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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Soul speaks

Tales on love

by 우너

Maybe the goal isn't to move on. Maybe it's to move with.

With the memories, the mistakes, the love that never left.

To dance with what you can't undo and still call it beautiful.


사랑을, 사람을 생각했던 수많은 밤이 있었다.


아파도 좋았던 수많은 상처가 있었고, 비워내도 끊이지 않던 눈물이 있었다. 행복하게 웃으면서도 마지막을 생각했던 날들, 목놓아 울면서도 보낼 수 없던 어떤 조각들. 내 마음을 작게도 크게도 잘근 잘근 떼어주고 남은 내 몫의 마음으로 나는 무던히 애썼다. 어려운 날에는 숨차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때까지 뛰고 나서 잊어버렸고, 답답한 날에는 고개를 들어 하늘의 달과 별을 보고 감탄하며 다시 시작했다.


어떤 날에는 조금 아팠고, 또 어떤 날에는 견딜만했다. 많은 날들이 행복했고, 그런 날들 중 특히 좋은 날 꿈같이 달콤한 미래를 그렸다. 하늘이 높아서, 바람이 상쾌해서, 발걸음이 가벼워서 마냥 모든 것이 근사해졌다. 그림처럼 하늘이 예쁜 날들도 안개낀 날들도 지구 저 편의 너에게 보내는 시선으로 사진첩이 가득했다.


끝이란 걸 알던 날들도 나는 한참을 더 감탄을 들이마시고 마음을 쏟아냈다. 내 마음이 다 닳아 없어진다고 해도 내가 열려던 그 문 앞에 끝끝내 앉아 닫힌 문을 바라보며 기도했다. 혹시 우리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봐. 혹시 네가 돌아올까. 그 때 세던 하염없는 분,초들이 가시처럼 마음에 박혀 때때로 쿡쿡 나를 찌르곤 했다. 혼자 사랑을 되뇌이고 추억을 끌어안고 기억 속 우리들을 토닥이며 씩씩하게 견뎠다.


어느 날은 그냥 웃고, 어느 날은 그냥 울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내가 억지로라도 웃고 있는 날 우리가 다시 만나기를 소원했다. 그래서 더 많이, 더 자주 웃었다. 네가 없어도 너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너와 가고 싶은 곳들에 갔다. 너에게 주고 싶던 것들을 더 잘 알고 싶고, 더 넓은 아량과 깊은 배려와 무한한 용기를 가진 멋진 너의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열심히 살기로 했다. 훗날 네가 돌아왔을 때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사람이, 너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기로 했다. 묻고 따지지 않기로 했다. 그냥 그러기로 했다. 그게 우리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으니까.


하루는 특별히 슬픈 일이 없었는데도 그냥 네가 너무 보고싶어서 눈물이 났는데, 멈출 줄을 몰랐다. 하루가 무너졌다. 이해할 수 없었던 우리의 끝이 그렇게 시작됐다. 혼자 시작하지 않았지만 혼자 끝내야 했던 사랑은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외로웠다. 마음이 시린 시간들, 너를 위해 더 강해진 내가 나의 곁을 지켰다. 온 마음을 걸고 부던히 애쓰고, 포기를 몰랐던 내가 정말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 받는 것 없이 녹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그제서야 알았다. 나에겐 내가 있다는 걸.


네가 언젠가는 알아줄거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버텼지만, 이젠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네가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아. 내 마음을 쥐톨만큼도 몰라줘도 괜찮아. 우리를 사랑했던 모든 순간의 나를 내가 기억하니까.


내가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사람, 내가 마음껏 안아주고 예뻐해주고 보듬을 수 있는 사람, 아무말 없이 기대도 두 팔로 안아줄 수 있는 사람. 그 누가 아니어도 내가 해 줄 수 있어.


나는 겨울왕국 속 안나도 엘사도 아닌, 뼛속까지 올라프인 것만 같아.

꽁꽁 얼어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 말고, 내가 더 따뜻해지고 싶은 사람을 만날 것. 그래도 되는 안도감을 주는 사람, 녹아서 사라져도 괜찮은 사람들에게 곁을 줄 것. 사랑이 아니어도 괜찮아. 좋은 사람이면 충분해. 어쩌면 나는 녹기 위해서 태어났을지도 몰라. 나보다 따뜻한 태양이 나를 녹이면 그렇게 녹은 내가 그에게 위로가 된다면 올라프처럼. 담백하게. 노래부르며.


친구인 안나를 위해 녹아버린 올라프. 사랑도, 그렇게 좋아하고 꿈꾸던 여름도 경험해보지 못하고 사라진 올라프. 그래도 올라프는 정말 행복했을거야, 좋아하는 안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녹았으니. 여름 나라에서영원히 행복을 누렸을거야. (디즈니가 억지로 부활 소환만 안시켰다면)



내가 사랑하는 것은 나를 닮는다. 내가 사랑하는 그림에는 내가 바라는 세상이 있고, 내가 사랑하는 노래에는 내가 그리워하는 시대가 있다. 내가 사랑하는 음식에는 내가 느끼는 기쁨이 있고, 내가 사랑하는 영화에는 내가 꿈꾸는 사랑이있다. 내가 사랑하는 책에는 내가 믿는 가치가 있으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는 내가 탐구하는 우주가 있다. 내가 사랑하는 그림, 노래, 음식, 영화, 책, 그리고 사람.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은 곧 나다. 필연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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