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산업에서 스타벅스라는 이름이 가진 위상은 가히 압도적이다. 한때 ‘현대인에겐 세 곳의 거처가 있다. 집, 직장, 그리고 스타벅스’란 말이 있었을 정도다. 하지만 바로 그 스타벅스가 최근 위기론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를 비롯해 전에도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번엔 조기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인플레이션, 그리고 새로운 경쟁자들]
위기론의 시발점이 된 것은 인플레이션이다. 매일 출근길, 4천 원짜리 아메리카노를 한잔 하는 건 그리 큰 부담은 아니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하자 소비자들의 가격에 대한 민감함이 커졌다. 이후 커피 가격이 5천 원, 6천 원으로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진 것. 위기론의 기원인 미국은 더욱 심해서, 과거 4~6불 정도였던 기본 커피 한잔의 가격이 약 8불, 비싼 곳은 10불 수준으로 올랐다고 한다.
스타벅스를 위협하는 건 인플레이션만이 아니다. 과거엔 ‘경쟁자’로 분류조차 되지 않았던 맥도널드, 던킨도너츠, 메가 커피 등 스타벅스에 크게 뒤지지 않는 품질의 커피를 훨씬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곳들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그리고 지갑을) 사로잡고 있다.
만일 이런 저가 옵션들의 무기가 단지 ‘저렴함’ 뿐이었다면 스타벅스의 마음이 이처럼 쓰리진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고물가 시대라고 해도 좀 더 많은 돈을 내더라도 제대로 된 커피를 즐기고 싶은 고객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진짜 큰 문제는 스타벅스의 커피가 압도적인 품질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데 있다. 심지어 스타벅스의 열혈 지지자 중들도 스타벅스를 선택하는 이유로 품질을 꼽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동안 스타벅스의 특별함은 ‘최고’, ‘고급스러움’에서 나왔다. 스타벅스는 디저트의 다양함이나 효율적인 매장 운영에서 결코 저가 경쟁자들을 이길 수 없다. 스타벅스가 베이커리에 아무리 투자를 해도 던킨도너츠를 이길 순 없으며, 짧은 대기시간으론 맥도널드를 이길 수 없고, 양으론 메가 커피를 이길 수 없다. 그리고 세 곳 모두 스타벅스의 약 절반 가격이면 커피를 살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스타벅스가 커피를 대표하는 존재로 남을 수 있었던 바로 그 지점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초심을 잃었다]
스타벅스는 소위 말하는 ‘세상을 바꾼 역사적 기업’으로 불릴 자격이 충분한 기업이다. 커피가 일부 매니아의 전유물을 넘어 대중화되는 계기를 마련한 건 스타벅스였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기업은 종종 자신의 예측을 벗어난 성공, 자기가 통제 가능한 수준 이상으로 지평이 넓어져버린 시장에 짓눌려 망가지곤 한다. 애플의 1세대 PC들, 블랙베리 스마트폰, 포털 야후 등이 좋은 예시다. 새로운 산업을 만들었지만 그 변화가 너무 빨라 쫓아가질 못했다.
스타벅스도 비슷했다. 커피숍이 음료 판매를 넘어 일종의 라운지 산업으로 진화하자 가장 편한 방법인 ‘다각화’를 택했다. 하지만 매장에 커피 대신 샌드위치 냄새가 가득 해지며 고유의 색깔만 열어졌을 뿐 이렇다 할 소득은 없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손쉬운 아침식사를 위해선 맥모닝이라는 훨씬 훌륭한 대안이 있다.
다각화 전략 이후로도 스타벅스는 악수는 계속됐다. 근본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패스트푸드의 장점을 복제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객 체류시간을 줄이고 원가절감과 이벤트 마케팅에 집중했다. 그 결과 정작 커피 맛은 낫 쏘 스페셜이란 말을 듣게 된 것.
결론, 스타벅스는 애초에 자기가 위대할 수 있었던 근본, 그 초심을 소홀히 했다. 작금의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도 밖이 아니라 안에 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