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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현

내가 죽였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속마음은 내뱉지 않는 이상 무의미하다. 리아가 무사한 걸 다행이라 생각하며 입에 발린 말을 한다.

“아픈 아이였겠지. 요즘엔 워낙 이상한 사람이 많잖아. 쫓아가긴 했지만 놓쳤으니..시장 사람들 중에 목격자가 많으니까 경찰에서 조사를 할 거야.”



“그렇겠죠..정선 할머니가 무사하신 것도 천만다행이에요. 아무쪼록 잘 해결 되면 좋겠어요. 다음에 만날 기회가 있다면..그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대화가 가능할지도 모르는 걸. 자, 어두운 이야기는 그만 하고, 기왕 하는 거 오늘도 열심히 하자.”



“네. 오늘도 커피 메뉴는 맡겨 두세요. 빨리 익숙해져야 하니까요.”



선할 뿐 아니라 강인한 마음까지 갖춘 여인. 내가 알고 있는 리아의 모습이었다. 어제 사도를 잔혹하게 살해한 게 아리마에게 충분히 경고가 되었기를. 사실 본보기가 어찌됐든 지금 당장 달려가서 사지를 뜯고 숨만 붙여놓아 꿈틀거리게 하고 싶은 기분이다. 잔인한 생각은 접어 두고 케잌 데코에 의식을 둔다. 별모양 깍지를 끼어 우아한 곡선을 그리는 사이 안정되는 기분이 들고, 전체적으로 꽃의 분위기를 표현했다.



리아처럼 즉흥적으로 모양을 낼까 하는 마음을 다독이며 일정하게 패턴을 유지한다. 아침 아메리카노가 나갈 시간대로 혹여 리아에게 무리가 될까 봐 내 신경은 줄곧 주방 바깥으로 향하고 있었다. 일의 강도가 아니라 혹여 어제 일에 보이지 않는 후유증이 있을까 해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아메리카노를 사가는 시간이었다. 단골 석현 씨가 다급히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나는 기다린 듯 말했다.



“리아는 무사해요. 같이 있던 할머니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요.”



리아 역시 안심시키고자 웃어 보인다. 석현 씨라면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보았을 터. 눈 밑이 어둡고 온통 피로가 묻은 걸로 보니 밤새 수소문한 모양이다. 위험할 정도로 깊은 정보를 찾은 것일까. 석현 씨는 주방으로 들어올 듯 나에게 다가왔다.



“이전에 견회 씨가 부탁했던 ‘여왕의 십자가’와 연관된 사건이에요. 일본에서 비슷한 테러 사건이 있었어요. 게다가..”



석현 씨는 걱정을 많이 한 듯, 리아의 얼굴을 한참 쳐다보다가 신음을 흘리듯 말을 잇는다.



“경찰 측에서 하나 같이 수사를 흐지부지 하고 있어요. 어제 일도 시장에서 목격자가 많은 데도 조현병에 걸린 여자 아이가 발작을 일으켰다는 기사를 내고..방송국이나 신문사도 사태를 흐리고 있는 걸로 보면 ‘여왕의 십자가’는 보통 이단이 아니에요.”



리아는 헉, 소리를 내며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아픈 여자애라고만 생각해 불쌍히 여기던 터에 진실을 들으니 놀랄 수밖에. 난 주방에서 나와 석현 씨에게 가볍게 목례했다.



“우리를 위해서 일부러 알아 봐 줘서 고마워요. 우리도 나름대로 알아 볼 테니, 오늘은 출근하도록 해요. 밤새 무리했을 텐데 조심하고요.”



“견회 씨..”



