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by 김명현

“미안 오빠. 전화를 조금 늦게 받았지? 나 지금 에티오피아에 있어.”

“멀리 있네. 시차는 괜찮아?”



“해외에서 활동하는 건 익숙하니까.”



“에티오피아는 어쩐 일이야? 영화홍보?”



“그것도 있지만..내 제자 중 한명인 만델라를 고향에 데리고 왔거든. 할아버님이 참전 용사 인데 거동이 불편하셔서..내 보디가드 분들 도움으로 극장에서 이번 영화를 보여드렸어.”



역시 내 동생이다. 어째서 인지 벨제붑의 시선이 바로 열리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현희의 목소리만으로도 내 가슴은 벅차올랐다.



“영화 정말 좋았어. 현희의 연기는 말할 필요도 없고, 만델라라는 아이도 나무랄 데 없는 연기와 액션을 보여준 점이 인상적이었어.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멋졌고..”



“혼자 봤어?”



“아, 날 좋아하는 시장 이웃이 있거든. 두 살 연상인 누나인데 나와 막역하게 지내고 있어. 오랜만에 둘이서 영화보고 백화점 구경도 하고 그랬지.”



“아아..다행이다. 난 또 오빠 혼자 영화보러 다니고 그런 줄 알았잖아. 여자친구도 있고 잘 됐어, 정말.”



“연인이라 하기엔 내가 정을 덜 주는 사람이지만..그래도 오늘은 손도 잡고 그랬네.”



현희는 정말 기분이 좋은 목소리였다. 영화 촬영으로 쌓인 피로에 홍보 활동으로 스트레스가 많았을 테니 오빠의 여자 친구 이야기가 재미있는 모양이다. 나도 곁에 좋은 남자 없냐고 묻고 싶었지만 워낙에 바쁠 테니까. 착하고 무던한 사람이 동생에게 다가와 주면 좋겠다. 생각할 따름이었다.



어찌 보면 벨제붑의 시선이 가장 예민하고 선명한 공간. 내 방이었다. 조금 피로감이 있어 벽에 기대 앉아 즐거운 하루의 여운을 달랜다. 만델라라는 소년에 대해 보일 법도 한데, 생각했을 때 가브리엘의 청각이 먼저 반응했다.



“할아버지. 오늘 영화 어떠셨어요?”



소년의 자긍심과 수줍음이 동시에 느껴지는 어린 목소리였다. 아직 완성되진 않았지만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영혼. 십대 소년이 이해하기 쉽지 않을 오셀로의 캐릭터를 나무랄 데 없이 연기한 것만으로도 이미 빼어난 예술가였다. 그런 생각을 할 때 벨제붑의 시선이 반응했다. 현희의 두 보디가드 중 체격이 좋은 이가 만델라의 할아버지를 부축해 극장에 모시고 간 모습. 병약한 노인은 손자가 연기하는 모습에 진심으로 감동하고 있었다. 영화를 본 후 고기가 곁들여진 인제라를 함꼐 먹으며 현희는 만델라가 연기한 오셀로에 대해 해석해 준다. 노인은 손자와 세계적 여배우를 번갈아 보는 가운데 아득한 행복감을 느끼는 듯 했다.



“잘 계세요. 할아버지. 매일 할아버지를 위해 기도하고 있어요.”



“가까이 와 다오.”



악마의 시선과 천사의 청각이 인간의 은밀한 비밀을 내게 전한다. 자리에 누운 한국전쟁 참전 용사 노인과 결실을 맺고 있는 소년 배우가 손을 꼭 쥐고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며, 또한 축복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끝난 것만 같았던 한국이 그렇게 발전하고..내 손자가 한국 예술가 밑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니..”



“아직 멀었어요. 전 계속해서 춤추고 노래할 거예요. 현희의 제자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지켜봐 주세요. 할아버지.”



