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자체 개발 게임의 한계가 명확한 것 같다.
모바일 게임의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마을 이장도 되었다가, 사령관도 되었다가, 최근에는 선생이 되었지만 유독 한 가지 장르 만은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바로 MMORPG인데요, 시간을 투자한 만큼 캐릭터의 성장으로 돌아와서 참 좋아하는 장르이고, 10여 년 전에는 연어 겜에 푹 빠져서 PC방에 살았던 적도 있을 정도이지만, 모바일 게임에서는 전형적인 양산형 게임이 참 많았기 때문에 관심조차 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 유명한 원신조차 말이지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참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모바일 게임인 세븐나이츠가 오픈월드 MMORPG로 출시한다고 하길래.. 전형적인 양산형 게임이 되어있지 않을까 걱정이 참 많이 되지만 한 번은 속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7월 28일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이 오픈된 이후 며칠 동안 플레이를 하면서 느낀 점을 바탕으로 정말 오랜만에 게임 후기를 남겨보고자 합니다.
먼저, 플레이하면서 느꼈던 장점부터 살펴보면, 캐릭터 생성 시 대다수 모바일 MMORPG 게임이 기본적인 틀에서 약간만 변경할 수 있도록 되어있던가, 고정된 캐릭터를 선택하도록 되어있는 반면, 세나 레볼루션은 PC의 테라, 검은 사막 등 대형 MMORPG 게임처럼 개인의 취향에 맞추어서 꽤나 디테일하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기본 프리셋도 꽤나 괜찮은 형태가 여럿 있는데요, 기본 프리셋에서 약간만 취향에 맞추어서 손보아도 꽤나 괜찮은 캐릭터를 뽑을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인게임 컷신에 있어 사용자 캐릭터를 바탕으로 돌아간다는 점입니다. 요즘 출시한 대다수의 온라인 게임이 스토리 진행을 위한 컷 신을 재생할 때, 기본 캐릭터를 바탕으로 동영상을 재생시키거나, 사용자 캐릭터를 특정 위치에 세워두고 다른 캐릭터로 서사를 진행시키는 경우가 참 많은데..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은 스토리 상 주인공인 사용자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직접 디테일하게 꾸며 둔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세 번째는 PC 버전을 지원한다는 점인데요, 요즘 출시되는 일부 모바일 게임이 원신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PC에서도 별도의 안드로이드 앱 플레이어 없이 자체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고 있는데요, 세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넷마블 런처를 통해서 PC에서도 플레이를 할 수 있는데요, 키 배치가 일반적으로 PC 용으로 출시된 FPS, MMORPG 게임과 동일해서 편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은 장점이자 동시에 단점이기도 한데요, 바로 자동 사냥 기능을 지원하고 있어서 반복적인 플레이 시 피로도를 약간 줄여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 많은 MMORPG 게임이 매크로를 막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사용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모바일 게임 시대로 넘어오면서 참 인식이 많이 변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다만, 이 자동 사냥 기능이 참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는데요, 스토리 진행을 위한 퀘스트 진행 시 사용자 의중과 상관없이 자동으로 진행하고 있어 너무 과하게 개입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리고 사냥에서는 회피나 방어는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쉬움 난이도에서는 어느 정도 자동 포션으로 버틸 수 있지만, 보통 난이도로 넘어가는 순간 버겁습니다. 결국 자동 사냥을 돌려놓고도 사용자가 보면서 틈틈이 개입을 해야 돼서 아쉬웠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아쉬웠던 점을 살펴볼 것인데.. 장점과 비교해서 꽤 많습니다. 먼저 스토리입니다. 글을 쓰고 있는 현시점에서 스토리는 1막부터 4막까지 공개가 되어있는데요, 모든 스토리 라인이 [적이 문제를 일으킴 → 주인공 일행이 조사함 → 적이 문제를 일으킨 것을 확인 → 주인공이 대응 → 해결] 루틴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MMORPG의 스토리 라인이지만, 꽤나 괜찮았었던 세븐나이츠의 서사를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뻔한 스토리라 여러모로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설정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이곳저곳 부실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요,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설명도 다소 부족하다 생각되는 부분이 많이 있지만, 기존 세븐나이츠 캐릭터 관련해서 이 캐릭터가 왜 요기에 위치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이 캐릭터의 원래 설정이 이러했는지 의문이 드는 경우가 참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본격적으로 기존 세븐나이츠 캐릭터가 등장하는 2막 이후로 심하게 느껴집니다.
