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by 김명현

‘너의 가까이에 이단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주께선 그들의 오만을 방관하지 않기로 결정하셨다.’


모처럼 편안한 기분으로 잠든 날. 나는 가브리엘의 명령이 반복되는 꿈을 꿨다. 여성성으로 주로 표현되지만 마호메트를 거칠게 몰아붙인 태도로도 알려져 있다. 끝나지 않는 악몽처럼 계속해서 이어진 음성에 못 이겨 눈을 떴을 때, 시간은 다섯 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빨간 실타래의 영업은 오늘로 끝나기로 된 상태. 지난주부터 리아는 빛나는 나무로 이직시켰고 영업 종료한다는 입소문도 파다해서 가게 일이라 해도 별거 없었다.



“그냥 더 잘까..”



중얼거린 것과 달리 난 자연스레 샤워를 했다. 이 좁은 방안에서 혼자 지내는 것도 얼마 안 남았구나. 타워 펠리스로 이직한 후 지낼 원룸을 생각하는 와중 몸의 물기를 닦고 검은 진 바지와 흰 와이셔츠를 차려입는다. 빨간색 나비넥타이까지 목에 걸자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꿈자리가 어쨌든 할 일은 해 보자고. 그렇게 생각하며 개점 준비를 시작한다.



케이크는 쇼케이스에 한번 넣을 만큼만 만들었다. 쿠키도 종류별로 3묶음 씩. 가게 내부를 싹 청소한 후 영업을 개시할 때까지 피로감은 별로 없는 상태. 아침 아메리카노를 사가는 이들을 맞이할 때 신경 써서 한명 한명에게 인사를 했다.



“그동안 이용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바쁜 출근길이니 그냥 가는 이들이 많겠지. 그런 내 예상은 틀렸다. 그동안 리아를 보러 온 사람들 중에서도 대부분이 나에게 답례했으니까. 내가 겁을 줬던 모습은 생각나지도 않는 듯, 정말 애석하다는 뜻을 비치던 한 사람은 몇 번이고 뒤돌아보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빨간 실타래가 없어지면 앞으로 아침 커피는 어디서 먹어요. 케이크랑 쿠키는 어떻게 하고요. 이거..저희 회사 사람들하고 돈 모아서 맞춘 정장인데...비싼 거 아니니까 거절하지 말아주세요. 이 근방에 오시면 꼭 연락해 주세요. 식사라도 한번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꼭이요.”



석현 씨는 울먹거리며 내게 잘 포장된 선물을 건냈다. 그 마음이 내 냉소적인 성격에도 정해진 걸까. 난 떨리는 손으로 선물을 받아들고 억지로 웃음 지었다.



“덕분에 그동안 장사할 수 있었어요. 꼭 기억할 게요. 정말 고마워요.”



정선 할머니가 며느리와 함께 왔을 때 나는 적잖이 놀랐다. 정선 할머니가 우리 가게에 오는 건 딸이라 생각하는 리아를 만나기 위해서 였으니까. 정신을 놓았지만 그래도 일상생활에서 겨우겨우 외줄타기 하듯 심신을 유지하고 있던 할머니. 내 손을 꼭 잡고 그 위에 이마를 댈 만큼 깊게 고개를 숙였을 때 난 놀라움보단 기쁨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단 세 마디. 2800년을 겪어오면서 늘 나를 울리는 건 이름 없는 민초들의 진심이었다. 며느리는 방울방울 떨어지는 눈물을 닦지 못한 채 우리를 바라본다. 내가 그 동안 이곳에서 헛살지는 않았나 보구나. 그런 기분이 이어졌다. 오늘 새벽에 들어온 장미와 안개꽃을 아낌없이 써서 만든 꽃다발을 든 종훈 할아버지, 내가 선물한 메이드복을 입고 커다란 과일 바구니를 가져온 가연을 보았을 때 나 역시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다들 가게 문을 닫는 날 나를 맞이하기 힘들 거라 생각한 걸까. 아무리 오늘로 문을 닫는다지만 이렇게 많은 이들이 찾아오다니. 이날 나는 그동안 살아온 일생 중 가장 많이 고맙다는 말을 듣고, 내가 기억하는 한 제일 오래도록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저녁 여섯시에 문을 닫을 때가 되어서야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침착히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어 시현의 빛나는 나무로 가 보았다. 빨간 실타래에서 일할 때와 똑같은 빅토리아 풍 메이드 복을 입은 리아. 익숙하기 보단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그 모습이 여느 때보다 아름답게 보인다. 커피를 맡아서 할 사람이 있으니 가게를 더 키울 수도 있을 거고. 리아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터. 오늘 장사할 빵은 다 만들었을 시현은 곧 창가 밖으로 보이는 내 모습에 조용히 가게 밖으로 나왔다.



