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의 여름 : 여름의 끝
썸머 오브 캐나다를 작성하며 시도해 본 워홀신청, 즉흥적이었고 24년부터 워홀비자가 만 35세로 상향된다는 이야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렇게 여름날의 캐나다 일상을 다 옮기기도 전, 워홀 비자를 받았다. 그리고 난 지금 캐나다에 와있다. 딱 1년 조금 지난 시간, 다시 캐나다에서.
다음은 워킹홀리데이 인 캐나다로 글을 적어야지 다짐만 하던 시간들을 지나 다시 캐나다에 온 지 3주가 조금 넘어가고 있다. 이렇게 미룰 수 없어 글을 쓴다. 마무리는 지어야 하니까. 24.8.23 (캐나다 현지시간)
23년 8월 26일
이날의 우린 곤히 자는 땅콩이 덕분에 악귀의 마지막 화를 볼 수 있었고, 난 조금 더 머물고 싶은 마음에 티켓을 변경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기록에 남아있는 한 줄.
"돌아가고 싶지 않다"
23년 8월 27일
일요일이었다. 곧 돌아갈 날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엄마는 교회를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 제안하셨지만 동생을 좀 더 재워야겠다는 마음에 깨우지 않은 나였다. 땅콩이는 어제의 숙면과 반대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다. 고민하던 중 40분 거리의 작은 도시로 외출을 나갔고 필요한 물품을 구매했다. 제부가 항상 고민하던 작은 음료 냉장고를 사 오기도 했다. 1시간 떨어진 거리의 호수와 평온함이 공존하던 도시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곳이었다. 돌아와서는 새로 구매한 작은 냉장고를 위해 기존 냉장고를 정리했다.
컨디션이 안 좋았던 땅콩이의 울음이 심해지자 동생내외는 응급실로 향했으며 의사의 권유로 분유를 바꾸기로 했다. 마침 나가서 이전에 먹던 것을 다 먹이고 바꾸라며 제안받았던 분유를 사 왔기에 바로 분유를 변경했다. 지난밤 한국 드라마를 몰아보던 어른들이 마음을 졸여야 했던 밤이 지나갔다.
23년 8월 28일
분유를 바꾼 탓에 변의 색이 변한 땅콩이와 울음소리에 민감한 어른들. 제부는 일이 많은지 점심때를 지키지 못했고 동생과 조카와 셋이 해가 질 무렵까지 일상을 보냈다. 짧지만 기억되던 지난날의 일상. 그때는 그런 생각도 들었었나 보다. " 떠나고 나면 이들이 아닌 내가 더 허전함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23년 8월의 끝
29일부터 31일, 3일간 미루었던 포트 폴리오를 만지며 식사 준비를 하고 함께 산책을 하기도 했다. 기록은 느슨해졌고 기억은 쉽게 희미해졌다. 보름이 남은 시점, 난 이곳에서 무얼 얻어가고 무얼 남기고 갈까.
미루던 포트폴리오 작업의 속도는 더디고 작업들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속에 친구 아버님이 시집을 내실 계획이라 하며 표지 부탁을 받아 시안을 여럿 만들어 보내주었다. 아버지의 농장 포장 박스 디자인도 부탁을 받아 동시에 시안을 만들고 수정하니 시간은 더욱 빠르게 지나갔다.
새삼 깨닫는 것은 있다면 북디자인이 좋았던 이유였다. 표지 하나로 책 내용이 궁금해지거나 그 책의 분위기를 알 수 있거나 꽤 많은 장치를 가질 수 있다는 점, 그래서 다른 작업들보다 더 골몰해야 하지만 그 과정이 흥미롭다는 점. 그래도 돌아가면 일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뭔지 모를 자신감이 솓아올랐다.
9월이 곧이다. 가을이 다가온다. 이미 낙엽이 된 녀석들이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했고 해는 짧아지는 중이다. 썸머타임이 끝나면 몰라보게 해가 짧아지고 10월에도 눈이 온다고 하는데 캐나다의 겨울은 보지 못하겠지만, 사실 이미 충분히 추운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