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LG전자의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전략은 상반기에는 유니버설 하드웨어를 통한 매스 프리미엄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하반기에는 모험 정신이 뛰어난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폼팩터의 하드웨어를 시장에 안착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유니버설 하드웨어로 깔끔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나름 준수한 매스 프리미엄 제품인 벨벳을 상반기에 출시했으며, 하반기에는 과거 피쳐폰 시절에나 떠올릴 수 있었던 가로본능을 스마트폰 폼팩터로 이식해서 가져온 LG WING을 시장에 공개했습니다.
어쩌다 보니까 LG WING을 지난 9월 말부터 시작해서 약 3개월 정도 진득하게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번 이야기에서는 LG WING을 사용하면서 그동안 느꼈던 점들에 대해 몇 가지 차근차근 떠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기술사양
디자인 및 설계
LG WING의 디자인은 매우 깔끔하게 잘 되어있다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출시되는 많은 스마트폰이 노치 또는 카메라 홀을 통해서 전면 디스플레이의 일부를 잘라먹고 있는 반면, LG WING은 전면 카메라는 팝업 방식으로 숨기고, 근접 센서는 상단 베젤 속에, 스피커는 스위블 폼팩터를 활용하여 디스플레이 뒤로 숨기는 것으로 매우 시원하면서 깔끔한 6.8 인치 20.5:9 비율 디스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디자인은 후면 디자인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록 물방울 카메라로 미려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던 벨벳만큼은 아니지만 카메라 섬이 렌즈 크기 순서대로 정리되어 꽤나 깔끔하게 잘 되어있으며, 너무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너무 심심하지도 않은 적절한 색상을 통해서 매우 깔끔한 뒷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LG 로고 역시 희미하게 비추어 보이는 수준이라 지금 현 상황에 대해 자신 없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고 있어 한 편으로 씁쓸하지만.. 디자인적 관점에서는 깔끔함을 더 살려주고 있습니다.
스위블에 있어서는 아쉬움과 동시에 놀라움이 같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전면 디스플레이를 왼쪽으로 미는 것으로 정말 부드럽게 스위블 할 수 있으며, 이후 나타나는 3.9인치 1.15:1 비율의 디스플레이는 확실히 V50/V50S에서 보여주었던 듀얼 스크린만큼 만족스러운 크기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보조 디스플레이로 사용하기에는 제격인 크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위블 하면 좌우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디스플레이의 뒷면은 도트 무늬가 있어서 디자인 적으로 심심함을 달래주고 있습니다. 정말 아무런 무늬가 없었다면 매우 심심하게 다가왔을 것 같은데.. 과하지도 않고 딱 적당한 것 같습니다.
스위블에 있어 매우 놀랍게 다가온 부분은 두말할 것도 없이 하드웨어 설계입니다. 매우 부드럽게 스위블 하여 화면 전환을 할 수 있도록 댐퍼를 사용하여 회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하드웨어 충격을 흡수, 정확한 위치에 탁! 하고 부드럽게 멈추는 것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 역시 같이 존재하는데요.. 유동성 하드웨어 같은 경우 적당한 유격이 있어야 매우 부드럽게 동작하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 약간의 계산 미스가 있었는지 하드웨어에 따라서 중간에 걸려서 멈추는 경우도 많이 있었습니다. 주변에 일반 사용자 단말부터 시작해서 매장에 전시되어있는 DP 단말까지 대략적으로 약 20대 정도 확인을 해보았는데 절반 가까이가 중간에 멈추는 경우가 한 번씩은 발생했습니다.
놀라움과 아쉬움 두 가지를 동시에 주고 있으니 매우 씁쓸합니다.
성능
1+1+6 구조의 ARM big.LITTLE 설루션을 사용하는 Qualcomm Snapdragon 765G 플랫폼을 사용하는 LG WING의 성능은 프리미엄 제품이라 부르기 참 미안할 정도로 정말 아쉬운 성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SD765G가 5G 원칩이라 보드 설계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장점을 제외하면 이득이 전혀 없는 상황이나 다름없습니다.