언제부터였는지 마주 볼 때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지 않게 된 나와 시현. 시장에서 재미있는 소문으로 함께 했던 우리에겐 이별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을 낼 수 있어서 였는지 우리는 함께 시장을 거닐었다. 가게를 운영하는 동안 추억이 많았고 함께 무언가를 한 기억도 생각이 난다. 아주머니들이 보는 앞에서 으르렁대는 것 역시 간직할 만한 한 때겠지.



“앞으로 볼 일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선물을 하고 싶어서.”



다시 빛나는 나무로 돌아와 잠깐 가게 안에 들어간 시현이 내민 건 비단으로 쌓인 일본도였다. 와키자시라 불리는 사무라이의 검으로 보조 무기에서 할복용으로, 사무라이가 잠을 잘 때도 곁에 둘 만큼 중요한 무기.



“내가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기 삼년 전에 할아버지가 주신 거야. 수장 자리에 오르는 것을 할아버지에게 보여드리지 않은 것이 내 몇 안 되는 소중한 추억 중 하나지.”



“고마워. 소중히 간직하겠어. 너를 기억하는데 더없는 선물이 될 거야.”



중국 범죄 조직과 일본 야쿠자까지. 시실리의 마피아에 달하는 연줄을 가진 시현의 과거. 오가는 사람을 신경쓰지 않고 조용히 털어놓는 시현은 십대 소년처럼 순수하고 맑은 모습이었다. 자신의 눈빛 한 번에 수십명이 죽고. 가벼운 손짓은 수백명에 가까운 이들을 파멸시켰다는 이야기. 작은 계기가 되어 조직을 정리하고 모든 걸 버린 채 평범한 일상으로 달아났다는 마무리를 들었을 때 내 눈에선 한 줄기 빗방울이 떨어졌다. 놀라거나 슬픈 게 아니었다. 내 정체를 밝혀도 별다른 동요가 없을 법한 삶을 살아왔다는 사실이 기쁠 뿐.



“난 천사였어.”



시현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정신병자라고 생각하는 기색이 아니라 그저 그동안 겪어온 수많은 상황 중 하나라고 받아들이듯이. 난 오른 쪽 눈꺼풀을, 벨제붑의 시선을 두 번 깜빡여 핏빛 눈동자 안으로 수갈래 갈라진 동공을 증거로 보여주었다.



“가브리엘을 마리아에게 인도한 건 나야.”



옛 생각을 떠올리는데 집중하는 건 나였다. 조로아스터 교에서 영향을 받은 처녀수태. 진실이 어찌 되었든 간에 현재에 와서 곧장 사람들을 분열시키는 데 쓰이는 그 슬픈 문장을 언급하는 게 나로선 답답하고 화가 난다. 내게서 조금의 거짓이나 광증이 느껴지지 않음을 아는 시현. 세계의 암흑 경제를 쥐락펴락할 정도의 거물이었다면 눈앞에 천사가 있다는 것 따위 신기할 것도 없겠지.



