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너 Dec 09. 2020

임시보호 2년, 선물 같은 시간들

부제: 유기견 입양을 고려하시는 분들께

내 꿀누룽지 적응기. 변천사. 사랑스러워

유기견 임시보호나 입양을 고려하시는 분들께


우연한 기회에 하게 되었고, 그 후엔 놓을 수 없었습니다.


상황적 여유가 된다면 저는 언제든 다시 할 거에요. 아마 평생 할 거에요.


임시보호는 입양을 각오로 합니다. 임보하던 아이가입양을 못가서 잠정 입양으로 쭉 키우시는 분도 많아요. 사실 아이들을 거리나 보호소에서 데려올때 미리 건강상태나 질환여부를 알고 데려오는게 아니에요. 무작정 이 아이를 끝까지 지켜주겠다 하는 다짐으로 서약하고 데려오죠. 병원에 데려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키트 검사(전염병 여부), 선천성 질환 여부, 종합 검진 검사, 하나 하나 결과를 기다려가며 마음 졸이는 수 밖에 없죠. 그저 내가 지켜줄 이 아이의 생이 단 며칠이라도, 그게 평생이 될 지라도 내 힘이 닿는 모든 시간동안 최선을 다해 지켜주고 웃게 해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힘 없고 나약한 생명들에게 닥친 안타까운 운명이란, 우리의 현실이란 얼마나 잔혹한지를 시시각각 느끼는 일입니다.


이 아이들에겐 지켜줄 일 투성이에요. 한 번은 유기견 보호센터라는 탈을 쓰고 거리의 "유기견"을 거의 납치하듯 잡아와 엉터리 공고를 올려 입양을 막은 후 안락사를 시켜 정부에서 수가를 받아 먹는 질 나쁜 수의사도 만났어요. 그 곳에서 데려온 아이가 저의 첫 임보 아가 누누와 누누의 새끼 강아지 코코였죠.


운이 나빠 전염성 질환에 감염이라도 되었다면 아이에게서 보호소 냄새가 가시기도 전에 손쓸 틈 없이 속수무책 하늘나라로 보내기도 합니다. 그럴 경우 우리가 해줄 수 있는건 그저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과 관심으로 곁을 지켜주고 고이 장례를 치러주는 것 뿐. 제 아무리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라도, 그 잘난 의료기술과 첨단기구를 가졌대도, 시기를 놓친 질병 앞에서면 아무 조치도 하지 못하는 한없이 무능력한 한낱 인간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보호소 환경은 정말 열악해요. 전염병이나 위생, 영양 뿐이 아니라 안락사의 위협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구요. 말이 보호소지 사실 몇 군데 빼고는 그냥 갇혀서 안락사 순서를 기다리는 곳이죠.


안락사가 없는 곳이라 하더라도 아이들은 격리되고 갇혀지내기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못해요. 하루아침에 격리 정신병동에 갇힌 사람의 기분일거에요. 아니 그것보다 더 무섭고 힘들지 모르죠. 말을 못 알아들으니까요. 신체적으로 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많은 불안증세와 트라우마를 얻어서 나오게 되는 곳이에요.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보호소 공고기간 끝나자마자 데려오려하는 거구요.


끝나고 나면 마침내 그제서야 '임시' 보호였지만, 도중에는 평생 책임져야 한다는 가능성을 늘 품고 돌봐요. 동시에 사랑스러운 아이의 모습들을 눈으로만이 아니라 카메라로 기록으로도 남겨야한다는 책임감도 따르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아이의 사연을 알리고 관심과 사랑을 받게 해주고 싶으니까요. 평생 가족에게 이 소식이 하루라도 일찍 닿기를. 그래서 이 아이의 존재가 그들의 일상을 뒤바꿔놓기를. 그러려면 부지런히 소식을 전하고 포스팅도 하나라도 더 해야해요. 언제 어디서 누가 보고 있을지 모를 일이니까요. 저도 벤지를 그렇게 만났어요.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룽지 입양공고. 진심을 다해 이 맘이 닿기를 원하면서


유기견 입양을 희망하신다면 지역 보호소에 꼭 가보세요. 제가 임보했던 5마리의 아가들 중 3마리는 제가 직접 보호소에 입양신청을 하고 입양전제 하에 임시보호를 하게 된 아이들이었어요.


