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by 김명현

‘이렇게 함께 있을 수 있는 걸..주께서 허락하신 날개 못지않게 소중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너는 내게 선물이야.’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 백만원이 우습게 여겨지는 고급 스피커가 흘려 보내는 감미로운 뮤지컬 넘버는 빨간 실타래를 한층 편안한 공간으로 만든다. 초코 케이크와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가족 손님과 리아. 그리고 내가 있는 이 시간은 타락천사에게 주어진 현실 치고는 꽤 괜찮은 편이다. 모처럼 일이 일찍 끝나 어린이 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우리 가게를 찾은 젊은 아버지. 감탄사를 즐거울 만큼 연발하며 꾸덕한 초코 케이크를 먹는 다섯 살 서진이와 좋은 그림이 되었다.



“이 노래 정말 좋네요. 뮤지컬은 전혀 모르지만 노래 정말 잘 부른다는 건 알겠어요.”



서른 두 살 아버지 승진 씨가 잠깐 카운터에 기대 서 있는 내게 말을 걸었다. 곡은 결혼식 축가로 유명한 넘버였고, 라디오 방송 중 게스트로 출연한 여 가수가 부르고 있다.



“원래 남자 배우들이 부르는 노래예요. 뮤지컬 배우들이라면 기본으로 습득하는 곡이기도 하고. 지금 부르는 가수가 아주 잘 부르는 편이죠.”



“역시 견회 씨에요. 예술에도 빠삭하고...전 형님들이 많은 공장에서 일해서 일할 땐 트로트만 틀어놓거든요. 신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이런 곡도 듣고 싶네요.”



“견회 아저씨! 초코 케이크 너무 맛있어요!”



서진이가 엄지 손가락을 세우며 일어서는 바람에 대화가 끊겼다. 승진 씨는 케이크 접시가 빈 것을 확인하곤 물티슈로 아들의 입가를 닦아 주었다. “엄마 드시라고 케이크 한 조각 사 가자. 서진이가 골라 봐.” “응! 내가 고를래!” 서진이가 쇼 케이스 앞에서 신중하게 케이크를 고를 때 난 주방으로 돌아갔다. 오늘따라 주문이 들어오는 초코 케이크를 더 만들 수 있는지 재료를 확인 할 때쯤 부자는 가게를 뒤로 했다.



“쇼트 케이크로 사가셨어요. 재고는 충분히 있으니 더 만들지 않아도 되겠어요.”



“초코를 조금 만들려고 하는데.”



“지금 4시 좀 지났으니..저녁 손님들이 있으니 괜찮을 것 같아요.”



“좋아.”



코코아 가루와 박력분을 섞어 체에 두 번 내리고, 재료용 초콜릿을 중탕하는 동안 머랭을 올리는 건 완전히 몸에 익은 작업이다. 천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우주를 오가며 주님의 말씀을 전했던 천사였을 때 그랬듯이.



라디오에선 곡이 끝나고 토킹 타임이 이어졌다. 성우로 시작해 가수와 영화배우. 뮤지컬과 기타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는 스물 여섯 살 여성 연예인. 이미 국내에선 예능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는 대단한 예술가였다.



“현희 언니의 말은 그 자체로 오페라 같아요. 저 목소리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할지..저로선 상상이 안 되요.”



리아의 말은 무척 자연스러웠다. 대한민국 최고의 여성 연예인 김현희가 내 친동생이라는 걸 알고 있는 이는 리아 뿐이었다. 우리 남매의 부모나 가족 관계에 대해 질문하지 않는 게 고마울 뿐. 난 녹인 초콜릿에 계란 노른자를 넣었다. 단단하게 올라온 머랭을 믹싱기에서 내리고, 볼륨감을 죽이지 않으며 머랭과 초콜릿을 섞는 사이 입을 열었다.



“연습을 워낙 많이 했으니까. 성우지망생 때는 하루 열 시간 씩 큰소리로 낭독을 했어. 모르긴 몰라도 지금 연습량도 상당할 거야.”