노인은 손을 뻗어 손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통과 슬픔 속에서 성장했던 소년이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데 함께 하고 있음은 할아버지의 눈에 이슬로 드러났다.



“내가 한국으로 가면서..황제 폐하께 받은 것을 너에게 물려주고 싶구나.”



한국 전쟁 당시.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지상군을 파병한 에티오피아 였다. 마지막 황제 하일레 셀라시에가 최정예부대 칵뉴 부대에게 내린 명령. 지금까지도 회자 되는 그 목소리가 내게도 전해졌다.



‘이길 때까지 싸워라.’



“세상이 햇살과 무지개로 가득할 때까지 춤추고 노래해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그럴 수 없다면..”



‘죽을 때까지 싸워라.’



“죽을 때까지 춤추고 노래하거라.”



만델라는 할아버지의 손을 소중히 감싸 쥐었다. 그리고 부드럽게 손등에 입을 맞춘다. 그리고, 올곧고 선한 소년만이 지을 수 있는 좋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정치 다툼으로 사람 대접도 못 받고 버려진 용사. 노인은 힘겹게 몸을 일으켜 손자를 품에 안았다. 그 몸짓이 얼마나 큰 고통을 수반하는지 알기에 나는 공포에 가까운 감격에 젖는다.



“너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못해 미안하다.”



타락천사의 영혼과 대악마와 대천사의 참견으로 더럽히기엔 너무나 숭고하다. 난 몸을 움츠리듯 하며 이어지는 대화의 마지막을 맞이했다.



“하지만..너에게 이 명령을 물려 줄 수 있는 게 정말로 행복하구나.”



“해낼게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이루고 말겠어요. 전 할아버지의 손자이자 김현희의 제자이니까요. 제 모든 걸 바쳐서 세상을 햇살과 무지개로 채우고야 말겠어요.”



의지는 계승된다. 전쟁을 치르면서도 고아들을 위해 자신들의 식량과 피같은 돈을 기꺼이 내주었던 칵뉴 부대 용사들. 기후 차이라는 엄청난 시련을 그대로 버티는 가운데 단 한 번의 전투에서도 패배하지 않았다. 당시 늑대로 배회하고 있던 나는 한국 전쟁의 잔혹함을 질리도록 관망했던 바. 인간에 대한 염증과 절망으로 가득했던 사이 검은 피부의 용사들은 내게 인간은 인간을 버리지 않는다는 걸 가르쳐 주었다. 에티오피아 내전으로 몸과 마음이 상처 받은 이들에게 보은의 정을 나눌 만큼 성장한 대한민국의 역사도 그렇고. 선한 일을 행한 자는 심판이 내리는 순간, 생명의 부활로 일어서리라는 예언은 천사들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그날의 감동은 내 곁에 생각보다 오래 머물지 못했다. 장애를 앓는 전직 해병대 신현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기에. 빨간 실타래에 찾아온 낯선 이가 그 시작이었다. 신현의 아버지와 비슷한 인상이어서 난 바로 혈연관계란 알았고, 내 가게를 둘러보는 시선에서 썩 좋지 않은 성격이 드러난다.



“커피 한잔 줘봐.”



리아가 질문하기 전 나는 앞을 막아섰다.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대신 말한다.



“아메리카노 말씀하시는 건가요?”



“뭔 말이 많아. 커피 달라니까.”



“커피 종류로는 씁쓸한 맛의 아메리카노와 우유를 많이 넣은 카페 라테가 있습니다.”



“됐어..안 마시고 말지.”



낯선 남자는 툴툴거리며 문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 사이 난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이와 눈이 마주친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였는데 웃음에 익숙한 얼굴이었다. 난 그 순간 그가 네 번째 사도라는 걸 알아본다. 이전 현신 할머니 건에서 어느 정도 내게 접근해도 되리라 판단한 걸까. 사도가 신현과 연관 있는 이를 앞세우며 걸음을 내딛을 때, “잠깐 가게 좀 보고 있어 줘.”리아에게 말한 후 나 역시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당장 그만 둬! 넌 노예가 아냐!”