절차를 밟아 입양신청을 하시면 수 일 내에 연락이 올거에요. 공고기간을 넘긴 아이들이 지금 이시간에도 더위나 추위, 외로움, 두려움과 싸우며 질병의 위험에 노출되어 두려움에 떨며 철창 속에 갇혀있어요. 룽지처럼 겁많은 아이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십년같이 길고 아플거에요. 내 아이가 거기 있다고 생각하시고 유기동물 정보시스템 (앱이나 웹) 이나 인스타 피드를 눈여겨 봐주세요. 일분 일초가 다급하고 간절한 생명들이 많습니다. 내 발걸음 한 번에 ‘유기견’이 내 아이가 됩니다. 조금만 집에서 생활하고 씻고 때 빼면 예뻐져요. 룽지가 변하는데 두 달도 안 걸렸듯이.. 이전에 임보했던 아이들 보면, 길어야 한 달, 짧으면 몇 주 안에도 집 강아지 돼요. 견생 15년이 두 달 사이에 바뀔 수 있는거에요. 큰 변화에 비하면 아주 작은 노력이죠.


더불어 견종만의 유전적 특성을 고려해 입양을 결정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라 생각되지만, 그 이상으로 개체 하나하나의 성격이나 매너를 따져가며 입양을 결정하시려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라는 점 알려드리고 싶어요. 흔히 생각하는 문제 행동은 강아지가 가지고있는 고유한 문제나 성격적 결함이 아니라 나의 시각과 태도에 달린 문제라는 걸 알아주시면 조금 다른 자세로 입양을 고려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입양하려는 강아지가 어떤 강아지인지를 까다롭게 고르기보다는, 나의 역량과 지식을 늘려서 최대한 깊고 넓게 준비를 해보시면 좋겠어요. 어떤 강아지라도 분리불안, 짖음, 매너 교육에서 100프로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에요. 아이들은 스펀지 같아서, 나쁜 버릇은 없다가도 올바른 교육과 꾸준한 훈련의 부재로 생기곤 하고, 반대로 나쁜 습관을 교정하는 것도 꾸준한 노력과 시간으로 충분히 가능하지요. 따라서 이 아이가 분리불안이 있냐 없냐, 입질이 있냐 짖음이 있냐 하는 질문들은 하나마나한 질문이랍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문을 열어주세요. 나에게 오면 그런 것들은 아무것도 아닌 그냥 내 아이예요.


얼떨결에 룽지 보내고 바로 임보하게된 조아. 금방 좋은 가족 찾아 떠난 천사


인형같이 귀엽고 예쁜 모습만 보고 누리길 원하는 분들은 그냥 유튜브 보세요. 반려견은 당신을 위로하기 위해 존재하는 애교머신이 아닙니다. 입양 전에는 내가 정말 이 아이를 위해서 입양을 원하는 것인가 아니면 내 행복이 먼저인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꼭 던져보세요. 이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나의 귀중한 시간, 취미 생활, 돈, 또는 내가 아끼는 무언가를 잃어도 정말 괜찮을지를요. 괜찮지 않다면 나를 위해 하는 입양입니다. 유기견은 그런 입양자들에게서 생깁니다. 저도 저 자신을 돌아보면 아직 한참 부족하고 룽지에게도, 벤지에게도 미안한 일들이 많았어요. 제가 보호했던 아이들 하나하나 보낼 때마다 아프지만 저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줄 가족의 품으로 가기에 이별이 슬프지만은 않아요.


상담이 아주 많았던 룽지의 입양신청.