“난 로마에서 크리스트교를 인정하기 전 주의 명령을 어겼고, 그 죄로 늑대가 되어 세상을 방황했어. 카톨릭 성인 돈 보스코를 지켰던 의문의 늑대 그랏 죠가 바로 나야. 김대건 신부의 시신을 신자들에게 돌려 준 것도 내가 한 일이고.”



사환 신부에게만 했던 이야기를 털어놓은 나는 가볍게 웃었다. 언젠가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까, 어쩌면 그건 의문이 아닌 소원이었는지 모른다. 시현은 오히려 손을 뻗어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 간단한 접촉이 천사 시절 주의 말씀을 들을 때처럼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는 건 어째서인가.



“그동안 이야기 하지 않느라 마음고생 많았어. 일본에서 오니를 실제로 봤을 때에 비교하면 숭고함마저 느끼게 해주는 걸. 흡혈귀들과 거래했던 유럽 원정도 생각나고. 결국 제일 무서운 건 그런 이형의 존재들마저 이용하는 인간이었어.”



내가 알지 못하는 영역까지 이야기하는 시현. 문득 내 눈앞의 청년은 천사와 비교해도, 어쩌면 그 이상으로 세상의 진실을 알고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친구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다가왔다. 더 이상 대화는 없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다가 내가 먼저 등을 돌려 자리에서 벗어난다.



게임기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즐거운 웃음 소리가 머무는 성당 창고에 다다랐다. 가출을 하거나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사환. 오늘도 거리를 떠도는 학생들을 모아 이야기를 들어주었겠지, 맛있는 저녁도 준비했을까. 다시 집이나 학교로 돌아가라고 억지로 주장하지 않고 부드럽게 달랬을 터.



난 언제나처럼 창고로 들어가기를 주저했다. 부끄러움? 생경함? 그런 게 아니다. 시현에게 내 정체를 밝힌 영향으로 감성적이 된 건가. 차라리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벨제붑의 시선과 가브리엘의 청력이 동시에 발동되는 가운데 분명하게 느낀다.



‘너의 가까이에 이단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주께선 그들의 오만을 방관하지 않기로 결정하셨다.’



천사는 살아있는 신의 의지. 인간이 도구를 들고 많은 일을 행하듯 천사는 신이 내리는 명령을 받들어 현실을 변화시킨다. 내가 맞서 싸워야할 이단은 아리마가 주관하는 여왕의 십자가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여왕의 십자가는 신이 부정할 정도의 세력이 못 된다는 걸 왜 지금에 와서야 깨달은 것일까.



난 불 꺼진 성당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한복을 입은 어린 예수님과 쪽진 머리의 성모가 함께하는 석상을 올려다본다. 우상숭배라고 비난하는 의견은 접어두고 서양의 역사를 이어온 그 믿음 앞에서 난 눈물을 떨구었다.



“주가 방관하지 않기로 한 이단은 바로 저였군요.”



생각해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벨제붑이 말한 대로 모든 것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 내가 주를 비난하고 인정하지 않았다는 건 현실. 가브리엘이 찾아왔을 때부터 목적은 나였던 걸까. 나는 성모상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잇달아 바람 소리가 들리면서 내 주변으로 다가오는 무언가. 줄곧 눈을 감고 있던 나는 시선을 열어 주변을 바라본다. 나를 중심으로 넓은 세 방향으로 서 있는 삼전사. 그리고 성모상을 등지고 나와 아주 가까운 곳에 선 아리마가 있었다.



“여기서 시작할 생각인가?”



내 목소리는 지나칠 만큼 편안했다. 아리마는 자신감과 확신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다. 주에게서 어떤 명령을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나의 존재를 부정할 수 있음이 아주 기분 좋은 모양이다.



“이단은 당신입니다. 저는 신의 명령을 받은 천사. 주의 의지대로 사악한 이단을 처단하겠습니다.”



