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과 달리 상황이 변명이 되어버린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 반반의 마음이었다. 작가신청이 거절되었던 때가 있었기에 안되면 말고였다. 하지만 작가신청이 전과 다르게 하루 만에 승인되니 여러 글을 올려보자와 목적에 맞게 동생과 함께 있었던 때를 기록하자라는 두 가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사실, 브런치 작가를 다시 신청하며 캐나다 60일 체험기라며 설득했던 이유는 동생이 내 빈자리를 크게 느낄까 봐, 하나의 오락거리를 주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그렇게 7월을 적으며 잠시 챕터 1이라는 명목으로 휴식을 가졌다. 정확히는 취준.
퇴사 후 60일이라는 시간을 캐나다에서 보내고 나니 공백이 길어질까 염려되는 마음과 출판사 공고가 별로 없다는 현실에 포트폴리오 작업을 해야 했다. 그렇게 캐나다에서의 여름을 읽는 동생이
글이 안 올라오네요?
하면 그제야 다시 브런치를 켰다. 취준과 비전공자라는 자극적 타이틀을 단 북디자이너, 출판사 디자이너 경험담은 추후 콘텐츠로 남겨뒀기에 말을 아끼겠지만 취준을 하던 10월 중순과 11월 초를 떠올려보자면 확연히 스스로가 두 가지를 동시에 하지 못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기였다.
어떠한 연유(혹시나 하던 일이 벌어져 버려서 내년엔 생긴 이벤트)로 나는 단기 편집디자인 아르바이트를 선택했고 그곳에서 많이 보고 배우며 좋은 사람도 만났다. 단지 단점이 왕복 4시간이 넘는다는 점. 면접 때도 집이 멀어 근태가 걱정이라는 소리를 듣고 걱정 말라고 했던 난데 막상 집에 돌아오면 9월까지의 글을 쓸 시간이 부족하다.
상황이 변명이 되어 뜨문뜨문 작업도 하면서 정작 남은 날들의 기록은 올리지 않는 나
그러고 보니 지금도 캐나다에서의 여름이 아닌 변명글을 쓰고 있다. 동생에게 보내는 변명이기도 하다. 걱정해야 할 건 근태가 아니라 내 계획이었고 내 일상이었다.
바라던 북디자이너가 되었을 때 편집자가 디자이너님이라고 불렀다. 나는 머쓱해서 아직 디자이너라는 호칭이 제게 맞는 건지 조금 부끄럽다 하니 편집자는 그럼 디자라고 할게요라고 말했었다. 그러다 이제는 디자이응이라고 해도 된다며 업그레이드를 해주었던 기억. 그때와 다른 의미로 일상이 시간에 쫓긴다.
꾸준히 무언가를 올리고 글을 쓰고 하는 사람들에게 존경을 표하며 나의 마음을 다잡아 보려 잠시 샛길로 샌 글을 끄적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