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오르고 있다… 내 주식만 빼고…
끝을 모르고 오르는 물가에 전 세계가 지쳐가고 있다. 세계화에 힘입어 역대 유례없이 오래 지속됐던 저금리 저물가 뒤에 닥쳐와서 그런지 더욱 힘겹게 느껴진다. 최근 다녀온 유럽 출장에서 물 한 병이 무려 5 유로나 되는 것을 보고 머리보다 입이 먼저 반응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What the…)
최근 영국에서 한 소녀가 출연하는 동영상이 화제다. 소프트콘 아이스크림 두 개의 가격이 9 파운드나 된다는 ‘초현실적인 상황’에 분노하는 모습이다. 참고로 9 파운드면 우리 돈으로 대략 16,000원 정도다. Holy smoke,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으랴.
온 세상이 놀이동산 같아야 할 아이들도 납득하지 못할 만큼 최근의 고물가 추세는 무섭다. 영상 속 소녀처럼 대놓고 표출하지 않을 뿐 사실 우리 모두 분노와 슬픔과 당혹스러움이 뒤섞인 감정에 사로잡히는 경험을 하루도 빠짐없이 하고 있지 않는가?
문제의 발단이 된 아이스크림 장수가 소녀를 상대로 ‘상술’을 부리는 것이라고 보이진 않는다. 검색해 보니 현재 영국에서 소프트콘 한 개를 사려면 평균 대략 3~4 파운드는 내야 한다고 한다. 우유 등 재료 원가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결국 장사는 이익이 남아야 하는 법, 아무리 고객이 8살짜리 소녀라고 해도 밑지고 팔 순 없는 법이다.
영상을 보고 불연 듯 떠오른 생각, 바로 인플레이션은 사람을 차별한다는 비정한 현실이다.
물가가 오르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저소득층이다. 저소득층은 수입의 대부분을 음식과 같은 생필품을 사는데 지출한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구매력 위축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모아놓은 여유자산이 없는 만큼 물가가 오르면 당장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이 닥치면 하이엔드 제품이 아니라 가성비를 강조하는 산업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미국에서 맥도널드와 스타벅스를 둘러싼 위기론이 쏟아지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
일각에선 경제지표가 나쁘지 않다며 긍정론을 펼친다. 하지만 경제지표가 언제나 실물경제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며, 같은 경제현상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때로는 성장지표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으며 일부 업종에는 수혜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임금이 생필품 가격이 오르는 속도를 쫓아가기 어려운 저소득층에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아마도 영상 속 소녀는 당분간은 아이스크림을 멀리할 것으로 보인다. 부모가 용돈을 늘려주지 않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