나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리마의 얼굴이 일그러질 만큼 소리 내어 웃는다. 자학에 가까운 내 숨결이 더해갈수록 삼전사와 아리마에겐 저주처럼 인식되는 것만 같았다. 얼마나 웃었을까, 난 힘겹게 진정하며 숨소리를 안정시켰다.



“너무 화내지 마. 너를 비웃는 건 아니니까. 주가 인정할 만큼의 이단이 되었다는 사실이 재미있어서 그래. 내가 한 거라곤 정말 별거 없는 것 같은데..그 정도가 이단으로 불린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아리마가 당황하고 있음은 분명했다. 예상외의 반응이기 때문일까. 어쨌든 피차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난 여유 있게 팔을 펼치며 입을 연다.



“자, 덤빌 거면 서둘러 해 보자고. 피차 명령받은 대로 움직이는 형편인데. 굳이 시간을 끌 필요는 없잖아.”



“이곳은 분명한 성전. 피로 더럽히기엔 아까운 곳입니다. 조금 더..당신에게 어울리는 곳에서 처형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난 왼쪽 눈을 신경질적으로 찡그렸다. 우리가 마주보고 있던 시간은 인간의 잣대로 생각하면 꽤나 긴 시간이었다. 저녁 무렵 찾아왔던 성당엔 어느새 아침 햇살이 비추고 있었으니. 사환과 아이들이 밤새 창고 밖으로 나오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나에게 어울리는 곳이라. 난 턱짓으로 바깥을 향하며 걸음을 내딛었다.



“따라 와.”



나의 걸음에 맞추어 아리마와 삼전사는 뒤따라 왔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내가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놀러가는 걸로 생각하지 않을까. 내가 오랫동안 아침을 여는 데 함께 했던 빨간 실타래 앞까지 다가왔을 때, 아리마에게서 느껴지는 흉흉한 기운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두려울 만큼 분명하게 터져 나오는 뼈와 뼈가 맞부딪히는 소리. 삼전사는 일제히 내게 덤벼들었다. 관자놀이. 턱. 복부를 노리고 날아든 공격을 방어했지만 충격은 내장이 흔들릴 만큼 엄청났다. 난 큰 동작으로 양손을 뿌리쳤고, 삼전사들은 순식간에 몇 미터 뒤로 흩어진다.



“역시나 제법 하는 구나. 아리마가 마지막까지 아끼고 있던 개들인 만큼 그 정도 값어치는 하는 모양이야. 지저분한 오락실에서 사육된 것치곤 충직힌 것 같아.”



싸구려 도발로 상대의 신경을 긁는 건 내 본능이 된 것 같다. 지금까지와 달리 사도들이 쉽게 흥분하진 않지만 어쨌건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는 건 다 하는 게 좋을 테니까. 삼전사는 십대 정도의 소년, 이십대로 보이는 청년에 그 중간 나이쯤 되는 소녀였다. 순간적인 타격이었지만 힘이 어마어마 하다. 어설프게 싸웠다간 곤죽이 될 때까지 얻어터지겠지. 난 자세를 낮추어 뒤쪽 발에 무게 중심을 실었다. 중국 무술의 동작을 시연하여 잠시 감을 살피다가 순식간에 날아올랐다.



공중에서 발차기를 연속으로 네 번 구사한다. 위력을 추구한 게 아니라 심리적 교란을 노린 도발성 공격. 가장 강해 보이는 청년에게 가했는데 간결한 방어를 굳힌다. 그와 동시에 지면에 내려앉은 내 양 쪽에서 소년과 소녀가 동시에 높은 동작의 킥을 날렸다. 내려찍는 공격이었는데 내가 순간적으로 물러나지 않았다면 두개골이 함몰될 수준의 위력이었다.



‘이것들은 싸움을 할 줄 아네.’



