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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D Nov 09. 2023

SUMMER OF CANADA

캐나다에서의 여름 : 8월의 시작

벌써 8월이라니, 그 시작은 일찍 밝아온 새벽녘 거실에서 아이를 돌보는 동생과의 인사였다. 7월의 끝에서 몸이 안 좋아진 난, 그 들을 뒤로한 채 물약과 알약을 목 뒤로 넘겼다. 그런 뒤 방에서 이불을 끌어와 거실에 두고 함께 얽기 설기 누웠다. 춥다 하니 동생이 새로 꺼내준 두툼한 이불은 동생과 내게 따뜻한 낮잠을 선물해 주었다. 낮잠이 아니라 쪽잠일까?


점심에는 카레를 만들었다. 매운맛 카레를 보고 매운 걸 잘 먹지 못하는 애들이 매운맛 카레를 샀을까 의문이었지만 일단, 넘치는 소고기를 숭덩숭덩 썰어 만들었다. 역시나 매웠고 동생에게 은연중 순한 맛과 약간 매운맛을 섞어 만들면 카레가 기가 막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간식으로 아래층에 살고 있는 이웃이 준 빵과 베이글을 먹고, 방에 옮겨 놨던 이불을 또 끌고 나와 거실에서 잠을 청하고 아이의 칭얼거림에 다시 깨면 나는 음식을 하고 동생은 빨래를 했다.

오늘 저녁은 치킨 가스였다. 이곳은 닭가슴살 덩어리도 참 크다. 두 덩어리가 들어있는 한팩으로 치킨가스 8장이 나왔다. 조금 두껍게 썬 듯하여 다시 얇게 펴고 두드렸다. 계란물을 묻히고 빵가루를 도톰하게 붙였다. 


동생 집의 구조는 보통의 캐나다 주택의 구조인데 1층과 지하가 있다. 1층은 동생네가 거주 중이며 지하는 함께 일하는 친구 커플이 거주 중이다. 보통 지하에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어 동생은 오후 세시 이후에 빨래를 하러 간다. 계약을 할 때 정한 약속이라고 했다.


이러한 연유로 빨래를 다시 찾으러 가는 동생의 손에 새로 만든 치킨가스와 낮에 만들었던 카레를 함께 내려보냈다. 잠시 후 치킨이 돌아왔다. 이것은 마치 음식 배틀인 걸까? 하며 웃었다. 제부는 퇴근 후 다 떨어져 가는 분유 걱정에 40분 정도 걸리는 다른 마을의 큰 마트로 분유를 사러 갔다. 분유를 사러 가기 전 잠시 들렸을 때 마카롱 부부가 찾아왔다.


제부가 이 마을에는 한인가구가 총 7 가구 산다 했는데 그중 한 가구가 마카롱 부부였다. 종종 마카롱언니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는데 실제로 뵙게 되니 조금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벌써 1000명 정도가 거주하는 이 마을의 한인 가구 4 가구를 만남셈이다. 동생네, 제부 큰어머니네, 아래층, 마카롱 부부.


동생과 저녁을 먹는 사이 제부는 마트에 다녀왔고 어느덧 시간은 9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다행인 건 아직 해가 지지 않는 여름. 돌아온 제부의 손에 순하리와 빨래바구니가 들려있었다. 천진난만한 미소로 처형 빨래 바구니를 사드리고 싶었다며 건네주는 모습에 마음이 몽글몽글 해졌다.


쓰고 있던 빨래바구니는 버리려고 내놓은 것이었고 일단 사용하고 있던 터라 기쁘게 빨래 바구니를 받아 들어 방에 가져다 놓았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내가 좋아하는 모습에 굉장히 뿌듯해했다고 한다. 퇴근 후 동분서주한 제부는 식사 후 잠시 방으로 들어갔지만 그대로 나오지 않은 채 잠이 들었고 동생도 부족한 잠 때문인지 졸기를 반복하다 잠이 들었다. 


그렇게 마무리되는 8월의 시작, 불을 끄고 집안을 정리하며 생각했다. 다행이라고. 눈으로 보기 전에는 몰랐다. 걱정만 할 뿐이었다. 동생 성격상 그저 잘 사는 척하는 건 아닌지 의심했다. 언제나 영상통화 마무리에는 돌아오고 싶으면 사인을 보내라는 말이었다. 농담조였지만 가족 모두 걱정하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아직 혹은 벌써 2주가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다행히도 잘 살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나누고 베풀고 함께 하는 좋은 사람들이 동생 곁에, 제부 곁에 앞으로는 귀여운 땅콩이 곁에 있을 테니까. 이제 조금 안심이다. 8월 한국은 더위와 싸운다 하는데 난 시원한 목재 주택의 에어컨과 사람들의 따뜻함에 적정온도를 지키며 지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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