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와 자존감에 관한 고찰
현대사회에서 '나'는 환경의 영향을 받아 완성되는 존재이다. 자존감이 높고 낮음을 평가하는 기준을 서양에서는 자기 표현력에, 동양에서는 자기 절제력에 둔다고 했다. 나 또한 깊게 공감한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개인의 개성도 계층과 조건의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나만의 생각과 무의식까지도 가족과 사회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를 잘 알기 위해서는 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피그말리온 효과나 거울 자아의 이론이 반증하듯, 인간은 타인의 신뢰와 지지, 응원에 힘입어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나를 둘러싼 주변의 관심과 인정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정여울 작가는 저서 <그림자 여행>에서 “내가 누구인가를 뜨겁게 깨닫는 순간은 ‘너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타인의 규정에 저항하고자 할 때”라고 썼다. 그는 "칭찬을 받았다거나 결과가 좋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감정이라면, 그건 자존감이 아니라 만족감과 성취감"일 거라고 했다. 자존감은, 내가 나를 지키는 것이다. 내가 내 본연의 모습으로서의 나를 지켜줄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아무리 뭐라고 해도 나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말을 할 수 있는 강단이, 자신감이, 확신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사랑하는 존재가 있을 때, 그 힘은 극대화된다. 인간은 (모든 엄마가 몸소 보여주듯) 깊고 뜨거운 하나의 사랑을 향한 헌신과 열정으로 스스로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자신 보다 더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인간은 한 단계 성숙해지며, 강해진다. 이 자기애와는 다른 차원의 사랑은 타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정과 배려를 바탕으로 숙성된 이타적 사랑이다.
Dear Theo,
나는 단순하지만 지속적이고 결정적인것을 찾아내려고 노력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이미 패배한 싸움을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내 성격의 나약함이 문제인지도 모르지. 어떻게 설명할수 없는 깊은 자책감만 남았다.
발작이 일어난 동안 그토록 소리를 많이 지른 까닭도 그 때문이겠지. 나 자신을 지키고 싶은데 지킬 수 없다는 것 때문에.
-테오에게 반고흐-
하여, 어떤 의미에서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길은 다른 사람이 나에게 뭐라고 하더라도 ‘당신들이 평가하는 모습이 내가 아니고, 내가 평가하는 모습이 나다’라는 걸 잊지 않는 신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