“그 정도까지.. 역시 견회 오빠의 동생다워요.”



리아는 자신만의 카페를 차리는 것 못지않게 예술과 함께하는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었다. 함께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 부르고, 생각을 함께 나누는 사이 동화를 써 내려가는. 내 생각으론 문예가 선호와 딱 어울릴 것 같지만 당사자들이 선택할 문제였다. 무엇보다 선호와 리아는 최근 들어 만나는 일이 생겨도 별로 대화를 하지 않는 눈치기도 했다. 한 차례테이블을 정돈한 후 창문을 닦으며 말을 잇는 리아.



“많이 보고 싶겠어요. 유일한 혈육인데.”



“한 달에 한 두번 얼굴 보는 거면 충분해. 둘 다 바쁘기도 한데다 라디오나 티브이에선 거의 매일 나오기도 하고.”



가루재료를 섞은 반죽을 원형 팬에 넣어 오븐에 넣었을 때 손님 다섯 명이 들어왔다. 각기 다른 음료를 주문해 리아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 우리의 대화는 그쯤에서 끊겼다. 초콜릿 케이크를 만든 보람이 있어 빈손으로 가는 손님 없이 완판 되었다. 리아가 퇴근한 후 포스기로 매출을 확인, 내일 아침에 바로 쓸 재료 준비까지 마친 후 스마트 폰을 든다. 인간들의 힘인 과학은 과거 종교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언제든 그리운 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니. 이것도 기적 아닌가.



“오빠?”



짧은 목소리. 그안에 깃든 즐거움과 설레임이 그대로 드러난다. 나도 모르게 웃음지으며 답했다.



“오늘 파란 도화지에서 노래 부른 걸 들었어. 개인적 해석이 없던 건 아쉬웠지만 훌륭하더라.”



“최대한 개성 없이 부르려고 했거든. 넘버에 관심없는 사람들도 즐겁게 들을 수 있었음 해서.무대에선 나만의 색을 내려고 애쓰지만..지금 같이 하는 연출가가 클래식한 취향이라 영향을 받은 것 같아.”



“언제나 고생 많네. 먹는 건 좀 어때?”



“따로 치팅 데이는 없어. 내 입맛이 원래 단조롭잖아. 연어랑 브로콜리. 파프리카랑 양상추에 계란 흰자는 완전히 익숙한 걸. 오빠가 만든 초코 케이크는 가끔 생각나지만.”



“지금 공연 중인 뮤지컬 종연하면 한번 만나자. 케이크 만들어서 갈게.”



“나야 너무 좋지. 즐겁게 기다릴게. 자기 전에 항상 오빠를 위해 기도하는 거, 알지?”



“나도 현희 생각하며 기도한 후 잠드는 걸. 그래. 연습 많이 할테니 과일이라도 조금씩 먹으면서 해. 사랑한다.”



“나도 사랑해.”



그래도 오늘은 전화를 받을 여유는 있었나 보네. 홀 불을 끄고 샤워를 하고, 방에 돌아와 자리에 앉는다. 아까 말한 대로 두 손을 모으고 현희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 내가 천사 시절의 기억을 온건히 가지고 있는 건 형벌이기도 하다. 2800년의 시간 동안 주를 섬긴 시절과 방랑의 나날. 약간 은총을 받아 인간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게 되기까지를 난 찰나도 잊지 않고 전부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다.



‘내가 한 행동을 후회하진 않아. 다만..더 이상 너를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는 게 두려워.’



현희는 죽음의 천사였다. 톨스토이의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가’는 단순히 작가적 상상력으로 빚어낸 게 아니다. 인간도 주의 피조물. 영적 진실과 역사는 예술가들의 영감으로 표현되곤 한다. 나와 같은 불꽃으로 창조된 천사는 난산 끝에 죽을 운명의 여인을 동정했다. 영혼을 거두지 않음에 분노한 미카엘은 내 혈육의 날개를 부러뜨렸고, 삶과 죽음의 과정을 끝없이 겪어야 하는 인간의 운명에 던져 넣었다.