“자, 쿠키는 서비스예요. 부담갖지 말고..점심 시간에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면 좋겠네요. 많이 피곤해 보이니까..”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퇴근하고 제가 더 알아볼게요. 두 분은 제게 소중한 사람들이니, 그렇게라도 하게 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



석현 씨는 내가 챙겨준 쿠키 봉투와 아메리카노를 받아 가게를 뒤로 했다. 리아는 조금 충격 받은 눈치지만 가볍게 자기 뺨을 친 후 이어드는 손님들에게 커피를 내리는 데 집중한다. 내가 케잌 데코를 맡은게 다행이었다. 생각을 하는 사치를 부릴 수 있었으니까. 가브리엘은 내게 다가오는 사도들을 죽일 것을 명했을 뿐 여왕의 십자가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주지 않았다. 주가 이단을 방치하는 데에는 인간의 믿음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라는 구실이 있다. 굳이 나라는 장기 말을 이용해 그들을 파멸시키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견회 오빠..식사..해야죠?”



리아의 조심스러운 말투에 고민을 묶어 버린다. 우유에 날달걀 하나를 풀고 바닐라 시럽을 한 줄 내려 마시는 나름의 호사. 아버지가 싸준 샌드위치를 먹으며 리아는 부드럽게 말했다.



“사실..어제 병원에 갔을 때 선호 오빠가 와줬어요. 학교에서 바로 온 것 같은데 어찌나 서둘렀는지 저를 보고는 쓰러지듯 했어요. 괜찮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눈물까지 흘려가며 걱정해주어서..전 기뻤어요.”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다. 좋게 받아들이기엔 선호의 마음이 짐작이 간다. 난 굳이 말을 붙이지 않고 무던하게 받아들인다. 토요일이 되어 사환 신부를 찾아갔을 때, 선호는 드라마 필사도 하지 않고 사환과 마주 서 있었다.



“잘 지냈어?”



사환은 약간 난처한 기색으로, 내 인사도 알지 못하고 굳은 얼굴을 하고 있는 선호를 대한다. 어떤 일인지 짐작이 가서 가까이 다가가 선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정색을 한 선호의 얼굴에서 짙은 슬픔을 느낀다. 고지식한 성격일수록 비관과 체념에 빠지기 쉬운 건 당연한 이치.



“신현이 덕분에 리아가 무사할 수 있었어. 나중에 고맙다고 말이라도 해.”



“제가 그 상황에 있었다면 리아는 크게 다쳤을 거예요.”



선호의 커다란 눈에 이슬이 맺혔다. 순수한 성격 이면에 현실을 정확히 보는 성향. 분명 어제 사건에선 무적도에 능한 신현이 있었기에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나 혼자 였다면 리아와 정선 할머니를 보호했다 해도 창에 찔려 죽거나 치명상을 입었을 테니까.



“강해지고 싶어요. 아무리 책을 많이 읽으면 뭘 해요. 소중한 사람을 지킬 힘도 없는데..”



“그래서 사환에게 대련을 부탁했나 보구나. 당연히 허락하지 않았을 테고. 선호야. 지금 네 실력으론 미트 치기 정도가 최선이야. 신현이는 장애를 얻은 다음부터도 대검술을 꾸준히 연습한 숙련자고..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건 어리석은 이들의 행동이다. 너만의 장점을 생각하고 다른 방법으로 리아를 지키면 되는 거야.”



“그런 건 저도 알아요. 하지만! 하지만..”



선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사내가 눈물을 보이는 건 그만큼 간절하단 증거. 순수하고 선하며 리아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선호였다. 그 모습에 리아가 얼마나 기뻐했는가를 알려져 봤자 소용없겠지. 난 한숨을 쉰 후, 날카로운 눈을 떴다.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진 내 모습에 사환은 긴장했다. 내가 천사였다는 걸 알고 있기에 더 그렇겠지. 입고 있던 셔츠를 벗자 몇 줄기 흉터가 새겨진 근육질의 나신이 드러난다. 풀고 있던 머리카락을 헤어 밴드로 고정하자 내 마음 역시 한층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단순히 화를 내는 것이 아닌, 목적을 가지고 옳은 일을 행하는 고양감이 끓어오른다. 마음가짐을 다진 내 모습에 선호는 정확한 대응을 했다. 그간 사환에게 배운 대로 격투의 자세를 취했으니까.



