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새 잠이 든 우리 털뭉치랑, 또 금세 정든 집이랑 익숙한 짧은 눈인사를 하고 어둠을 밟으며 집을 나섰다. 포근하고 따뜻한, 너무도 익숙한 차 안의 공기가 살짝 굳어있던 내 몸도 마음도 녹였다. 한 시간 가량의 시간이 들숨에 20분씩, 날숨에 30분씩 휙 휙 차창을 스치며 지나갔고, 늘 침묵으로 다정한 우리이건만 그 날만은 유독 그 따스한 어둠을 조금이라도 더 붙들고 싶어 말꼬리를 늘이며 시답잖은 수다를 떨었다.
굳이 함께 있지 않아도, 그저 떠올리기만 해도 안심이 되는 내 사람. 같은 공간에 있으면 뼛 속부터 온화해지는 동시에 나를 무장해제시키는 사람. 세상에서 가장 넓은 등과 튼튼한 팔다리를 가진 사람. 우주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남자. 우리 아빠.
다가올 허전함과 불안을 알기에 다시 몸이 떨려왔지만, 조바심 내지 않기로 다짐한 새로운 나는, 밤공기를 힘차게 들이마시고 전보다 담담하게 이별을 맞고는 그렇게 스물다섯의 내가 되어 비행기에 올랐다.
생일을 그렇게 길에서 시작했다.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조금씩 내게 묻어난다. 그에게도 내가 묻어날까.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은 비행이었다.
2015.03.01. 2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