동생의 추방에 난 울었지만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천사 시절과 지난 삶에서의 기억은 망각되었으니까. 나처럼 시간의 형벌을 받지 않는다. 지금 생에서 나와 친남매로 태어나게 되었음은 내가 주에게 감사하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다.



며칠 후. 이른 아침 오픈 준비를 마친 참이었다. 꽃집을 하는 종훈 할아버지가 안개꽃과 장미로 아름답게 꾸며진 큼직한 꽃다발을 들고 찾아왔다. 리아가 먼저 두 손을 내밀자 종훈 할아버지는 주름살이 아름다워 보일 만큼 함박웃음을 짓는다.



“날짜 얼마 안 남은 꽃이야. 부담갖지 말어.”



“감사합니다. 빨간 실타래의 오늘 하루를 기분 좋게 해 줄 거예요.”



리아는 준비되어 있는 꽃병 중 투명한 유리로 된 것으로 골라 꽃다발을 꽂아 놓았다. 빅토리아 풍 메이드복의 정갈함과 잘 꾸며진 꽃은 좋은 조화를 이룬다. 난 어제 팔고 남은 자투리 쿠키들을 금박이 들어간 비닐에 넣고 분홍색 리본으로 봉했다. 종훈 할아버지와 같이 사는 손녀 가연은 우리 가게의 쿠키를 아주 좋아하니까.



“돈 받고 팔아야 될 걸 이리 예쁘게 주면 어떻게 해.”



“저도 제값 받고 팔기 곤란한 걸로 드리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마세요.”



“그래. 그러면 되지. 고마워.”



종훈 할아버지는 쿠키를 두 손으로 소중하게 안고 몸을 돌렸다. 젊은 시절 고생을 많이 했지만 늘 아침 체조를 거르지 않아 자세는 꼿꼿하고 정확한 십일자 걸음걸이였다. 손녀 가연은 발달 장애가 있지만 복지관 식당에서 열심히 일한다. 두 사람이 토요일 마다 빨간 실타래에 와서 케이크를 즐기는 게 나와 리아에겐 일하는 보람 중 하나. 난 의식적으로 오른 손을 꽉 움켜쥐었다 편 후 다시 일을 시작했다.



“오늘이 수요일이니..올 때가 된 것 같아요,”



리아가 생각났다는 듯 말한다. 나 역시 신경 쓰고 있었고. 오전 11시. 아침 아메리카노가 끝물인 시간이었다. 여느 때처럼 힘차게 문을 열며 해병대 복장을 한 이가 들어왔을 때, 난 가벼운 몸짓으로 손을 들어 보였다.



“욱! 안녕하십니까! 필!승!”



숨 참는 소리와 함께 경례를 붙인다. 내가 “필승.”하고 받아주자 “욱! 감사합니다!”하며 한층 소리를 높이는 서신현. 리아도 웃는 얼굴로 인사했다. 연신 욱욱 거리며 소리를 지르는 신현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리아. 오히려 상냥한 태도로 아메리카노를 직접 내려 건내주었다.



“욱! 오늘도 잘 마시겠습니다!”



“그래요. 요즘 지내는 건 괜찮아요?”



“욱! 아주 좋습니다! 욱! 다들 잘해줍니다!”



신현이 내는 소리엔 약간 병적인 반복감이 느껴진다. 해병대를 제대하고 세탁소를 하는 부모님을 도우며 열심히 살았던 그였다. 24살 때 화재 사고를 겪고 정상적인 의식을 잃어버렸다는 사연. 해병대 시절의 언행이 흔적으로 남은 채 시장을 오가며 일을 하는 게 그의 일상이었다. 수요일 마다 빨간 실타래에서 아메리카노를 사가는 시간이 정확한 것처럼 일하는 몸놀림은 전혀 느리지 않았다.