“정말로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싸워라. 봐주거나 그런 건 없으니까.”



“네! 잘 부탁드립니다!”



난 바로 전진해 오른 주먹을 스트레이트로 뻗었다. 지금의 선호로선 대응할 수 없는 속도. 가드도 못하고 선호는 주저앉았다. 하지만 바로 태세를 갖추고 덤벼드는 건 칭찬할 만 했다.



“생각없이 주먹을 휘두르지 마. 한 대를 때려도 정확하게 타격하는 거야.”



선호가 원하는 건 강해지는 것. 어설픈 격려가 아니었다. 난 날아드는 손을 타격으로 끊으며 선호의 복부에 앞차기를 날렸다. 사람들이 격투기 선수들에 대해 흔히 하는 착각. 그들은 단련으로 고통이 무뎌진 게 아니라 냉정하고 단단한 마음으로 고통을 참는 것이었다. 의식을 남겨두고 신체를 무너뜨리는 복부 공격은 견디기 어려운 충격. 침을 떨구며 괴로워하는 와중에도 선호는 쓰러지지 않았다. 자세는 무너져 있었지만.



난 선호의 등 뒤로 돌아갔다. 팔을 이중으로 겹쳐 완벽한 초크를 걸고 힘을 주었다. 경동맥이 압박을 받아 산소가 차단되었을 때, 의식은 10초 이상 유지되지 않는다. 40초에서 110초의 시간 안에 생리적 반사도 기능 정지. 선호의 몸은 이내 축 늘어졌고, 나는 손에 힘을 뺐다.



“역시 견회 씨군요. 나무랄 데 없는 몸놀림입니다.”



실신한 선호는 정신을 잃은 와중에도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압도적인 실력 차에서 정식 격투를 하는 건 무리한 수련법. 하지만 난 선호가 얼마나 리아를 사랑하는지 알고, 자신을 버리지 않고 노력하는 젊은이를 방관할 순 없었다.



“견회 씨의 적들은 앞으로도 계속 찾아 오겠죠.”



“그랏죠라고 불러도 돼.”



“그랏죠 님. 혼자서 모든 걸 감내하려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도 일단은 신부입니다. 주께서 내리신 명령을 도울 의무가 있어요. 공부도 못하고 우매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그랏죠님의 싸움을 돕고 싶습니다.”



“가브리엘이 직접 내린 명령이고, 벨제붑에게서 협조도 받았어. 인간이 관여할 수 있는 싸움이 아니야. 하하..그렇게 말하긴 이전 신현에게 도움을 받은 것도 사실이지.”



난 사환을 향해 오른 주먹을 내밀었다. 무술 실력으로 따지면 충분히 달인이라 할 수 있는 가톨릭 신부는 결연한 얼굴로 주먹을 댄다. 모든 종류의 격투기는 정직한 시간의 투자를 필요로 한다. 실전 싸움이라는 허상에 취한 이들은 인스턴트 식품처럼 단박에 힘을 얻을 방법이 있다고 떠들지만, 성실하게 무술을 연습한 흰 띠 수련생만도 못한 몸짓을 할 뿐이다.



“일단 이단의 우두머리에게 경고는 했어. 내 주변 사람들을 건드리지 말라고. 두려워하는 기색은 있었지만 어떤 수를 쓸지는 모르니..어쩌면 너도 위험할지 몰라.”



“올 수 있으면 오라고 하십시오. 전 교황 성하께 인정받은 신부입니다. 어설픈 이단의 무리 따위 얼마든지 제 쪽에서 박살내 주겠습니다.”



“돈 보스코 신부님도 오라토리오의 소년들에게 호위를 받았어. 인간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



“그럼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행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주님께서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시니 저희가 주님 안에서 인생의 참뜻을 발견하고 온갖 유혹에서 해방되어 그리스도인의 드높은 품위를 지켜가게 하소서.