오늘은 신현이 우리 가게에 아메리카노를 사러 오는 수요일이었다. 처음부터 신현을 기다리기 위해 내 가게에 들어오기라도 한 듯 곧 신현이 올 때를 맞춘 것 같다. 힘찬 걸음으로 걷던 신현을 막아 선 이는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를 질러대었다.



“욱..큰아버지..?”



“서신현! 너 나 따라와! 이제 이런 곳에 있을 필요 없으니까!”



신현의 큰 아버지란 자는 조카의 손목을 잡고 거칠게 잡아끌었다. 신현은 힘을 주어 손을 뿌리쳤고, 그때 옆에 선 사도를 보자 더럭 겁을 내는 게 눈에 보인다. 난 까득, 소리가 나도록 이빨을 부딪히며 아까 리아에게 했듯 신현의 앞을 막아섰다.



“넌 또 뭐야? 나 신현이 큰아버지 되는 사람이야! 쓸데없는 참견하지 말고 비켜!”



“난 신현이 시장 이웃입니다. 무슨 사정인진 모르지만 큰 소리 내지 말고 좋은 말로 하시죠.”



“시장 이웃? 좋아하고 있네. 당신들이 우리 신현이를 노예처럼 부리면서 일 시켜먹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여기 있는 전환 선생님이 다 말해 줬단 말이야!”



이번 사도 이름은 전환인가. 선생님이라 불리는 걸 보니 또 무슨 수작을 부렸나 보군. 난 가느다란 눈으로 사도를 바라봤다. 경멸이 짙은 내 시선에도 웃고 있는 인상은 변하지 않았다. 두려움이나 초조함 따위 전혀 없는 모습이 내게 고깝게 다가온다. 난 쯧, 하고 혀를 차며 한 걸음 나아갔다.



“신현은 우리 시장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살고, 아무도 부려 먹거나 과하게 일 시킨 적 없습니다.”



“욱! 견회 형님! 전 괜찮습니다! 큰아버지가! 욱! 제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욱! 듣겠습니다! 큰아버지! 욱! 전 시장에서 일하며 사는 게! 좋습니다!”



신현의 큰아버지란 자는 조카가 말을 듣지 않자 화가 나는 기색이었다. 전형적인 자기밖에 모르는 남자의 기색이 역력하다. 그때 전환이 부드럽게 타일렀다.



“형제 님. 너무 흥분하시면 모두에게 좋지 않습니다. 천천히 타일러 보세요.”



“아이고, 선생님. 제가 좀 급한 성미라..죄송합니다. 으흠! 신현아. 큰아버지가 온 건 말이다. 너를 치료해 줄 수 있어서 그래요. 너는 잘 모르겠지만 내 조카는 절대로 이런 데서 잡일이나 하면서 살 사람이 아니야. 여기 계신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하면 다 괜찮아 진단 말이다.”



큰아버지는 연신 사도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어떻게 꼬드겼는지는 모르지만 아주 제대로 사람을 휘어잡은 모양이다. 거칠고 혈기를 조절 못하는 사람일수록 눈앞의 거짓말에 무기력해 지기 마련. 난 조금 무리수를 내서라도 상황을 정리하고 싶었다.



“여왕의 십자가라면 당장 꺼져. 너희 같은 이단이 우리 시장에 오는 건 허락할 수 없으니까.”



전환은 계속 웃는 얼굴이었다. 일순간 비밀을 들킨 듯 표정이 가라앉았지만 그건 벨제붑의 시선이 있기에 나만 알아차렸을 뿐, 지금 주변에선 누구도 의식하지 못한다. 그때 큰아버지가 나를 떠밀기라도 하듯 손을 내질렀고 난 옆으로 몸을 젖혔다.



“이 자식! 어디 감히 그따위 소리를!”



