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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류아 Mar 07. 2022

그냥 이 모든 상황이 웃음 벨일 뿐.

GOS 보다는 GOS에 대처하는 태도가 문제다.

어느덧 10년하고 조금 더 지난 이야기입니다. 큰맘 먹고 당시 별의별 국뽕으로 홍보하던 스마트폰 하나를 구매했습니다. 옴니아라고.. 기억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있으실지는 모르겠습니다. OS 대비 부족한 메모리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그저 좋다고 신나게 사용했습니다. 처음으로 가진 스마트폰(?)이자 터치 폰이었고, 그전까지 사용하던 모토로라 폴더 폰과 비교해서 매우 신선했었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흘러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시작하면서 점점 느껴지기 시작하는 차이점, 그리고 부족하다 못해 없는 수준의 애플리케이션과 사후지원에 너무나도 크게 실망했고, 그 뒤로 갤럭시 알파가 출시되기 전까지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구매 대상에 일절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쳐다보지도 않았지요. 심지어 갤럭시 알파조차 마음에 들어서 구매했다기보다는 선택지가 줄어들어서 불가피하게 선택한 제품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갤럭시 알파는 생각했었던 것보다 꽤 괜찮은 제품이었고, 뒤이어서 경품으로 받아 사용하게 된 갤럭시 S6는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이후 그리 많지는 않지만 사용하는 삼성 제품마다 약간의 아쉬운 점이 있어도 나름대로 만족하면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모든 생각이 옴니아 이후로 돌아갔습니다.


GOS, UX 계열 솔루션이 언제나 그러했었던 것처럼 의도는 좋았습니다. 배터리 수명 향상, 발열으로부터 하드웨어 보호, 그리고 거의 희박할지도 모르는 저온 화상으로부터 사용자 보호까지, 왜 이를 추가했는지 이해는 했습니다.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안전 대책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훨씬 나으니까요.


그러나, 적어도 사용자에게 선택 권한은 부여했어야지요. 소비자마다 니즈가 다 다르고, 사용하는 용도가 다 다른데.. 그걸 굳이 강제 적용해가면서 일관화 시킬 필요가 있었을까요, 그동안 조용히 넘어왔던 것이 신기한 수준이었을 뿐, 문제가 될 소지는 차고 넘쳤습니다. 그리고 지금 현시점에서 여러 가지 기폭제가 터지면서 소비자의 인내심은 마지노선을 넘었습니다. 더 이상은 참아줄 수 없다는 것이지요.

삼성 맴버스 내 공지사항 - 22년 3월 5일 18시 기준


이러한 상황 속에 대응은 매우 중요합니다. 한 커뮤니티의 전반적인 운영 방향타를 잡고 있던 시절, 누누이 다른 스탭분들에게 하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言은 아 다르고 어 달라서 읽는 사람마다 이해하고 생각하는 것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전달하는 데 있어 항상 조심하고 주의해야 된다고,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고.. GOS 관련 첫 공지부터 시작해서 추가적인 공지까지, 과연 이게 국내 1위라고 하는 기업에서 나올 수 있는 공지사항인지 의문이었습니다. 메르스가 유행할 당시 이게 진정한 사과문의 정석이지 하고 누구나 공감했던 곳에서 나온 공지사항인지 의문이었습니다. 아, 그건 삼성에서 나온 공지사항이고 이번엔 삼성전자에서 나온 공지사항이니 엄연히 다른 곳에서 나온 것이라 그런 걸까요, 실망을 넘어서서 한 숨과 함께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습니다.


첫 공지사항은 사과 한 마디 없이 '원래 이러려고 했던 것인데 말이 많네, 선택 옵션 줄게', 이후 보충된 공지사항은 조금 더 다듬어져서 사과하면서 상황을 설명하지만 결국 '일부 사용자의 니즈에 맞추어서 뒷문도 열어줄게'.. 참 이게 브랜드 가치를 고려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이야기였는지 의문입니다. 또한, 벤치마크 조작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실상은 긱벤치에서는 벤치마크 조작이라 판단하고 S10 이후의 모든 S 시리즈를 퇴출 시켰고, 추가적으로 테스트 결과가 나오는 대로 추가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제품으로 애플과 어깨를 견주기는커녕 가성비로 무장하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과 동일한 위치로 추락했습니다.