사실상 1~2세대 전 프리미엄 스마트폰 대비 동급, 또는 조금 더 떨어지는 성능을 가지고 있으며, 상위 공정으로 만들어져서 전력 소모에 있어서 유리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프리미엄 제품에서 사실상 보급형 스마트폰이나 다름없는 성능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게임 등 하드웨어 부하를 많이 주지 않는 경우라면 충분히 잘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성능입니다. 하지만, LG WING은 스위블 폼팩터의 하드웨어로 사용 환경에 따라 두 개의 디스플레이를 동시에 송출하는 하드웨어입니다. 정말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상대적으로 다른 하드웨어 대비 처리해야 되는 양이 두 배 더 많은 하드웨어입니다.
더군다나, 강조하고 있는 카메라 짐벌 모션 기능에 있어서도 촬영 후 처리 및 디테일한 그래픽 후처리에 있어서 SD845 이후의 SD800번 대 칩셋을 사용하고 있는 다른 프리미엄 단말기 대비 부족한 모습을 보일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성능에 있어서 왜 이런 선택을 했던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최근 SD800번 대 칩셋이 5G 원칩이 아니라고 하지만, LTE 시절과 달리 배터리를 미친 듯이 소모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모험을 하면서 제대로 장비도 갖추지 않고 모험하는 느낌이라 참 안타깝습니다.
카메라
LG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LG V50S ThinQ 이후로 망원 카메라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인데요? LG WING 역시 망원 카메라 없이 64MP 광각, 13MP 초광각, 스위블 모드 전용 12MP 초광각 카메라 구성으로 트리플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카메라 촬영을 강조한 제품답게, 촬영 결과물에 있어서는 괜찮은 모습을 여럿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과물에 있어서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준수한 수준의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으며, AI 보정 기술을 통해서 장면 별로 개선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짐벌 촬영에 있어서는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요? 후처리에 있어서 매끄럽지 못하거나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아쉬웠던 부분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짐벌 기능을 제대로 살려서 흔들림 없이 괜찮은 결과물을 여럿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LG WING을 사용하면서 정말 많이 사용한 기능입니다. 사실상 영상 촬영이 LG WING을 사용하는 주된 이유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지요.
소프트웨어
LG WING은 안드로이드 10 기반으로 LG UX 9.0 WING UI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달 뒤면 안드로이드 11과 LG UX 10.0으로 판올림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금까지 사용하면서 느꼈던 부분들에 대해서 차근차근 집어보고자 합니다.
먼저, LG WING에는 무려 다섯 가지의 홈이 내장되어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스위블 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본 홈, 기본 홈(홈&앱 서랍), 이지홈 이렇게 세 가지를 제공하고 있으며, 스위블 한 상태에서는 두 개의 화면에 각각 스위블 모드 전용 홈이 실행되는 구조입니다.
사용자의 필요성 및 하드웨어 설계에 따른 사용자 경험에 따라 여러 가지 홈을 제공해주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매우 괜찮게 다가오나, 문제는 홈 화면 간의 전환 속도입니다. 지금은 몇 번의 업데이트 이후 많이 나아졌지만, 확실히 각기 다른 홈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애니메이션 지연(delay)은 아쉬운 수준입니다.
그동안 사용하면서 여러 번 반복해서 본 결과, 원인은 자체적인 커스텀 애니메이션을 사용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시간 및 애니메이션 실행 타이밍을 잘 잡지 못해서 아직까지 지연이 없지 않아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데.. 부단하게 업데이트하여 지연 없이 깔끔한 애니메이션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스위블 모드에 있어서는 괜찮다는 생각과 함께 호환성에 있어서 너무나도 아쉽게 다가온 경우가 많았습니다. 먼저 괜찮게 다가온 부분부터 살펴보자면, 대표적으로 차량에서 사용할 때를 손에 꼽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장거리 운전 시 스마트폰 화면을 2:1 비율로 나누어서 내비게이션 앱과 음악 앱을 띄워두었는데, LG WING에서는 스위블 폼팩터를 활용하여 가로로 큰 화면에 내비게이션 앱을, 아래의 작은 화면에 음악 재생 화면을 띄워두니 정말 편리했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할 때, 작은 화면을 사용해도 문제없는 앱에 대해서는 매우 큰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습니다.
