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친구라는 이름으로

by 우너


"참 세상은 좁고 세월은 빠르네."

2주 전 연락을 받고는 설마 했었지. 뒤돌아 또 혹시 했었고.




뭐가 그렇게 어려웠는지. 손가락 까딱하는 수고면 누구에게든 어디로든 마음 한 조각 아낌없이 보낼 수 있는 요즘 세상인데. 무슨 체면을 그렇게 차리고 싶었는지, 또 뭐가 그렇게 바쁘고 빡빡했는지. 무신경과 무관심이 마치 고된 삶의 증거인냥, 열심히 살고 있다는 성실함의 반증인냥, 늘어난 주름에 얹혀진 푸념과 그에 얼추 반비례하는 피부의 탄력과 인생의 낭만이 마치 당연히도 치열한 지난 세월의 훈장인냥. 그렇게 서로 알면서도 모르는 채 힐끔거리며 살았다. 그러게 뭐가 그렇게도 어려웠는지.


오랫만에 만난 우리는 참 많이도 변했다. 돌이켜 찬찬히 훑어보니 우리는 정말 딱 그 세월만큼의 흔적을 품고 자라났다. 마치 되뇌여야 자각할 수 있는 사실이라는 듯이 우리는 거듭 "우리 이제 스물 일곱이야"를 외치며 이 부산하고 번잡스러운 도시의 거리거리를 온 몸으로 느끼며 걸었다.


무려 십년이 넘는 시간을 건너서 다시 만났건만 내 눈동자에는 줄곧 중학교 시절 그의 모습이 자동 필터링되어 담기고 있었다. 무미건조의 극을 달리는 이 친구의 말 사이 사이에서 그 시절 내 모습이 불쑥 튀어나와 안녕을 외쳤고, 그렇게 우리의 모습이 새록새록 새 빛을 입었다. 우리는 분명히 덜 자랐었지만 어리지 않았고, 미숙했지만 초라하진 않았다. 전해지지 못한 메세지들, 빗나간 진심들, 섭섭한 마음들에게 자리를 조금 비껴내어주고도 그대로도 좋았다. 우리에게 남겨진 것들이 많지는 않지만 나는 그 소박한 추억보따리가 퍽 마음에 들었다. 이 무덥고 습한 도시에서마저 꽁꽁 얼고 있던 내 마음에 정겨운 노크를 해왔기 때문에.


매거진의 이전글산책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