“일하는 게 힘들진 않아?”



내가 눈을 맞추며 질문을 할 때, 신현은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씩씩하게 외쳤다.



“욱! 해병대에게 불가능한 건 없습니다! 욱! 해병대는 혹독한 군기와 훈련으로! 욱!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사람들! 욱! 입니다!”



비록 병증이라 할지라도 신현의 목소리엔 진심이 어려 있었다. 어쩌면 그에게 해병대 시절의 기억만이 남아 있는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고작 26세 나이로 그런 기억마저 없었다면 완전히 무너져 버렸을지도 모르니까. 신현은 한번 더 경례를 한 후 밖으로 나섰다. 각이 잡혀있는 그 걸음걸이에서 어떤 애수를 느낀 걸까. 리아는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눈에는 물기가 어려 있었다.



“불쌍하다고 생각할 것 없어. 각자 사는 방식이 있는 거니까.”



“그렇죠..그래도..너무 안타까워요.”



리아가 눈물을 닦는 걸 잠시 기다린 후, 어깨에 손을 얹으며 나직하게 말했다.



“우리가 동정심을 베푸는 게 아니야. 신현은 지금 자신으로서 열심히 살고 있으니. 인사를 받아주고 커피를 파는 것 자체가 그에게 예의를 지키는 거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마.”



“네. 오빠 말이 맞아요.”



리아의 눈동자에 슬픔이 멎은 걸 확인한 나는 “자, 어서 점심 먹어. 허겁지겁 먹으면 체하니까 마음 놓고.” 식사를 권한 후 나도 우유에 날계란을 하나 깨 넣었다. 약간 비릿하게 넘어가는 감촉으로 날고기에 대한 목마름을 달래듯이.



오늘 장사를 마친 후 리아를 퇴근 시키고 나는 옷을 갈아입었다. 70만원 짜리 청바지에 명품 마크가 찍힌 셔츠. 내가 외출을 하면서 조금 격식을 차리고 싶을 때 입는 차림새였다. 어둑해진 시장과 번화가엔 아직 활기가 감돌았다. 퇴근한 직장인들에겐 지금부터 한잔 하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밤의 얼굴은 취기어린 민낯을 드러내는 법이니까.



나는 지하철로 내려가 다섯 정거장을 지나쳐 거다란 공원이 있는 역에서 내렸다. 손에 들린 종이 상자엔 초코 케이크와 쇼트 케이크가 한 조각씩 들어있다. 역 근처지만 약간 외진 곳이라 사람이 많지 않았다. 가로등에 기대어 저녁 산책을 즐기는 이들이 점점이 박힌 점처럼 어색하게 보이는 분위기. 사복을 입은 두 명의 남자들이 멀찍이 서 있는 가운데 내 동생. 김현희가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



‘어미가 없어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 나는 죽어서도 너희들을 사랑할 거다. 열심히. 열심히..열심히 살아야 한다.’



나는 이천년 정도의 방랑 끝에야 주의 배려를 얻어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 대한민국 시골 중에서도 산에 파묻혀 있는 작은 마을에서. 어머니는 내가 3살 때, 현희가 첫돌을 맞았을 즈음 돌아 가셨다. 아버지는 공장과 농사에 투신하셔서 우리 둘을 시내에 있는 학교에 보내셨고, 내가 23살 때 빨간 실타래를 개업하시는 걸 본 후에야 고단한 삶을 마무리 하셨다.



“정말 반가워. 오빠. 못 본 사이에 더 멋있어진 것 같아.”



현희의 환한 웃음에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추억으로 이어진다. 병약하지만 수선화를 떠올리게 할 만큼 아름답던 어머니는 현희의 빼어난 미모로 살아 계셨다. 스키니 진과 붉은 점퍼가 활동적이면서 건강한 이미지를 준다. 사람들이 얼마 없는 곳이라 맨 얼굴을 드러낼 수 있음이 기뻤다. 두 명의 보디가드들 역시 우리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도록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할 뿐. 나는 케이크 상자를 건냈고, 현희는 너무나 행복한 웃음으로 답한다.



