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랑법

빌려온 페이지들

by 우너


소원이라면


마음을 저울에 달아보는 영리함이라거나
습관에 의지하는 평화라거나
사랑을 절약하여 나를 보호할 계획 같은 건
가지지 않기를...
-황경신, <밤 열한시>


비오는 캠퍼스를 바라보던 내 모습은

집을 찾아서 맨몸뚱아리로 콘크리트 바닥을 쓸며 다니는 민달팽이와 닮았다.

그땐 내가 찾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면서 늘 어디론가로 떠났다.



그 길 위에 내가 찾는 것은 없지만, 그 길을 걸으며 나를 찾았던 건 아닐까. 내가 무엇을 가장 그리워 하고, 가장 원하는지... 그러면서 청춘의 시간은 흘러갔다. 지나고 나면 그 시절이 좋았어. 라고 감상적으로 말할 수 있지만, 막상 그때는 어느 때보다 힘들고 거친 시기였다. 고민의 주제와 소재가 다른 것일 뿐, 젊음의 무게가 가벼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속한 그 시절이 가장 아픈 법이다.

-조진국,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순간 가슴이 먹먹해서 사진을 더 넘길수가 없었어.눈을 꾹 감고서 새까만 상상으로 내맘을 달랬어



Only someone who is ready for everything, who doesn't exclude any experience, even the most incomprehensible, will live the relationship with another person as something alive and will himself sound the depths of his own being.



정제된 차는 좋은 물을 만나야 그 빛과 향기와 맛을 온전히 낼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차일지라도 물이 좋지 않으면 차 안에 비장된 그 빛과 향기와 맛이 우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차 맛은 물이 좌우한다. 산중에 흐르는 시냇물을 길어다 마실 때의 향기롭던 그 차맛이 외국에 가서 마시면 똑같은 차인데도 향기와 맛이 떨어진다. 이것은 차와 물의 관계만이 아니라 사람의 일에도 해당될 것이다.

좋은 짝을 만나야 그가 지닌 특성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삶을 아름답게 누릴 수 있다.

-법정, <홀로 사는 즐거움>


The Kiss (1889, Auguste Rodin)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사랑을 "한밤중에 펼쳐진 책"이라고 했다던데, 나도 당신도 서로의 밤에 침입해 어느 페이지부터랄 것도 없이, 손에 잡히는 대로 열렬히 서로를 읽어나간 거겠죠. 내게는 사랑에 대한 첫 독서가 당신이란 책이었고, 행복했고 열렬했어요. 어느 페이지는 다 외워버렸고, 어느 페이지는 찢어 없앴고, 어느 페이지는 슬퍼서 두 번 다시 들여다보고 싶지 않지만 어쨌든 즐거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