바닥에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어설프게 균형을 잡는 모습이 불쌍할 만큼 초라하지만 그만큼 크게 목소리를 높여서 약한 개를 연상케 했다. 비루한 자신을 감추고자 더 필사적으로 짖어대는 초라함이. 난 엄한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본다. 그래 봤자 인간의 시선인데도 확연히 겁에 질리는 게 눈에 보였다. 난 시선을 거두곤 신현에게 물었다.



“신현. 네 큰아버지가 하실 말씀이 있나 본데. 둘이서만 이야기할 수 있겠어?”



신현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처음 보는 사람인 전환이 무섭기도 하고 큰아버지와 사이가 좋은 것 같지 않다. 난 이전 미술관 매장에서 주문을 시켰던 것처럼 최대한 부드럽게, 그리고 분명하게 되물었다.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나는 계속 네 앞에 있을 거야. 하지만 대화를 하고 싶다면 신현이 너 스스로 나서야 해. 결정권은 너에게 있어.”



“욱! 그렇다면..전 큰아버지와..욱! 욱!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몇 번 씩 숨 참는 소리를 낸 건 그만큼 고민을 했단 증거였다. 큰아버지는 눈썹 사이가 일그러지더니 조카를 떠밀기라도 할 듯 덤벼든다. 내가 어떻게 해 보려고 할 때, 사도가 단호하게 그의 앞을 막아섰다.



“가족끼리의 일인데 이렇게 고집을 부리셔야 되겠습니까?”



“가족이면 다 가족인가? 조카가 어떻게 사는 지도 모르고 종교 나부랭이에 빠져 헛소리 하는 사람 봐줄 만큼 난 관대하지 못해서 말야. 댁이 뭐라건 난 저 사람 신현이랑 얘기하게 할 생각 없으니까 물러가.”



내 호전적인 성격을 아리마는 잘 알고 있을 텐데, 전환은 여유있게 눈웃음까지 지으며 나를 상대하고 있었다. 이전 두 사도에 비해 전투력이 있는 건가. 현신 할머니보다는 현실 감각이 느껴지기도 하고. 간단하게 시험해 보았다.



사도의 얼굴을 향해 주먹이 날아갔다. 권투의 잽이 아닌, 무술의 종권으로 내가 가장 빠르게 낼 수 있는 속도로 내지른다. 전환의 손이 펀치 블로킹 개념으로 내 주먹을 차단했을 때 내 얼굴에 웃음이 지어졌다. 그래, 이 정도 수준은 되야 치고받고 싸울 만하지. 전환은 제법 괜찮은 얼굴로 씨익 웃었다.



“폭력은 좋지 않습니다.”



“당신이 데려온 저 사람이 날뛰는 거나 막지 그랬어. 너 같은 것들이 꼭 있지. 상식적인 척, 예의 바른 척 하면서 더러운 건 묻히지 않고 떡고물만 떠먹는 녀석들이.”


일부러 적나라한 화법을 써본다. 전환은 곤란하다는 듯 웃음 지으며 그때까지 씩씩 거리고 있는 신현의 큰아버지를 감쌌다. 내면이 어쨌든 이번 사도는 속마음을 철저히 숨길 수 있군. 우리가 실랑이 하는 사이,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을 헤치고 신현의 아버지가 찾아온 다음에야 난 안심할 수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형님이 우리 신현이 앞에 왜 나타나! 뭐 해준 게 있다고!”



세탁소를 운영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형님은 단번에 지금 상황을 알아보았다. “견회 씨. 정말 미안해. 내가 할 말이 없어.”나를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부끄러워 하는 모습. 의외로 동생을 보자 신현의 큰아버지가 기가 죽는 모양이다. “할 말은 하셔야죠.” 전환이 어깨에 손을 얹으며 힘을 실어주자 나름 목에 힘을 주며 나섰다.



