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영업의 애로사항을 유쾌하게 풀어낸 광고 한 편을 보고 문뜩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적어본다.
작정하고 영화 ‘더 배트맨’을 오마쥬한 이 광고는 클라이언트를 스릴러 영화의 빌런처럼 묘사한다.
▪ 최고의 결과물을 원하지만 예산은 늘려줄 수 없다는 그놈
▪ 갑자기 생각이 바뀌어서 판을 뒤집어엎겠다는 그놈
▪ 전에 분명히 가르쳐줬는데도 갑자기 딴 소리하는 그놈
▪ 내 돈을 어떻게 쓰는지 하나하나 치밀하게 증빙해 보이라는 그놈
▪ 최고의 품질, 저렴한 가격, 빠른 납기 – 다 해달라는 그놈
왠지 영업이라고 하면 남에게 쩔쩔매고 굽실거리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앞선다. 우리는 누구나 강하고 초연한, 남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는 삶을 꿈꾼다.
안타깝게도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유권자에게 호소하는 국회의원, 성적이 오르면 용돈을 올려주겠다는 부모님, 스티커 붙이고 가라며 미소 짓는 자선단체, 그리고 면접을 보는 신입사원.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각각 다양하지만 본질은 같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을이며, 우리의 인생은 세일즈의 연속이다.
영업이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장담하는데 당신은 오늘 하루도 뭔가를 팔면서 보냈다. 그게 물건이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당신의 생각이나 이미지 또는 재능이나 시간이었을 수도 있다. 인생이 곧 영업이란 걸 받아들이면 삶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 예를 들면…
▪ 누군가와 의견이 다를 때 ‘정답’이 무엇인지를 다투지 않는다. 어차피 인간은 자기 생각이 정답이라고 믿게 프로그램되어 있다. 우리는 누구나 자기변명을 해야 할 때에는 최고의 변호사가 된다. 내가 뭘 원한다면 그가 원하는 것을 줘야지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들면 안 된다.
▪ 뭔가를 얻으려면 수고를 해야 한다. 세상엔 공짜가 없다. 일을 하면서 화가 나고 답답한 상황에 마주쳤는가? 무능한 동료, 변덕스러운 고객, 비효율적인 규정과 비합리적인 요구사항 때문에 짜증이 나는가? 그것이 인생이다. 만일 모든 게 술술 잘 풀리고 편하기만 하면 보상도 초라할 것이다.
▪ 뭘 팔든 결국 궁극의 상품은 나 자신이다. 스스로를 낮추는 게 곧 영업이지만 그것이 비굴 해져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성공적인 영업은 먼저 ‘나’라는 존재의 가치를 높게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결국에 우리가 팔아야 하는 것은 셀프 브랜드, 소위 평판이다. 내가 훌륭한 사람이 되면 손님이 먼저 다가온다. 파는 게 무엇인지는 그다음 문제다.
▪나의 이야기에선 '갑'인 그놈도 누군가에겐 을이란 걸 기억하자. 아무리 얄미워도 동업자 의식, 측은지심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자. 어차피 인생이란 영업, 갑을과 공수는 쉬도 때도 없이 바뀌게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