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0년도 훨씬 더 넘게 지난 학생 시절 이야기입니다. 그리 썩 좋지 않은 경제 사정으로 남들 다 가지고 있던 전자사전도 포기하고, 운 좋게 집 근처 마트가 문을 닫으면서 크게 벌여진 할인 행사를 통해 구매를 했던 MP3 플레이어 하나로 이것ㅗ저것 많은 것을 해보았던 그 시절, 남포동에 놀러 나갔다가 누군가 팜톱 컴퓨터(Palmtop PC), 요즘 말로 UMPC(Ultra-Mobile Personal Computer)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선망의 대상으로 저 멀리 눈앞에서 사라지기 전까지 매우 부러운 시선으로 살펴보았던 소소한 추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 당시 출시되었던 UMPC들은 그리 썩 좋지 않은 성능과 함께 여러 많은 문제점으로 인해 지금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어진 넷북(netbook)과 함께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에서 안드로이드 게임기를 제조했던 GPD에서 클라우드 펀딩으로 게이밍 포켓 PC(Pocket PC)를 출시하면서 서서히 부활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2020년이 지나면서 휴대용 게임 목적으로 수많은 UMPC가 출시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는 불과 몇 달 전부터 국내 정식 판매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밸브(VALVE)의 스팀 덱(Steam Deck)도 있지만, GPD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아야네오(AYANEO)라는 제품도 있습니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제품 개선이 이루어지면서 신 제품이 출시되고 있기도 한데요, 지난 10월 말 즈음, 고양이로부터 초기형 모델인 아야네오 (2021)을 중고로 인수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아야네오를 살펴보면서 가볍게 한 번 떠들어보고자 합니다.
간단한 AYANEO (2021) 사양
AMD 라이젠 5 4500U 6C 6T 베이스 2.3 GHz 부스트 4.0 GHz
AMD 라데온 그래픽 6C 1500 MHz
7 인치 1280 x 800 픽셀 60 Hz 215 ppi 5 포인트 멀티 터치 IPS LCD 디스플레이
WDC SN530 512G NVMe
하이닉스 LPDDR4 4266MHz 8 GB x 2 = 16 GB
와이파이 6 / 블루투스 5.0
47 Wh 배터리 / 65 W USB-PD 고속 충전
650 g / 255 x 106 x 20 mm
DPAD, ABXY, LB/RB, LT/RT, L3/R3 조이스틱, 미디어 버튼 8 EA, 진동 피드백, 스테레오 스피커, 자이로/가속도 센서, USB Type C Port 3 EA(Full 2EA, Data Only 1EA)
처음 박스를 보았을 대, 휴대성이 강조된 게이밍 PC라서 조금 화려하게 구성을 했구나 싶었는데, 열어보는 순간 감성이 확 느껴졌습니다. 국내 정식 수입된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중국 제품이라 한자가 많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얇은 플라스틱 위에 제품의 주요 입출력을 이렇게 표시해서 안내해주는 것은 매우 괜찮았습니다. 굳이 매뉴얼을 찾아보지 않더라도 누구나 각각의 요소가 어떤 것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은 본받아서 벤치마킹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화려한 박스 속에 담겨있는 구성은 매우 소박합니다. 아야네오 본체와 함께 2 개의 USB A to C 변환 젠더와 C to C 케이블 하나, 그리고 간단한 사용 설명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충전이 USB-PD 규격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별도의 충전기가 동봉되어 있지 않아도 크게 문제는 없지만, 아예 구성에서 빠져있는 점은 조금 아쉽게 생각됩니다. 환경을 생각해서 없어도 굳이 상관없지만 그래도 잘 챙겨주는 게임기를 여럿 봤기 때문에 조금 그렇습니다. 그리고 보면서 잠깐 스쳐 지나간 생각이지만, 사용 설명서를 모서리 곡률 진 종이에 넣어 주는 것이 꼭 애플의 전매특허가 아니기는 하지만, 꽤 많이 참고한 것 같아 보이기는 합니다.
아야네오의 전반적인 생김새는 휴대용 게임기로 UMPC를 부활시킨 GPD의 여러 제품보다 닌텐도 스위치를 보다 더 많이 참고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제품 크기부터 시작해서 버튼/트리거/조이스틱 구성과 위치까지 미디어 버튼 8개를 제외하면 닌텐도 스위치와 거의 유사합니다. 심지어 조이스틱 같은 경우 닌텐도 스위치의 커버 액세서리를 같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조이콘이 분리 안 되는 스위치라 생각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오죽하면 집에서 이미 같은 게임기 있으면서 또 샀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고로 눈치를 조금 보셔야 하는 분들 중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판단은 잘하시길 바랍니다.