“그래. 내가 너 앞에선 미안하단 말밖에 나오지가 않아. 하지만 말야. 여기 계신 이 분이 진짜 영험한 교회를 소개해 주셨어. 네 형수랑 조카들도 은혜를 입었단 말이다. 그렇게 고생했던 허리가 깨끗이 나았고 다들 좋은 직업을 구했어. 내가 그동안 너희를 힘들게 했던 건 다 이 교회를 만나기 위해서였던 거야. 우리 신현이도 사고 나기 전으로 돌려 줄 수..”



“시끄러워요! 신현이 고쳐준다며 돈이나 뜯어내고..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아껴주던 어머니를 버리더니 무슨 낯으로 온 거야! 당장 사라져!”



“이, 이 자식이..좋게 말하니까..”



“내가 형님 생각만 하면 지금도 속이 다 뒤집어 지는 사람이야! 난 할 말 없으니 냉큼 가버리란 말이오!”



형님의 기세는 심상치 않았다. 칼이라도 있다면 진짜로 찔렀을 정도로. “진정하세요.” 난 일단 앞을 막아서고, 신현이 아버지 팔을 잡는 것까지 확인한 후 사도에게 말했다.



“당신 때문에 이 사단이 난 게 보이지? 더 이상 계속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다들 너무 흥분하셨어요. 조금 있다 오겠습니다. 형제님, 잠깐 우리끼리 이야기를 해 보죠.”



전환은 신현의 큰아버지와 함께 시장 길목 바깥으로 가버렸다.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자 신현은 “아버지..”걱정스럽게 말한다. “미안하다. 아비가 너한테 안 좋은 모습만 보이는 구나.”힘이 풀린 듯 반쯤 쓰러지는 와중에도 형님은 아들에게 사과했다. 시장 이웃들의 시선이 모이는 게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노릇. 나는 형님을 부축하며 “잠깐 우리 가게로 가죠. 일단 진정하고 이야기해 보도록 해요.”빨간 실타래로 아버지와 아들을 인도했다.



“견회 오빠..무슨 일이 있었나요? 신현 씨랑 세탁소 아저씨까지..?”



다행히 리아는 바깥의 소란을 모르고 있었다. “따뜻한 카페 라테랑 아이스 아메리카노 좀 해 주렴.”난 두 사람을 자리에 앉힌 후 부탁했다. 리아는 많이 놀라고 흥분한 기색을 알아보곤 정성스럽게 커피를 준비하고, 난 음악 소리를 조금 낮추었다. 형님은 두 손으로 관자놀이를 감싼 채 한숨을 쉬었다. 조금이라도 심적 부담감을 더 느꼈다면 소리 내어 흐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닌 상태. 신현은 슬픈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곧 준비한 커피를 가지고 나온 리아는 “천천히 드세요.” 따뜻하게 권했다.



“어, 그래..고맙다. 리아야. 아저씨가 안 좋은 모습 보여서 정말 미안하다. 미안해, 견회씨. 장사해야 하는데..얼른 커피 마시고 일어날게.”



“그런 걱정하지 마세요. 같은 시장 이웃인데..리아야. 세탁소 형수님이랑 신현이가 오늘 일하는 국밥집에 연락해서 두 사람 좀 늦게 갈 거라고 해주겠니?”



“예. 제가 잘 말해 놓을 게요. 걱정 말고 말씀 나누세요.”



바로 전화를 거는 리아. 아주 예의바르면서도 두 사람에게 일이 있다는 걸 분명하게 전달한다. 형님은 그런 리아를 보다가 흑, 하고 숨을 몰아쉬었다. 신현이 장애를 얻기 전에도, 얻은 후에도 언제나 친절하고 상냥한 태도에 평소 고마워하고 있었지. “일단 커피라도 드시고 진정하세요.” 내가 재차 권한 후에야 잔을 들어 아주 천천히 마시기 시작한다. 신현도 평소 마시는 차가운 아메리카노로 목을 축였다.



“욱! 견회 형님. 정말로..욱! 죄송합니다.”

월, 수,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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