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 소비자 기만?
2024년 중국에서 꽤나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중국 심천에 위치한 Xiaomeisha Sea World 수족관에서 올해 10월 리모델링 후 개관하면서 고래상어를 볼 수 있다고 홍보하면서 시작되었다.
고래상어는 아쿠아리움에 있어 다이아몬드와 같은 존재이다. 최대 18m까지 자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어류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어 그 가치가 상당하다. 다만, 크기애서 유추할 수 있듯 웬만히 큰 수족관도 수용하지 못할 정도이며, 실제로 현재 고래상어를 사육하는 아쿠아리움은 미국에 1곳, 일본에 3곳 총 4곳밖에 되지 않는 실정이다.
2024년 10월 재개장을 하는 Xiaomeisha Sea World에서는 고래상어를 볼 수 있다고 대외적으로 홍보를 하였고 많은 중국 관람객들이 큰 기대를 안고 개장날 방문을 하였다.
막상 대형수조에 간 그들은 기가 막힌 관경을 보게 되는데 수조를 유영하고 있는 고래상어가 실제가 아닌 로봇이라는 사실이었다.
이 로봇은 4.7m로 고래상어와 유사한 모습으로 제작되었다. 실제 헤엄치는 모습을 구현하기 위하여 로봇 중간중간에 관절을 삽입하였고, 입과 아가미를 실제로 열고 닫는 행동과, 잠수, 회전등의 운동기작도 할 수 있게끔 설계되었다. (대충 10미터 깊이까지 잠수가능하며, 실시건 모니터링 및 촬영도 가능)
이렇게 공학 쪽으로 본다면 엄청난 설계인 것만은 분명하다만, 관람객의 반응은 안 좋은 쪽으로 뜨거웠다.
그들이 보고자 했던 것은 실제 고래상어였고, 이런 로봇을 상상하진 않았던 것이다.
아쿠아리움 측도 즉각 해명에 나섰다. 논란에 대해 그들은 중국 내 법적 제한을 준수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말했으며, 실제로 중국 정부에서는 2019년부터 고래상어와 같은 해양생물 포획 및 상업적 거래를 금지하였다.
당사는 실제가 아닌 로봇을 전시하여, 해양생물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창의적 시도라고 운운하였고.
로봇 제작에 수백만 위안이 사용된 만큼 교육적 측면에서 너그럽게 봐달라는 입장을 보였다.
고래상어는 중국 내 법적 제한을 넘어 여러 가지 국제법에 의해 보호 및 상업적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3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1. CITES 부속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적인 거래로 인한 동식물의 생존위협을 방지하기 위해 1975년 발효된 국제법이다.
본 법령은 부속서 I, II, III으로 생물종을 분류하여 보호하고 있다
부속서 I에 속하는 종은 무역 금지 대상이다. 말 그대로 특별히 허가된 사안이 아니라면 무역이 엄격히 금지되는 종이다. 본 부속서에 속하는 어류는
부속서 II, III에 속하는 종은 무역 규제 대상이다. 이에 해당하는 생물을 수출 및 수입 시 생태계에 손상이 없음을 당국이 입증한 이후 CITES 관리국에서 수출허가가 나와야만 무역이 가능한 종들이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인 고래상어가 부속서 II에 속하는 생물이다.
2. 유엔해양법협약 (UNCLOS)
여러 국가의 해역을 넘나드는 고도회유성 어종인 고래상어는 본 협약에 의해 각국에서 자국 배타적 경제수역 (EEZ)에서 포획과 같은 행위를 제한되며, 고래상어를 보호할 의무가 부여된다. 이와 같은 국가 간 공동관리를 통해 고래상어 및 각종 회유성 어종의 남획을 방지하고, 해양생물 보존을 촉진하고 있다.
3. 이주종 보존 협약 (CMS)
본 협약은 여러 국가의 해역을 넘나드는 이주성 해양생물의 보호를 위한 다국가 협력조항이다.
고래상어는 앞서 언급하였듯 이주성 해양생물로서 여러 국경을 넘나들면 유영을 하는 어종이다.
이들의 서식지 및 이동경로의 안정성을 유지하고자
협약 회원국에 공동의 노력이 요구된다.
추가로 본 협약에서 후원을 통해 만들어진 Shark MOU는 고래상어를 포함한 상어 및 가오리류의 보호 별개로 집중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CMS를 제외한 UNCLOS와 CITES 2가지 협약에 가입되어 실정이다.
1996년 중국은 UNCLOS의 국제 중재 조항을 일부 거부하고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에서 자국의 해양 권리를 주장하는 등의 협약을 독자적으로 해석하여 이행하는 등의 기행을 펼친 사례도 있다.
잡음이 어느 정도 있음에도 일단은 본 2가지 협약에 가입되어 있는 상태인 것은 명백하긴 하다..
시선에 따라 달리 볼 수 있는 이야기라는 말이 많다. 아쿠아리움관계자를 포함한 한쪽에서는 자연환경보호를 관객으로 하여금 상기시킬 수 있다는 명분으로 큰 의의가 있다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아쿠아리움이 본디 갖고 있던 목적성에 (살아있는 생명체를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기회) 위배되어 기만의 행위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한다. 꽤나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는 논쟁점이지만...
의외로 답은 명백하다. 이유는 고래상어 로봇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2022년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Haichang Ocean Park 이미 한차례 선보인 적이 있다. 당시 반응은 24년에 일어난 그것과 굉장히 달랐다. 상이점이 바로 아쿠아리움의 홍보방식에 있다. 상하이에서 로봇 고래상어를 첫 전시에 들어갈 때는 목적성은 뛰어난 기술력을 통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상기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고, 당시 관객들도 호불호 없이 모두 긍정적으로 평하였다.
그렇다면 24년 Xiaomeisha Sea World에서는 무엇이 문제여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을까?
그들은 리모델링이 완료되는 시점까지도, 고래상어 로봇을 전시한다는 말이 아닌 "고래상어"를 전시하겠다는 말로 홍보를 해왔다고 한다. 그야말로 돈에 눈이 먼 새빨간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고래상어는 아쿠아리움의 가치를 몇 배로 끌어올려줄 수 있는 생명체이다. 결국 그 가치를 통해 상업적 이익을 얻어내기 위해 거짓말로 홍보를 해왔던 꼴이다. 그리고 지나치게 비싼 티켓값을 책정해 놓은 상태이다 보니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뿔이 나는 게 당연했을 것이다.
결국은 태도의 문제인 것이다. 만일 사실대로 로봇을 전시한다고 고지를 했다면, 이렇게까지 비난을 당하진 않았을 것이다. 아쿠아리움 측에서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상업적 이익을 위해 고래상어를 들일 수 없는 상황에서 조차 예비 관객들에게 거짓말을 하였던 것이다.
적절한 통찰을 통해 미래를 내다보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