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troscale 상장을 보고: 무조건 1등을 노려라

by 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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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5일, 일본의 우주 스타트업 Astroscale이 도쿄 증시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우주쓰레기 처리 기업으로는 최초의 공식 상장이다. 상장 첫날 주당 850엔으로 거래를 시작했는데 시장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1,375엔을 종가로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한 Astroscale의 시가총액은 우리 돈으로 1조 원에 육박한다.


Astroscale이 설립된 것은 2013년이다. 아직 민간 우주산업의 개막을 실감하기 어려웠던 시절, 더군다나 Astroscale이 추구하는 우주쓰레기 처리 등 궤도 서비스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상과학처럼 여겨질 뿐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우주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류의 위성 발사가 급증하면서 기우로 여겨졌던 ‘케슬러 신드롬’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며, 자연스레 우주쓰레기 해결사라는 이미지를 선점한 Astroscale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지난 5년간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 숫자는 거의 5배나 늘어났다. 아직까지는 스페이스X의 위성이 대부분이지만 미국 아마존이나 중국, 유럽 등 경쟁자들이 참전하면 위성의 증가속도가 자연적인 회복탄력성을 넘어서는 건 시간문제다.


작년에 미 정부가 케이블 텔레비전 업체인 Dish Network에 ‘위성을 적절하게 폐기하지 않았다’는 명목으로 약 2억 원의 벌금을 물려 화제가 됐다. 우주 쓰레기를 둘러싼 담론들은 이미 이론을 넘어 구체적인 정책과 실천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선례가 세워진 만큼 앞으로 우주 쓰레기를 둘러싼 규제를 놓고 때로는 지속가능한 우주개발을 위한, 때로는 각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상과학처럼 여겨졌던 우주 쓰레기가 비즈니스 모델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Astroscale은 차곡차곡 기술력을 쌓아가며 실체가 있는 기술,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코로나가 한참이던 2021년, 자체 개발한 청소위성 ELSA-D를 발사해 수명이 다한 위성을 끌어내리는 시연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고, TIME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뿌리는 일본이지만 ‘인류 모두를 위한,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우주개발 솔루션’을 기치로 내세우며 알음알음 일본색을 지워온 것도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프랑스, 이스라엘, 영국, 미국 등에 사무소를 두고 있고 이중 일부는 단순 영업소를 넘어 연구개발 거점으로 발전 중이다. 현지인 중에는 Astroscale이 일본 기업인줄 모르는 사람도 많다. 국가 간 배타적 성격이 강한 우주산업의 특징을 극복하고 미국, 유럽의 관련 연구개발 과제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과연 회사 가치가 1조 원이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1조 원은 고전적인 계산법으로 바라보면 납득이 가지 않는 숫자다. 사업의 규모나 성숙도만 놓고 보면 Astroscale보다 훨씬 안정적인데 주가는 반의 반도 안 되는 우주기업이 여럿 있다.


지금껏 회사는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이익을 낸 적이 없다. 최근 회계연도 (’ 23.5월 ~ ’ 24.4월) 회사가 거둔 매출은 약 200억 원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며 그나마도 쓴 돈이 더 많아서 적자를 기록했다. ‘언제 흑자전환 가능하냐’는 질문에도 구체적인 답변을 한 적이 없다. 상장 열기가 빠지면 가치가 반토막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조 클럽 멤버가 됐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다. 몇 년 전 Virgin Orbit과 Astra도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지금은 좀비 신세로 전락했다. 이들 외에도 비현실적인 목표와 실체가 없는 계획을 내세워 시장을 교란한 기업은 많았다. 자칫하면 판돈 일곱 닢에 노름꾼 아홉이라는 속담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지금껏 Astroscale이 ‘지속가능한 우주개발’을 이야기해 왔다면 앞으론 우주쓰레기가 어떻게 ‘지속가능한 사업’이 될 수 있는지 답을 내놓아야 한다. 공개기업이 된 만큼 더 이상 피할 수도 숨길 수도 없다.


아직은 시연 수준에 불과한 위성처리 기술을 고도화해 경제성과 반복 재현성을 높여야 한다. 쓰레기 처리에 드는 비용이 우주개발에 지장을 줄 정도로 크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자리 잡기 어렵다. 쓰레기 경감에 우호적인 국제여론 조성 및 글로벌 규범 수립을 위한 적극적인 아웃바운드 세일즈도 중요하다. 아직까지 몇몇 우주 강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한시적 유행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Astroscale이 앞으로 걸어야 할 여정,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도전이 내심 부럽고 또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Astroscale은 남들을 따라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세계에서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집중했다.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소형발사체, 우주관광과 달리 우주 쓰레기는 아직 경쟁자가 없는 Niche Market이라는 점, 우주쓰레기 처리 기술이 고도화되면 위성 급유, 위성 수리 사업으로 다각화가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겉으론 드러내지 않지만 결국엔 국방수요로 이어질 것이란 점도 기대를 주는 요소들이다. 일본 H로켓과 패키지화해서 시너지를 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모든 경쟁은 ‘상대방’이 존재한다. 이제 우리도 남보다 잘할 수 있는 것, 나아가 우리만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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