“하..할 수 있습니다..”



기절했던 선호는 중얼거리며 눈을 떴다. 생각보다 빨리 정신을 차려 감탄했지만 그런 기분은 숨긴다. 난 주먹을 쥐었다 피기를 반복하면서 고압적으로 말했다.



“이걸로 한번 죽은 거다. 말했지. 봐주지 않겠다고. 몇 번이고 계속해서 죽어 봐라. 이게 내가 너의 소원을 대하는 방식이다.”



“네..부탁드립니다..”



선호의 눈엔 의지가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강해지겠다는 마음은 충분히 전해진다. 난 움직였다. 안면에 주먹을 꽂고 배를 걷어차는 걸 몇 번이고 반복할 때마다 선호는 조금씩이라도 발전하려 한다. 약 삼십분 간 선호의 의식은 네 번 더 끊어졌고 난 다섯 번째로 기절한 선호 앞에 꿇어앉으며 말했다,



“다섯 번 죽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부터 이어서 다시 죽는 거야.”



사환은 선호의 맥을 짚어보고 “괜찮을 것 같습니다.”내가 원하는 답을 했다. “일어나면 말해줘. 매일 밤 열시에 성당으로 오라고. 몇 번이라도 싸워 줄 테니까.”그렇게 말한 후 나는 성당을 뒤로 한다. 몇 걸음 가다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상에 의식이 닿았다. 지금 나를 바라보고 있는 주의 아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에 연속 대련의 피곤함마저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다음 날엔 할 일이 있었다. 시현이 제빵 교실을 하루 쉰다고 해서 그 대타를 뛰기로 한 것. 평소 시현은 약속을 어기는 성격이 아니라 나로선 의외였다. 게다가 내게 직접 전화까지 해 가면 부탁한 게 신기한 기분. 어쨌든 일정이 생겼으니 해야 한다. 복지관에 가서 흰색의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산뜻한 기분으로 교실에 들어섰다. 안면 있는 어머님들을 향해 인사하고 바로 칠판에 레시피를 적는다. 가장 단순하고 먹기에도 좋은 버터 쿠키. 박력분 400. 버터 280. 설탕 200. 달걀 120. 소금 4. 바닐라 향 2. 내 글씨체는 활자가 연상될 만큼 반듯하기 때문에 적어놓는 것만으로 구경거리였다.



“자, 오늘 만들어볼 버터쿠키입니다. 버터크림 법으로 만드는 제품이에요. 두분이 한조로 할 거니 믹싱기는 사용하지 않고 거품기로 할 생각입니다. 버터는 녹아 있으니 크림 화 과정부터 해보죠.”



야자경화유가 아닌 국산 무염 버터라 복지관 관할로 한 것치고는 좋은 재료였다. 어머님들은 시현의 제빵 교실에서 생각보다 체력이 필요하다는 알아 거품기를 곧잘 젓는 모습이었다. 개중에 힘이 부족하신 분들도 있어, 믹싱기는 쓰지 않지만 내가 소형 전기 거품기를 들고 작업대를 오갔다.



“크림이 부드럽게 풀어 졌으면 설탕과 소금을 넣어 주세요. 계란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힘이 무척 필요하니까 기운이 달리시면 저한테 말씀해 주세요.”



버터는 기름. 수분으로 된 계란을 넣으면 분리되기 쉬웠다. 유화 성분이 있는 노른자를 먼저 조금씩 푸는 게 방법. 설탕을 머금은 버터 크림에 노른자를 넣으며 힘있게 거품기를 저어야 했다. 두 분씩 돌아가면서 젓다가 내가 상황에 맞게 전기 거품기로 저어 주었다.



“계란을 급하게 넣다간 분리됩니다. 크림이 안정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완성된 쿠키에서 기름이 묻어 나오니 서두르지 마시고 계란을 조금씩 넣어 주세요.”



