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Days Dazed

2019년의 소회

by 우너

꼭 새해라서 하는 얘기는 아니고

긴 휴가의 끝자락에 두둥실 떠오르는 생각들.



내가 사랑하는 일들을 할 것이다. 더 많이, 더 자주, 그리고 더 오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자주 만날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좋은 점은, 그 일을 더 깊이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것을 처음으로 좋아하는 순간보다, 그 감정이 깊어지는 순간들이 몇 배는 더 감동적이다. 어떤 일을, 사람을 깊이 아끼고 좋아하는 감정은 큰 울림으로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그것은 단순히 시간이나 노력으로 살 수 있는 것도, 행운도 아니다. 혹은 어쩌면 그 모든 것들의 조합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일들이 나라는 사람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풍덩 빠져지내고 싶다. 내가 바라는 이상, 우러러보는 생각들, 동경하는 인물들과 그들의 말과 삶. 나를 기쁘게 하는 일, 공간과 행위들. 생각을 줄이고 더 많이 느껴보기. 생각은 그 후에. 나에게서 나의 것들이 묻어나고 향이 배어났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일들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려면 그렇지 않은 일들을 덜 해야한다. 단순히 호기심으로 해보게 되는 일들도, 습관적으로 하는 일들도, 단호하게 쳐내기를 시작하고 있다. 그런 순간들에 내 안의 어린아이가 가끔씩 튀어나와 토라지기도 한다. 그럴 때는 마음이 이상하고 섭섭하고 거절당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어린아이의 감정에 동화되면 안된다. 조금 후에는 기억도 못할 잠깐의 감정일 뿐이다.


얼마전 새로운 옷을 입어보면서 생각지 못했던 생각들을 해보게 되었다. 입자마자 '아, 이건 편하지 않네.' 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의문이 들었다. 입어본지 5초만에 정말로 이 옷이 나에게 편한지 아닌지 알 수가 있는걸까? 이게 정말 편하지 않은건가 아니면 그저 익숙하지 않은 걸까? 어렸을 때부터 늘 입던 편한 소재와 디자인. 그것도 처음에는 여기저기 배기고 편하지 않았을텐데 그 때는 표현할 길이 없었겠지. 세월이 지나고 당연히 맨 몸에는 그런 감촉, 그런 모양이 익숙하고 없으면 허전하게 적응했겠지. 생각없이 습관처럼 매일 피부에 닿았던. 벗고 있던 시간보다 입고 있던 시간이 더 길었을. 그래서 살에 닿는 새로운 소재의 감촉이나 부위의 낯선 느낌에 불편하다고 속단하는 것은 아닌지. 익숙함과 편함의 경계. 익숙치 않은건지 편하지 않은건지 좋지 않은건지.. 단숨에 알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있기는 할까?


편하지 않아서 좋지 않다고 믿는건지. 익숙하지 않아서 편하지 않다고 느끼는 건지. 그래서 익숙치 않은 것들은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주지도 않은채 좋지 않다고 믿어버리는 건지. 적응하고 맞춰가는 동안 느끼는 불편함과 낯선 느낌이 싫어서.. 그렇게 짐짓 결론 내버리고 예전의 방식을 고수하게 되는 건지. 사람의 느낌이라는 게 정말 한끝 차이라는 걸 실감할 때가 많다. 싫어하던 사람도 어느순간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비호감과 호감의 경계가 선 하나 넘고 넘지 않는 정도의 차이일 때가 있다.


도깨비에서 신은 도깨비와 저승사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신은 그저 질문하는 자일뿐, 운명은 그대들의 질문이다

답은 그대들이 찾아라.


아무것도 결정되어진 것은 없다. 세상은 질문할 뿐이다. 선택은 우리가 한다. 결과에 대해 신에게 원망할 일이 아니다. 현실에 대해 신에게 질문할 일이 아니다. 세상은 묵묵히 지켜보고 기회를 제공할 뿐이다. 그 뜻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선택을 하고, 결과에 대해서 어떤 태도로 수용하는 지도 다 우리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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