하지만, 스위블 폼팩터의 호환성에 있어서는 매우 크게 아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장 S사의 폴더블 스마트폰만 하더라도 구글과의 협력을 통해 유튜브에서 폼팩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반면, LG WING은 유튜브에서 제대로 된 폼팩터 활용은 일절 불가능합니다. 그저 재생과 정지 관련해서 컨트롤만 할 수 있는 수준이지요. 그나마 제대로 활용 가능한 것이 웨일 브라우저를 통한 PIP 모드를 통한 영상 재생인데.. 과연 이게 맞는 방향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단 말이지요.
유튜브는 해외 앱이니 그렇다고 치고, 시야를 돌려서 국내 앱을 살펴보지요. 웨일 브라우저를 제외하고 국내 앱 중에서 플랫폼을 제대로 활용하는 앱은 정말 찾아보기 힘듭니다. 아니 없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만족스럽게 사용했던 차량 환경에서의 사용에 있어서도 아쉬운 부분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당장 많은 분들이 사용하고 있는 내비게이션 앱인 T맵 같은 경우 스위블 모드에서 블랙박스 기능이 동작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스위블 하지 않은 상태에서만 블랙박스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충분히 양사 간의 협력을 통해서 단기간에 해결이 가능한 문제로 보이는데 출시한 지 몇 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지원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상 스위블 폼팩터에 대한 활용성을 늘리고자 하는 모습이 안 보인다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고 있습니다. 새로운 폼팩터를 시장에 내놓은 것도 좋지만, 그만큼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협력하여 활용성을 확보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이외 나머지 소프트웨어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히 이전 LG UX 보다 역변했다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나아졌습니다. V50/V50S를 사용하면서 제가 아쉽게 다가왔던 소프트웨어 디테일적 요소들이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이루어졌고, 전반적인 UI&UX 완성도가 정말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물론, 몇몇 회사를 많이 벤치마크 한 것 같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지만.. 그래도 이 정도 완성도면 준수하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정리해서 소프트웨어 완성도는 많이 향상되었지만, 새로운 폼팩터인 스위블 모드에 대한 활용성 확보는 아쉬운 수준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LG WING을 약 3개월 동안 사용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정리하여 차근차근 떠들어보았습니다.
확실히 익스플로러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품으로 공개된 LG WING은 옛 피쳐폰 시절의 폼팩터를 가져와서 현시대에 맞추어 탈바꿈한 모바일 플랫폼 이지마, 바 형태로 오랜 시간 동안 고정되어있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참신하다 느껴질 정도로 접거나 마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색다른 시도를 한 제품이라고 생각됩니다.
더군다나, 색다른 시도를 하는 하드웨어인 경우 대다수 내구성이 취약하거나 구조적으로 아쉬운 경우가 참 많은데.. LG WING은 설계 레벨부터 꽤나 완성도 높게 만들어져서 더욱 인상적인 제품입니다. 피쳐폰 시절의 하드웨어 설계 짬밥이 어디 가지 않았음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만, 색다른 시도인 만큼 다양한 협력을 통해서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지원되는 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정말 아쉽다’를 넘어서서 ‘이럴 것 같았으면 아예 시도 조차 하지 말든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 정말 씁쓸하고 아쉬웠습니다.
조금이라도 플랫폼에 활용되는 앱이 더 많았다면.. 처참한 판매량과 함께 서비스 센터에서 수리 불가능한 이전 세대 제품의 교체품으로서 활용되는 일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시도에 비해서 결과가 참 아쉽게 느껴집니다.
부디 다음 세대 익스플로러 프로젝트 하드웨어인 LG 롤러블에서는 LG WING이 이겨내지 못한 새로운 폼팩터에 대한 지원이 문제없기를 바라며.. 그리고 LG WING도 향후 업데이트와 협력을 통해서 폼팩터 지원이 늘어나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