본체의 상단에는 USB C 포트 두 개, 3.5 파이 오디오 단자, 그리고 전원과 볼륨 버튼이 위치하고 있으며, 하단에는 USB C 포트 한 개와 스테레오 스피커와 공기 흡기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일단 USB-C 포트 같은 경우 상단에 DC 전원 표기가 있는 포트 하나와 하단에 위치하고 있는 포트가 USB-PD 충전을 지원합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자세와 충전 어댑터의 위치에 따라 충전 선의 위치가 바뀌었으면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요, 상/하단 각각 충전을 지원한다는 점은 선이 불편하게 하는 경우를 최소화시킬 수 있어서 큰 장점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스테레오 스피커 같은 경우, 좌우 균등하게 분배되어있어 나름 괜찮다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아쉽게 다가오는 부분입니다. 오른쪽에 공기 흡기가 하나 더 있어 소리가 오른쪽으로 조금 치우쳤다고 해야 될까요? 우측으로 새는 느낌이 조금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단에만 위치하고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사용자 입장에서는 책상 위에 올려두고 할 경우 한 번은 부딪힌 소리를 듣게 될 수밖에 없어서 상단에도 스피커가 배치되어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뒷면은 쿨링팬이 공기를 흡입하는 흡기구와 제품의 인증 정보와 사양을 표기한 스티커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이 결합 나사만 가득합니다. 심플하고 깔끔한 것이 나름 괜찮다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적어도 본체를 세워둘 수 있는 스탠드 다리라도 하나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듭니다. 이러나저러나 기본 베이스 자체는 PC이기 때문에 조이스틱 이외에도 블루투스나 유선 연결을 통해 키보드와 마우스를 연결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을 것인데.. 이런 부분에 대해 전혀 고려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디스플레이 터치와 가상 키보드, 그리고 조이스틱을 통해 충분히 OS 입력 제어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해보면 확실하게 느껴지는 점이 정말 갑갑해서 따로 연결해서 로그인, 옵션 설정 등을 진행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특히, 키보드와 마우스에 더 익숙한 저와 비슷한 세대는 더더욱 말이지요. 뒤에 보다 상세하게 후술 하겠지만,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GPD 제품과 비교해보면 확실하게 이 제품군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다는 점이 여과 없이 느껴진 요소라 생각합니다.
OS는 당연하게도 Windows가 기본이며, 사용자가 별도로 Steam OS를 설치하거나 듀얼 부팅할 수 있도록 세팅한 경우를 UMPC 커뮤니티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스팀에 출시된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 플랫폼에서 출시된 게임도 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Windows를 그대로 유지하고, 버전만 11로 올려두었습니다. 최근 모바일 단말기 기준으로 평범한 크기이지만, PC 기준에서는 분명하게 작은 7 인치 디스플레이에 아직 터치 인터페이스 지원이 아쉽고 PC 환경에 더 최적화 많이 되어있는 Windows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야네오에서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아야 스페이스(AYA SPACE) 앱과 스팀의 빅 피처 모드(Big Picture Mode)를 통해서 충분히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을뿐더러, 주목적이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을 실행하고 난 이후에는 전혀 불편할 요소가 없습니다. 그냥 가끔가다 인터페이스가 너무 촘촘하게 되어있는 디테일한 설정을 할 때 조이스틱과 터치가 갑갑해서 마우스를 쓸까 말까 고민을 조금 하게 되는 수준입니다.