기본 애플리케이션 광고, 원가절감 등 최근 몇 년 동안 제 살을 갉아먹다 못해서 없애지 못해 안달 나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당장 현시점의 실적이 그렇게나 중요하던가요? 잘 만들어진 브랜드의 가치는 미래의 먹거리입니다. 정말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야 만들 수 있는 것이고, 이번처럼 소비자의 원성이 많을 때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소비자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빠르게 문제점을 개선할 방향을 제시해야 되는데.. 왜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부숴버리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삼성전자 제 53기 정기주주총회 안건 중


이 상황 속에 열리고 있는 주주 총회는 한 사람의 사내 이사 선임이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누가 모든 것의 원흉인지 추측 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나름 갤럭시 스마트폰 브랜드를 만들어낸 공로자 중 하나라 그저 아니겠지 하고 넘어갔는데.. 현실은 그게 아니더군요. 더 이상은 그냥 넘어갈 상황이 아닌 것 같습니다.



기업에게 있어 원가 절감은 당연한 프로세스고, 분명히 진행은 해야 되는 프로세스입니다. 하지만, 투자를 해야 될 때는 분명하게 투자해서 미래 가치를 확보해야 되는 부분입니다. 과연 이 사람이 이걸 제대로 했는가를 놓고 보았을 때.. 현재 이슈는 전혀 아니라는 것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개미이지만 이번에는 확실하게 주주 권리를 행사해야겠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해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이번 GOS 이슈 관련해서 정확하게 무엇이 원인이다고 집어낼 수는 없지만, 그동안 커뮤니티, 언론 등을 통해 흘러나온 여러 정보들을 조합해 보면, 파운드리 사업에서 공정 수율이 좋지 못하다 보니 칩셋의 전력 소모량과 발열이 매우 높은 상황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하드웨어 적으로 베이퍼 챔버를 비롯해서 발열 제어 솔루션에 투자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가 절감 등으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결과로 추론됩니다. 거기에 더불어서 LSI의 설계 역량 부족인지 모르겠으나 엑시노스 칩셋은 목표 수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보이고요. 참 이러나저러나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제가 삼성전자 갤럭시를 메인으로 사용하는 이유에는 스마트폰이 주고 있는 만족감, 그리고 아직까지 애플과 비교해서 부족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서 여러 기업들과 협력해서 구성해 나가는 갤럭시만의 생태계가 꽤나 마음에 들고 괜찮아서입니다. 비록 아직까지 개선해야 될 것이 산더미지만 옛날과 비교해서 꽤 많이 발전해서 서로 다른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잘 연동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로 굳이 이 생태계를 계속 사용할 필요성이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되기 시작했습니다.


위기의 삼성이라고 위기 상황일수록 그다음이 괜찮다고 하던가요, 이번 일로 갤럭시 브랜드에서만 세 번 째입니다. 한두 번은 몰라도 세 번째부터는 실력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모르겠으나,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내고 향후 몇 년 동안 낮아진 브랜드 가치를 살려내기 위해 얼마나 투자를 할는지 의문입니다. 이참에 아예 프리미엄을 버리고 가성비로 가버리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없지 않아듭니다.


이번 GOS 이슈 결과를 보고 앞으로 제가 어떤 결과를 도출해 내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긍정적이다고 생각되는 개선 방향이 나오고, 그게 잘 이루어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장기간에 걸쳐 사용하고 있는 생태계에 변화를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삼성전자 모바일 디바이스를 구매하는 데 있어 다른 제조사보다 조금이나마 더 불리한 위치에 놓고 볼 수도 있고요. 뭐 어찌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생각했었던 것보다 더 나은 결과가 나온다면 또 달라지겠지요. 부디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좋은 방향으로 해결해 주길 바라면서 글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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