여러모로 기존 아이피에 대한 이해 없이 잘 나갔던 아이피를 재활용했다는 생각이 매우 강하게 들고 있는데요, 아직 카드로 변신해서 사용하는 영웅과 관련된 스토리가 없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의 부실한 설정과 스토리를 다듬어 보완해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는 아이돌 캐릭터 관련입니다. 요즘 게임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캐릭터이다 보니까 거부감 자체는 없는데.. 기왕 사용할 것이면 적극적으로 사용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1막에서 왜 하는지 모를 공연을 하겠다고 한 번, 그리고 3막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잠깐 스쳐 지나가는 형태로 한 번, 총 두 번 스토리에 엮이게 되는데.. 기왕 모델링까지 해가면서 넣어두었으면 적극적으로 스토리에 활용을 하던지, 아니면 아예 스토리 자체에 엮지 말고, 공지사항 등의 안내 목적으로 활용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세 번째 단점이자,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레벨 디자인이 무언가 잘 못 되어있습니다. 쉬움 난이도 3막에서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오더니, 4막 거대 보스 사냥할 때 잘 못 되어있다는 것을 체감을 합니다. 이후 열심히 컨트롤하고 다시 도전해서 클리어한 이후 보통 난이도로 넘어오면 확실하게 잘 못된 레벨 디자인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분명히 캐릭터와 몬스터의 레벨이 동일한데 사냥하는 데 있어서 벅차다는 느낌을 자주 받게 됩니다. 특히, 앞에 무언가 붙어 있는 상위 몬스터를 사냥할수록 더더욱 뼈저리게 체감이 됩니다. 분명 보스 몬스터도 아닌데 사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쉬움 난이도의 보스 몬스터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물며 들어오는 대미지에 있어서도 몬스터 쪽이 2배 가까이 더 높게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여러 몬스터에 둘러싸여 스턴 상태에 빠지게 되어 끝날 때까지 손 놓고 기다려야 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고작 숫자가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터무니없는 차이가 생겨나, 그게 레벨제 MMO의 부조리야!
- 소드 아트 온라인 1부 아인크라드 편 중에서
소드 아트 온라인 1부에 나온 이 대사는 MMORPG가 가지고 있는 특징 중 하나인 레벨에 따른 차이를 이야기합니다. 극 중에서는 부조리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시간을 투자하여 레벨을 올리고 캐릭터를 성장시킨 만큼 그 결과를 확실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MMORPG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대사이기도 한데요, 그만큼 MMORPG는 레벨이 올라간 만큼 강해진 캐릭터를 통해 쾌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은 레벨 디자인 때문에 정말 느끼기 힘듭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 집어보자면, 레벨 이외에도 캐릭터를 성장시키기 우해 투자해야 되는 요소가 너무 많고, 이에 맞추어서 레벨 디자인이 되어있어 캐릭터의 레벨이 올라가더라도 MMORPG의 가장 큰 특징을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레벨을 더 올려서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서 퀘스트 등을 클리어하면 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은 캐릭터를 성장시키기 위해 레벨 업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항목을 추가적으로 해야 합니다.
캐릭터의 레벨에 따라 같이 올릴 수 있는 넥서스(영지 시스템) 레벨 업
넥서스의 레벨에 따라 활성화되고, 다른 사람의 넥서스를 방문하거나 넥서스 레벨을 올릴 때마다 받을 수 있는 아이템을 소모해서 넥서스 기억 계승의 공격력, 방어력, 생명력 각각 레벨 업
장비나 카드 등을 환원(소모)시켜서 오토마톤(서브 캐릭터, 안내 캐릭터)의 공격력, 방어력, 생명력 각각 레벨 업
경험치 카드 또는 다른 카드를 소모하여 전투 시 변신할 때 사용하는 카드 레벨 업
동일한 등급의 카드를 별의 개수만큼 소모하여 카드의 등급(별의 개수)을 올리는 카드 승급
동일한 카드를 합쳐서 스킬과 성능을 올리는 카드 각성
넥서스 등에서 정령을 사냥하여 얻을 수 있는 정수를 소모하여 카드의 속성 강화 (15가지)
카드를 성장시킬 때마다 기준 충족이 되어서 클리어 되는 여신의 축복
특정 지역, 던전에서 몬스터를 사냥하여 채워나가는 몬스터 연구
경험치 아이템 또는 다른 장비를 소모하여 장비 레벨 업
동일한 등급의 장비를 별의 개수만큼 소모하여 장비의 등급(별의 개수)을 올리는 장비 승급
장비 아이템을 소모하면서 채우는 전리품
게임 플레이 중 특정 기준 조건을 충족하면 클리어 되는 업적
기타 등등..
분명히 게임의 재미를 늘려주는 콘텐츠 요소 중 하나이고, 같은 레벨이라고 하더라도 디테일한 차이를 만들어주는 요소로 향후 얼마나 게임 플레이를 했는지에 따라서 유저 간의 차이를 분명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요소입니다. 어느 정도 장기간 게임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플레이어가 많을 경우 분명하게 서로 간의 차이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요소이기도합니다.
