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를 좋아한다.
난 왜 인지, 잔치국수를 좋아한다. 아파트 상가에서 의류 매장을 하던 엄마를 따라 남대문을 가 포장마차에서 잔치국 수 한 그릇 먹었던 기억 덕분인지는 알 수 없다. 얼마나 좋아하냐 하면, 우리 가족은 종종 오산리 기도원에 가곤 했는데 내가 따라나선 이유가 기도원의 국수를 먹기 위함이었다. 초등학교 시절에서부터의 국수 사랑이었다. 알아본 바로는 요즘 국수가 메뉴에서 없어진 듯하여 아쉬울 뿐이다.
사실 국수 맛집은 많지 않다. 그 본연의 육수와 면과 섞여도 맹맹해지지 않는 국물, 여동생을 캐나다로 보내기 전 충무로역 근처 유명 국숫집, 영종도의 금세 재료 소진이 되는 국숫집 같이 멸치 육수가 진하고 간이 세서 양념장을 넣지 않아도 되는 국수들.
국수 맛집을 다녀오고 나면 따라 만들고 싶어지는 건 그런 마음이다. 좋아하는 것들을 잘하고 싶은 마음.
우리 집 잔치국수 담당이라면 말 다했다. 사실 처음에는 다시다와 엄마가 직접 담근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내면 충분했다. 그러다 맛집을 다녀오고 욕심이 생겨 멸치를 왕창 넣었다. 쓴 맛을 잡기 위해 똥과 머리를 분리하기 시작했다. 백종원의 팁을 받아 볶아 넣기도 했다. 가루를 만들어 넣어도 봤다. 건새우에 표고버섯등 갖은 재료를 넣기도 했다.
팔팔 끓기 시작하자 다시다를 몇 장 넣었다 빼보았다. 무를 넣으니 시원함이 배가 되었고 그렇게 나만의 레시피가 탄생했다. 몇 주에 한 번씩 생각나는 맛인지 아빠는 종종
오늘은 국수를 먹어보자
하신다. 이제 7살이 되어가는 조카도 잔치국수의 맛을 알아버려서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 심지어 비빔국수 양념까지 섭렵하여 번거롭지만 언니나 아빠는 비빔 한 그릇 먹은 뒤 잔치국수로 입가심을 한다.
요즘에는 깔끔한 육수를 만들고 싶어 다 넣고 팔팔 끌인 뒤 채로 모든 것을 걸러낸다. 그리고 건더기 없는 국 물에 오롯이 국수만 넣은 뒤 양념장을 만들고 김치를 송송 썰어 그 위에 들기름을 떨어트리고 설탕 조금 마늘 조금을 버무린다. 귀찮기도 하지만 나 역시 먹고 싶으니 고명까지 만들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번 한파의 시작에 국수를 만들어 먹고 난 날, 캐나다에 있는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언니의 잔치국수를 먹는 꿈을 꿨어, 정말 맛있었는 데 먹고 싶다
최근 임신한 동생이 태몽을 꾼 사람 없느냐며 물었던 기억에 잔치국수 먹는 꿈이 태몽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바로 꿈해몽을 검색하는 나였다. 좋은 소식이 있을 해몽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캐나다로 가 동생에게 잔치 국수를 끓여주고 싶다. 함께 기다랗고 하얀 면발을 호로록 입안으로 흡입한 뒤 뜨끈한 국물을 꿀꺽꿀꺽하는 상상을 한다. 희한하게 국수를 한 그릇 먹고 나면 잠이 쏟아지니 함께 널브러져 낮잠을 자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꽤 행복한 하루가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