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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보 Dec 30. 2022

피에로 우첼로(책후기)

류지연 작 “피에로 우첼로”(고래뱃속 출판)를 보고


류지연 작 피에로 우첼로”(고래뱃속 출판)를 보고


여기서 저기로 걸쳐진 외줄 같은 삶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는 모두 우첼로와 같은 곡예사가 아닌가? 외눈박이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줄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곡예를 한다. 나의 곡예는 사람들의 호응과 더 많은 월급을 받기에 늘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곡예가 끝나면 나의 귀는 외눈박이들의 쑥덕거림으로 쏠리고, 정작 고생한 나를 외롭게 한다. 나에게서 힘을 얻지 못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지만, 누군가의 손에 조종되는 끈에 매달려 또다시 줄 위에서 춤춘다.


“날 기다려주면 좋겠어, 날 지켜주면 좋겠어”라는 내면의 말은, “저들이 좋아하는 것은", "어떤 멋진 포즈"일까?라는 생각 뭉치 아래에 눌려진다. 말과 생각의 모래들은 모래시계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계속 흘러내리기만 한다.  


“나는 어둠 속에 있는데, 아마 그들도 나와 마찬가지지 않을까?”라며 웅크린 우첼로가 거울 속에서 발견한 외눈박이. 외줄 아래에서 나의 곡예를 평가하던 그들과 같은 모습이다. 거울 속 외눈박이에게서 눈길을 끈 것은 나에게 있는 줄도 몰랐던 하얀 깃털. 그 깃털을 따라가 발견한 방에서 나의 버려진 마음들을 만난다. 


새장들 안에 갇혀 있는, 검은 깃털의 어린 새, 우첼로.

나는 언제부터 어떤 새장을 만들고 이 작은 새들을 가두었을까? 

어린 새들을 하나씩 새장 밖으로 풀어 주고 그 떨리는 외눈을 깊이 들여다보았을 때, 비로소 우첼로는 삐에로의 얼굴을 지우고 우첼로의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는 그 어린 새들을 꼭 안아줄 수 있었다. 우첼로 마음 속의 새장들은 이제 꽃들의 향기와 따스한 햇살로 채워졌다. 


따뜻한 마음은 몸을 가볍게 한다. 다시 곡예줄을 타고 노는 우첼로는 자신의 곡예를 즐기는 사람들의 두 눈을 바라볼 수 있다. 외눈박이 작은 새도 이제는 우첼로와 함께 그냥 편히 쉴 수 있다. 


동화와 인형극 앞에 “어린이”라는 말을 굳이 붙인다면, 그것은 우리가 모두 어린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하는 것이다. 외줄을 타야하는 가장이 된 내 마음의 새장 안에도 상처받은 아이들이 여럿 갇혀 있었다. 이제 그 아이가 편안한 어른으로 자라게 따뜻하게, 그냥, 바라봐 주어야 할 때인 것 같다. 류지연 작가와 우첼로처럼....  


2022년 해넘이 즈음에

잘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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