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시인

by 우너

어느산골에 나무하나 있었네/ 나무는 친구가 없어서 너무나 슬펐네./ 어느날 비가와서 친구하자 그랬네./ 비가 나무를 안아주었네

-내 마음의 크레파스 20130617 作


이해인 수녀님의 저서 <꽃삽>에 이런 일화가 기억에 남았다. 함께 산책을 나간 분이 들려준 아이와의 대화 "엄마, 파도는 모래를 사랑하기 때문에 자꾸 밀려오는 거지?"


또, 인혁이라는 어린이의 시

'바람 불면 나무는 살랑살랑/ 언제나 바람만 불면 한들한들/ 나무는 멋있게 춤추는데/ 우리는 박수 한 번 안하지.'


아이들은 정말이지 최고의 시인이다, 세상의 번뇌로 물들기 전까지는. 세차게 내리는 비를 보고, 세상을 안아주는 거라고, 비를 맞고 있는 나무를 보고 비가 나무를 안아준다는 모습으로 받아들이려면 도대체 얼마나 따뜻한 마음의 눈이 필요한걸까. 바람에 휘청이는 나뭇가지들을 보고 마땅히 박수받아야 할 멋진 공연을 보여주고 있다고 느끼려면 또 얼마나 깊고 다정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 걸까. 얼룩을 장식으로 만드는 아름다운 능력. 아이들은 천재적인 시인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두 훌륭한 시인으로 태어난 셈이다. 우리는 자처해, 타고난 재능을 세월로 하여금 깎아내게 하고, 경험으로 하여금 들어내게 했는지도 모른다. 세월에 세월을 입혀 우리 자신을 조각하고 세상의 요구에 맞추어 전략적 '니시'에 꼭 들어맞는 인간으로 거듭나는 치열한 여정 속에 우리의 천재성이, 우리 안의 훌륭한 시인이 빛을 잃어버리고 말았는지도 모른다.




어른은 어른의 시각으로, 아이는 아이의 마음으로. 그 간극이 무한 평행선을 이루는 이유는, 둘 사이에 세상과 세월이라는 무디고 두꺼운 수직선의 기둥들이 버티고 있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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