하지만, 전형적인 피라미드식 성장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그만큼 아이템을 더 많이 구하고 소모시켜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플레이할 때 레벨업하고 장비를 강화시키면 되는 다른 MMORPG 보다 피로도가 더 높게 다가옵니다. 더군다나 태생으로 별의 개수가 높은 카드 또는 장비가 낮은 등급에서 승급한 카드 또는 장비 보다 높은 성능을 가지고 있어 상위 아이템을 구하면 기존 아이템은 소모시켜서 성장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플레이하면서 자본 투자에 따른 차이를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이에 따른 MMORPG에서 얻을 수 있는 쾌감을 얻기 위해서는 현금을 투자하라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BM)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와 동일한 구조의 BM을 가지고 있는 게임을 익히 많이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바로 리니지입니다. 아무리 리니지와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금 소모 재화의 가격이 저렴한 편에 속한다면 그나마 덜 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카드 10회 소환 기준으로 현재 월간 특가 기준 3만 3천 원으로 볼 수 있는데요, 원하는 카드를 뽑는 것도 아니고 랜덤 카드를 뽑는데 족발 하나 가격을 투자해야 합니다. 아, 요즘은 치킨 하나 가격인가요. 그리고 패키지의 가격을 보게 되면 하나 같이 10만 9천 원이고, 플레이하면서 조금 더 보상을 얻을 수 있는 패스의 가격은 5만 5천 원입니다. 결국 리니지와 비교해서 덜 하긴 하지만, 그래도 넷마블 판 리니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 단점은 두말할 것도 없는 불안정한 서버 상태입니다. 옛날에 어느 게임사가 감자로 서버를 돌린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었지요. 넷마블도 다른 것 없는 것 같습니다.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갤럭시 폴드 3, 아이패드 프로 4세대, PC까지 모든 플랫폼에서 플레이를 진행했는데요, 두말할 것 없이 한 번이라도 안정적으로 플레이를 한 적이 없습니다. 심심하면 플레이하는 중에 서버 오류가 발생해서 튕기지 않나, 분명히 넘어갈 수 없는 지형인데 갑자기 뚫고 넘어가서 갇혀서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게 되지 않나, 스토리 진행을 위해 겨우겨우 보스를 잡았는데 나와야 하는 NPC가 나오지 않아서 다시 처음부터 보스를 잡아야 하지 않나.. 한 번이라도 원활하게 플레이를 한 적이 없습니다.
그나마 8월 4일 서비스 점검 및 업데이트 이후로 그나마 안정적으로 돌아가서 어느 정도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넘어갈 수 없는 지형에 넘어가서 갇히거나 NPC가 나오지 않아서 다시 플레이해야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두말 안 하고 이 게임 제대로 QC를 진행했는지 의문이 듭니다. 그리고 QC 하면서 나온 버그는 확실하게 잡고 출시를 한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그냥 일정이 촉박해서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정식 오픈한 것은 아닌가요? 하면서 CBT나 OBT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드는 게임은 정말 몇 년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이 게임을 하면서 드는 생각은 정말 잘 만들어둔 세븐나이츠 아이피를 이렇게까지 갉아먹을 수 있구나입니다. MMORPG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자 기본이나 다름없는 스토리는 너무나도 부실하다 못해 엉성해서 싹 갈아엎던지 서브 퀘스트 등으로 보완을 해야 되는 수준이고, 레벨 디자인과 캐릭터 성장 요소는 비즈니스 모델에 맞추어서 너무나도 피곤하게 되어있어 MMORPG를 플레이하면서 느낄 수 있는 쾌감을 참으로 느끼기 어렵게 되어있습니다. 즉, 이 게임에 현금을 투자하면서 할 필요성이 있을까? 의문이 남는 게임입니다. 아무리 게임에 버그가 많고 오류가 많다고 하더라도 스토리가 좋고, 콘텐츠가 좋으면 자연스럽게 소비자인 게이머의 지갑은 열리게 됩니다. 이건 제가 사령관이 일 때, 그리고 지금 선생일 때, 앞뒤 생각 없이 지르는 경우가 있어서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어느 위키를 보니까 기존 자사 게임의 자가 복제판에 세븐 나이츠의 아이피만 얹었다는 평가가 있더군요. 해당 게임을 해보지 않아 이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말 이 맞다고 한다면, 결국 잘 만들어둔 자사 아이피를 똥칠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과거 그랜드 체이스, SD건담 캡슐파이터, 서든어택 등 여러 괜찮은 게임을 출시하거나 퍼블리싱했던 넷마블이 이렇게까지 몰락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아쉽게 생각됩니다. 온라인 게임 시장이 활성화되고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면서 틈틈이 게임의 구조를 개선하고, 스토리를 보강하는 형태로 이미지를 체인지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 게임에 과연 얼마나 더 투자를 하고 개선을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부디 잘 만든 아이피 더 망치지 말고 플레이어가 스스로 지갑을 열어도 잘 열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더 나은 방향으로 다듬어 나가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무리합니다.
여담.
일단, 시작했으니 게임 방향성 상관 없이 만렙은 찍어볼 생각입니다. 이제 여덟 번만 더 레벨 업 하면 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