이번에는 뭐랄까 확신이 왔다. 그래도 몇 번 해봤다고 감이 늘어 그런 것인지 아니면 워낙 룽지와 가족들의 커넥션이 강해서였는지. 원래는 거의 그런 일이 없는데 제일 먼저 신청해준 가족의 품으로..


일주일도 안되는 시간에 거의 3-40건의 신청을 받았고, 혹시라도 내가 놓치는 룽지에게 더 좋은 환경과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맘에 그 중 가장 좋은 곳으로 보내주고 싶어 신청하신 모든 분들과 통화 및 심화상담을 했다.


하지만 룽지언니는 목소리에서부터 달랐다. 아직 만나보지도 못한 룽지에 대해 얘기하는데도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게 안 봐도 정말 사랑이 많은 가족임에 틀림이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배변은 잘 가리는지, 과잉행동은 없는지, 그런 질문도 아예 하지 않았던 가족. 질문할수도 있지만, (사실 나라도 할 것 같다. 대비를 위해) 그런 것들은 실상 반려생활에 있어 정말 사소한 부분이라는것. 아이들이 주는 기쁨과 행복을 우선시하고 그것에도 무한히 감사해하는 태도가 정말 필요하다. 맹목적이고 지나치게 낭만적인 접근일 수도 있지만, 그런 순수한 열정과 마음이 아니고서는 이 여리고 약한 아이들의 평생을 지켜줄 수 없다. 어린 나이에도 당차고 룽지입양에 있어서만큼은 주도적이고 확신에 차 있었던 룽지 언니 푸름씨. 그 설렘이 수화기 너머로 생생히 느껴져서 나마저 설렜다.

처음 집에 오셔서 룽지를 만나던 날, 룽지에게 "엄마야" 하고 말 건네던 룽지 어머니. 그걸 보는 순간 왜 눈물이 날 것 같던지ㅠㅠ 그리고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아직까지 룽지를 공주님처럼 케어하고 보살펴주는 룽지의 새 가족, 평생가족. 늘 감사하다.


인간사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19-20년을 버티게 해준 것은 동물들과 그들을 나처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였다. 자기혐오와 불신에 빠질 때, 그래도 내가 인간이라서 알 수 있는 것들, 인간이니까 할 수 있는 것들을 나서서 하며 어느 정도 치유를 받고 일정 순간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아직도 내 일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순간은 아이들과 한적한 자연을 산책하는 시간이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안정감과 행복을 주는 시간. 일상 속 긴장, 부담감과 수많은 고민들에서 잠시동안 자유로워지는 재충전의 시간. 그 작은 시간들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훨씬 더 어둡고 건강하지 못했을 것이다.


평생 가족 만나 성도 갈고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우리 애기 룽지


내가 쓴 강아지 찬가로 끝내본다.


My Hymn for Dogs


Dogs heal us, teach us, educate and enlighten us.

They open our stubborn eyes and awake the part of us that’s been blind and egocentric.


They accompany and lead us through life in its bare-faced nature.

They defend, protect and safeguard our naivety by being the purest, happiest and perennial company.

They keep us safe and sane, staying dear to our heart.

They show us how to treat people we love and care deeply about.

They bless us with their infinite energy and steadfast loyalty.

They are bottomlessly forgiving and generous.

They pour us down with their love, and soak us deep in their attention and care.

They consistently worry about our safety and struggle to fill us with happiness and joy.


But we forget.

We forget that they start waiting the moment we leave them, clinging onto every second with desperate hope.

That they should never be taken for granted.

That we do not ‘own’ them by any means.

That we do not have rights to force anything on them unless it’s absolutely necessary for their sake.

That there is absolutely no justification for treating them the way uncalled for.

That we can simply offer the best we can and hope for the best.

That they will not stay by us forever.

That we are not in a hierarchy, but a beautiful companionship in this world; we are there to help each other see new things. Please help us all remember that.


작가의 이전글 내가 당해서 다행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