난 가학적인 웃음을 지으며 거칠어진 숨을 달랬다. 이미 인간 육체의 한계로 움직이고 있어 몸 군데 군데 개미굴 같은 통증이 의식을 파헤친다. 발목뼈에 균열이 간데다 무릎 연골은 파열된 상태. 오른쪽 전완근이 끊어지고 왼쪽 팔꿈치가 일부 부서져 뼛조각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아리마는 가만히 서서 증오로 가득 찬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위선과 가식보단 훨씬 괜찮은 표정.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나선 시장 사람들의 당황한 외침과 겁에 질린 시선. 나를 알아보는 광경 사이로 어린 타락천사는 소리가 날 만큼 이를 맞부딪힌다.



“이러니까 당신이 이단이 된 거야. 우리한테 혼자 죽으면 되지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장소를 정하다니..좋아. 정을 준만큼 그 이상으로 괴로울 테니까. 마음껏 저항...”



지극히 차갑고 경멸 어린 목소리는 끝까지 유지 되지 못했다. 내 정면으로 돌진해 오는 청년 사도 앞을 장애가 있는 해병대 출신 신현이 막아섰을 때, 아리마의 아름다운 얼굴은 보기 괴로울 만큼 일그러졌다.



“욱! 당장 가버려! 욱! 견회 형을 괴롭히면! 욱! 내가 가만히 안 있어!”



“방해하지 마라!”



청년 사도는 회전이 큰 백 블로우 펀치를 신현에게 날린다. 가드를 무시할 정도의 강렬한 공격. 신현의 막는 동작도 균열이 가듯 흔들리지만 무적도의 달인답게 오히려 충격을 이용해 필살의 뒤돌려차기를 구사했다. 정확히 턱에 명중해 사도는 자세를 무너뜨린다. 그와 동시에 팔극권의 팔꿈치 공격. 이문정주가 완벽한 균형과 힘의 작용으로 날아든다.



“이놈들! 우리를 얕보지 마라!”



난입한 건 무술가 신부 사환이었다. 그동안 날 돕고 싶다고 계속 말했는데 이렇게 덕을 보는 군. 동서양 무술의 원리를 알고 있는 그라면 사도 역시 쉽게 상대할 순 없었다. 신현과 사환이 연계하여 공격을 가하는 사이 청년은 나에 대한 반응을 거둔다.



“어리석은 것들아! 이단을 돕는 것들은 마찬가지로 취급할 수 밖에!”



청년이 신현과 사환을 상대할 때, 난 이를 악물었다. 주가 나를 이단으로 판단한 것은 내 이웃들까지 영향을 받는 다는 이야기. 어떻게든 빨리 끝내야 한다. 오늘은 토요일. 이미 시장의 아침이 한창인 시간. 가만히 서서 나를 노려보는 아리마 만을 의식하기엔 주변 사람이 많았다.



“뭐야, 무슨 일이야? 웬 어린애들이 견회 씨를 때리고 있는 거야?”



“사내들은 모두 나와! 어서 말려!”



“경찰에 신고부터 해야 해!”



소란 사이로 들려오는 몇몇 목소리에 희망을 갖는 건 무리였다. 여왕의 십자가라는 단체의 총장인 아리마가 경찰들 따위 매수한지 오래 일테니. 신현이 동작이 큰 공격을 가하는 사이 빈틈을 노려 정확히 주먹과 족도를 꽂아 넣는 사환. 어느새 각자의 호흡에 맞춰 맹공을 쏟는 두 사람은 과연 고수였다.



나를 몰아붙이는 소년과 소녀 사도는 무리해서라도 단번에 내 숨통을 끊을 셈이었다. 어차피 나만 죽이면 이기는 것이니 합리적 결정. 주변 사람들 따위 신경쓰지 않으려 했으나, 내가 시장에서 받는 평판이 그걸 저지한다. 작업복 차림의 백안이 벼락같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자 소년은 갑작스런 공격에 뒤로 물러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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