모든 작업대에서 흰자 멍울을 푸는 걸 확인하고 노란 빛을 띄는 버터 크림에 물처럼 된 흰자를 섞는 과정을 하나하나 짚어 주었다. 현장에서야 대량으로 작업하니 믹싱기로 하지만, 그렇게 할 때도 이상적인 버터 크림 법을 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신나는 리듬의 트로트를 틀어놔서 인지 다들 즐거워 하는 게 보기 좋았다. 시현도 이런 기분을 느끼고 싶어 꾸준히 봉사 활동을 하는 거겠지. 나는 1년 정도 밖에 못했기에 새삼 시현에 대해 존경심이 든다. 겉으로 보기엔 나와 만나면 헛소리를 지껄이며 으르렁 대지만, 사실 우리는 서로를 경의를 표하는 친구 사이다.



“자, 다 된 것 같네요. 이제 밀가루를 섞을 차례에요. 조금 질다 싶은 정도가 옳은 상태예요. 밀가루에 힘이 너무 들어가면 글루텐이 생성되어 딱딱해 지니까..버터크림에 밀가루를 끊어 가며 섞는 다는 개념으로 작업해 주세요.”



고무 주걱으로 섞는 요령을 말해가며 작업을 진행한다. 다들 버터크림이 잘 되어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끓는 물에 삶에 세쳑한 천 재질의 짤주머니에 별모양 깍지를 준비하며 오븐 전원을 켰다. 적당한 끈기가 생긴 반죽을 짤주머니에 넣고 팬에 짜 넣는 방식. 생각보다 악력이 필요해서 피곤해지기 쉽다.



“가장 기본적인 S자 모양으로 해 주세요. 제가 시범을 보일 테니 잘 봐주시고..제과 제빵에선 제품을 막론하고 같은 모양. 같은 무게. 일정한 간격으로 하는 게 기본입니다. 반죽이 남는다고 불규칙하게 짜 놓으면 굽는 게 어려워 집니다. 제가 도와 드리겠지만 되도록 균등하게 해 주세요.”



난 거듭 중요사항을 강조한 후 작업대를 한조 한조 오가며 설명을 계속했다. “밑에 쪽을 조금씩 말아서 한줌 정도 되는 상태에서 짜면 더 수월해 집니다.”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아 팬이 지저분해지는 편도 있었고, 모양이 삐뚤빼뚤한 조도 많았다. “버터쿠키는 반죽을 다시 짜도 괜찮으니 서두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난 플라스틱 스크래퍼로 잘못된 반죽을 쓸어 담아 다시 짤주머니에 넣었다. 너무 오래 반복하면 손의 열기에 버터가 녹을 수도 있지만 수업이니 만큼 중요한 점은 강조하고 싶다.



어려워하는 어머님들에게 거듭 요령을 말하고 수업 시간을 확인해 남은 분량은 내가 직접 짜 놓았다. 내 민첩하고 정확한 손놀림은 시현과 동급. 오븐 예열이 충분히 된 때를 맞추어 S자 버터 반죽이 팬닝 된 팬을 집어넣는다. 쿠키는 고온에서 단번에 구워야 바삭한 풍미가 살아 났다.



“자, 오븐에서 굽는 건 제가 할 테니 사용하신 기구를 설거지해 주세요. 기름기가 많아 뜨거운 물로 하셔야 합니다. 재료가 남아있으면 다음 수업 때 쓰기 힘들어 지니 귀찮아 하시지 말고 꼼꼼하게 해 주세요.”



나는 수업 시작부터 사무적이면서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머님들은 지시에 잘 따라주고 열심히 임하여 나로선 기쁜 마음. 하지만 교실에 흐르고 있는 어색한 공기와 손대면 균열이 생길 듯 예민함은 외면하기 힘들었다. 다 구워진 쿠키가 달고 고소향 향과 함께 밝은 갈색으로 내비칠 때, 가장 나이가 많으신 어머님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듯 내게 물었다.



“견회 씨. 몸은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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