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안녕을 위하여

How to treat your soul

by 우너


불쑥 찾아오는 내가 정말 맘에 안드는 나날들. 그런 날들로 말미암아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뼈저리게 느끼며 하루하루를 짊어나른다.


나는, 나의 가장 추악하고 본능적이고 막장인 모습까지 속속들이 기억하고 있는 나는, 그래서 가끔 그런 내가 불편하다. 그런 나날들이 계속되다 보면, 내가 밉고 싫고 원망스럽다. 때로' 나'이기를 포기해버리고 싶을 정도로.


nodogs.jpg 나, '나' 그만 하고 싶어.


한숨을 쉰다고 마음에 낀 때가 빠져나가는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푹푹.


스스로 성에 안차 가뜩이나 서글프고 고달픈데 그 와중에 삶이 연거푸 나에게 떠안기는 폭탄들.. 꼭 내 품에서 터져버리고는 하는 그런 시한폭탄같은 골칫거리들마저 나를 고단하게 할 때, 내 안에서는 어김없이 전쟁이 시작된다. 마음은 이리 저리 사정없이 기울고, 머리는 그 틈을 타 마음들을 저울질하려 든다.

그럴 때 내가 도망쳐갈 수 있는 곳은 책이다. 숨고 버티고 성도 내다가

또 그렇게 시간이 지나 세상을 다시 아름답게 보이게 해주는 마법이 있다면 그것도 역시 책을 통해서다.


긍정은 무(無)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밑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공이 높이 튀어 오르는 것처럼, 혹은 우물의 깊이를 안 자가 더 높은 하늘을 갈망할 수 있는 것처럼. 무작정 삶을 긍정하거나, 밑도 끝도 없는 희망을 노래하는 소위 뜬구름잡는 이야기들은, 아름답고 특별할지 모르지만 와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거칠고 투박한 진짜 이야기들은 다르다. 그런 포근함을 가진이야기들은 나도 모는 사이에 이만치 깊숙히 다가와 내 적막한 어둠을 밝히고 서러운 마음을 보듬어준다.


bookflying.png 절대적인 소울푸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낯선 자극과 부딪히면서 익숙한 것을 다시 새롭게 볼 수 있어야 한다. 나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산 사람을 만나거나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식의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는 긴장감의 부재속에 현실에 안주했던 나의 틀을 깰수있게 도와주고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해준다. 혹여 그 과정이 괴롭거나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게 된다.


문제는 평범한 사람이 매번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을 낯설게 보고 자신을 재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우리 삶은 똑같은 일상이 매일 반복되고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도 좁아진다. 낯선 경험을 하기도 무뎌진 눈으로 일상을 새롭게 발견하기도 쉽지 않다. 오히려 거듭되는 경험을 통해 편협한 시각을 갖게 될 확률이 높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저런 타입의 사람을 몇 명 만나 봤지. 대화가 전혀 안되는 피곤한 스타일이야’라는 식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독서다. 책에는 저자의 삶과 생각 혹은 그가 본 세상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러므로 책 한 권을 읽는 것은 낯선 사람과 관계를 맺고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 사이토 다카시,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하찮은 활자는 없다. 까페에서 우연히 펼친 잡지에 조우한 귀여운 글귀.




몇 달 전 읽은 <일요일의 카페> 띠지에는 “북크로싱을 통해 유럽 독자 천 명이 손에서 손으로 건넨 화제의 책!”이라는 말이 붙어 있었다. 북크로싱은 각자 소장한 책에 라벨을 붙여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책이 전달된다는 것은, 책의 입장에서나 독자의 입장에서나 마법 같은 일이다. 한 권의 책이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며 점점 많은 라벨이 붙고, 라벨이 붙은 책은 또다른 독자의 곁에 가 모험을 계속한다. 그런 점에서 북크로싱은 어쩌면 책이 꾸는 꿈인지도 모른다. 판매에 구애받지 않고도 많은 사람에게 읽히는 기적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말이다.





예를 들어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때 우리가 음악의 아름다움이 정확히 설명될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타인과 공유하기 원하게 되는 것처럼.



날씨가 좋아져 그런지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자연히 글을 읽는 일도 쓰는 일도 소홀해졌다. 그래서인지 오랫만에 책을 손에 쥔 낯선 감촉마저 새삼 감동이다. 읽을 수 있어서, 쓸 수 있어서 참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