“너무 너무 먹고 싶었어. 생각보다 일찍 공연이 끝난 게 아쉽지 않은 건 오빠가 만든 케이크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일 거야.”



“여러가지로 호평이었던 것 같은데. 무대를 보러가지 못해서 미안해.”



“시작하기 전부터 투자자 문제로 마찰이 있었거든. 그래도 잠실 샤롯데에서 보름간 공연했으니..배운 것도 많고 나로선 행운이었어.”



우리는 벤치에 앉았다. 나는 현희가 태어날 때부터 늘 업고 다니다시피 했고, 학생 시절에도 우리는 함께 먹고 함께 잠들며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 주었다. 작은 카페 사장으로서 일찍 부와 명성을 이룩한 동생에게 손을 벌리고 싶을 수도 있겠지. 평범한 인간이라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이번달에도 백만원만 남기고 다 기부했지?”



“헤헤..맞아. 아프리카에 가뭄이 심하게 들어서 힘들어 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거든..”



내가 챙겨온, 에쁘게 반짝이는 은제 포크로 조각 케이크를 찌르며 현희는 웃어 보였다. 현희가 성우 시험에 합격한 게 22살이었고 티브이에 가수로 데뷔한 23살 때부터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배우. 연예인이 되기까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그때부터 벌어들인 돈은 상상을 초월했지만, 현희는 무슨 계약을 맺든 간에 자신의 원칙을 지켰다. 소속사에 지불할 액수와 휘하 직원들 급료. 그리고 한 달에 순이익 백만원을 제외한 모든 돈을 기부할 만큼, 현희의 영혼은 천사의 현신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선생님. 너무 늦어지면 아무래도 경호에 차질이..”



현희가 케이크를 다 먹었을 때 보디가드가 낮은 목소리로 간언했다. 목과 턱이 특히 강인해 보이는 그는 보통 경호원이 아니었다. 격투 실력 못지않게 상황 파악. 정보 수집. 어학에 있어서도 특출한 인재. 숱한 주요 인사들을 거쳐 온 그는 자신보다 15살이나 어린 현희에게 절대적 충성을 바치고 있었다.



“아..죄송해요. 오랜만에 오빠를 본게 너무 기뻐서. 음..십오분만 시간을 줄래요? 차량을 준비하셔도 좋아요.”



“제가 가서 차량을 가져 오겠습니다. 선생님.”



다른 한명의 보디가드는 즉시 빠른 걸음으로 공원 바깥 쪽으로 향했다.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이는 체격. 그는 과거 ITF 태권도에서 3체급 우승을 석권한 무인이었다. 컴퓨터가 연상되는 기억력으로 현희의 모든 일정을 관리할 정도였고. 그런 비범한 인물들이 선생님이라 부르며 여동생을 섬기는 걸 보고 뿌듯해 하는 건 무리도 아니었다.



“숨기려고는 했지만 세금 문제도 있어서..내가 기부를 많이 하는 게 표면에 떠오를 것 같아. 앞으로도 제대로 살아야 겠지.”



“오빠로서가 아니라 한명의 인간으로 봐도 현희는 대단해. 할 수 있는 만큼 마음껏 해보렴. 내가 늘 기도한다는 걸 잊지 말고.”



“정말 고마워. 오빠는 내게 선물이야.”



너는 천사였을 때도 내게 늘 그렇게 말했지. 현희가 몇 번이고 뒤돌아보며 보디가드들의 인도에 따를 때, 나는 보이지 않을 때까지 가만히 서서 손을 흔들었다. 주께서 나를 인간으로 태어나게 한 것이 배려라고 생각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 과거의 기억을 낱낱이 기억하는 사이 현실의 괴리감에서 괴로워할 수 밖에 없는 것. 스테파노를 지키지 않았던 형벌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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