억 원 돌파), 영업이익 315억 원(파리바게트, 뚜레쥬르를 넘어 업계 1위)을 기록했다. ‘성심광역시에 오세요, 대전이 있어요’라는 농담이 있을 만큼 브랜드 파워도 막강하다. 성심당이 새 집을 찾는다고 하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곳은 많다. 


하지만 성심당의 진정한 힘이 빵이 아니라 오랜 세월 쌓아온 대체불가능한 이미지에서 나온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구설수 자체가 부담일 것이다. 대전을 지키는 향토기업, 직원을 사랑하는 화목한 기업, 지역사회에 베푸는 착한 기업… 여기에 각종 밈의 유행으로 유쾌함까지 더해지면서 성심당은 브랜드파워의 최고 단계인 ‘유명한 것으로 유명한 존재’가 됐다. 성심당의 진정한 힘은 빵이 아니라 브랜드에서 나온다.


특혜 논란’은 휘발성이 매우 강한 이슈다. ‘악법도 법이다’라고 주장하며 과거를 소환하는 여론이 일기 시작하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 우리는 다이내믹 코리아, 오늘은 여론이 성심당에게 우호적이지만 정말 협상이 결렬되어 딴살림을 차렸을 때도 그럴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당장 2021년만 봐도 코레일의 낮은 수수료 제안이 배임이라고 주장한 기사가 많았다. 


당연히 고객도 손해를 본다. 


임대료가 오르거나, 아예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 그 비용은 고객이 부담하게 되어 있다. 고물가 시대에도 최대한 가격 동결에 힘써온 성심당이라고? 착하건 나쁘건 모든 기업의 운명은 현금흐름에 의해 결정된다. 새로운 메뉴 개발을 포기하든지, 영업시간이 줄어들던지, 어떤 식이 됐건 비용이 오르면 고객가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건 철학이 아니라 산수다. 


문제는 사람이 아닌 제도다


감사원, 코레일, 성심당 모두 각자 처한 입장에서 자기 역할을 성실히 수행했을 뿐이다. 그런데 유연함이 떨어지는 경직된 규제 때문에 모두가 곤란한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결국 이 문제는 제도를 개선하는 게 답이지 누가 잘못했는지 따지고 있으면 끝이 없다. 감사원은 법대로 문제를 지적하는 곳이고, 코레일에게 재량권을 주면 특혜 시비가 나지 않을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성심당은 맛있는 빵을 합리적인 가격에 팔면 할 일을 다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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