하드웨어를 살펴보는 것은 이쯤 하고, 슬슬 본격적으로 사용성을 살펴보도록 하지요. 아야 네오는 아야 스페이스라는 별도의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해주어서 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 XBOX 같은 일반적인 게임기처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스팀 / 에픽 / XBOX와 동기화하여 자동으로 게임을 불러와서 등록이 이루어지며, 이외에도 사용자 별도로 게임을 수동 추가할 수 있는데요, 굳이 게임이 아니더라도 PC 프로그램을 등록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일반적인 게임기와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간편하게 컴퓨팅 성능과 쿨링 성능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에 저처럼 여러 프로그램으로 성능 설정하는 것 자체에 귀찮음을 느끼시는 분들이라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다만, 번역 자체가 초기 버전 대비 많이 나아졌다 하는데.. 그래도 아직 어색한 부분이 꽤 있어서 조금 더 개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걸 개인적으로 조금 편집을 해볼까 싶은데.. 아직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네요 ㅠㅜ..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는 제가 성능을 요구하는 게임을 최근에는 거의 안 하고, 가벼운 게임과 옛날 게임에 빠져 있어서 조금 구체적으로 평하지 못할 것 같아, 꽤 부족하거나 아쉽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 조금 조심스러운데요.. 그래도 이야기를 해보자면, 일단, 게임 패드 자체가 XBOX 컨트롤러로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XBOX 컨트롤러를 지원하는 게임은 별다른 설정을 하지 않더라도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팀 게임은 빅 픽처 모드에서 컨트롤러를 XBOX로 설정해주고 실행하는 것으로 문제 없이 가능하고요. 다만, 일부 게임에 있어서는 지원이 안되거나 어정쩡하게 지원하는 경우가 있어 분명하게 불편한 경우가 존재합니다.
게임 성능에서는 R5 4500U가 보급형 APU라서 성능이 부족하여 무리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다만, 아야네오 2021은 1280 x 720 px 해상도를 가지고 있는 7 인치 디스플레이를 사용합니다. 즉,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일반적인 PC 해상도인 FHD와 비교해서 4분의 1 수준의 해상도를 사용하고 있어, 매 순간 처리하는 그래픽 랜더링 양이 분명하게 적습니다. 그리고 PC 기준으로 매우 작은 디스플레이라서 낮은 해상도에서도 게임 플레이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고요. 이에 따라 UMPC 커뮤니티를 조금만 찾아보아도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을 문제없이 플레이 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게임 중에서 FPS 장르를 제외하고 그나마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소울워커, 폴 가이즈, GTA5 등)을 잠깐 몇 개 해본 결과 충분히 문제없이 즐길 수 있었습니다. 대신 요구 사양이 높아진 만큼 전력 소모가 빨랐고 쿨러가 매우 빠르게 돌아갔지만요. 고로, 정리를 조금 해보자면 가벼운 게임은 꽤 오랜 시간 동안 플레이할 수 있고,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은 그만큼 휴대하면서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아야네오 2021과 일전에 잠깐 살펴보면서 리뷰 했던 GPD WIN3를 같은 동네 형님과 만난 김에 잠깐 빌려서 비교를 해보니, 확실히 GPD가 그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쌓아온 경험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조금 더 강하게 느낀 것 같습니다. 아야네오가 이제 막 시작한 제조사이고, 분명하게 시장에서 후발 주자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아야네오 2021의 완성도는 초기 제품치고 확실히 완성도가 꽤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순수하게 제품 그 자체만 놓고 보았을 때, 물리적 키보드 탑재 여부를 떠나서 조이스틱의 게임패드↔마우스 전환 스위치, 쿨링 시스템의 효율성 등 여러 측면에서 아직은 아야네오가 아직은 부족한 점이 꽤 많이 보였습니다. 특히, 조이스틱의 모드 전환 스위치는 진짜 도입을 해주면 참 좋겠다 싶은 스위치인데요, 아야 스페이스 앱에서 SW 마우스 모드 토글을 제공해주고 있지만, 이게 제대로 동작 안 하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할뿐더러.. 토글의 변화가 없어서 이게 제대로 적용되었는지 판단이 안 서는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또한, 게임 중에서는 KB 버튼을 눌러 팝업을 띄운 뒤 터치 또는 키 조작을 통해 사용하는 형태는 은근히 불편하게 다가왔습니다. 빠르고 확실하게 이게 전환되는 것이 보였다면 그냥 무난하게 생각했었겠지만.. 지금 이 제품을 만지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글세요.. 진짜 GPD처럼 물리적 버튼으로 이런 기능이 제공되었으면 참 좋겠다 싶은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아야네오 2021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동안 아야네오를 사용 하면서 여러 만족감보다는 아쉬운 점을 조금 더 많이 찾아낸 것 같습니다. 이제 막 시작한 제품 치고는 완성도가 매우 높게 잘 나온 제품이고, 닌텐도 스위치를 비롯해서 여러 포터블 게임기를 잘 벤치마킹하여 장점을 잘 녹여냈으며, 고성능 게임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적 환경을 잘 구성해놓은 좋은 게이밍 UMPC입니다. 하지만, 경험과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따라잡을 수 없다고.. 앞서 오랜 기간 경험을 다져온 제조사의 준수한 제품을 먼저 접해본 입장에서 아쉬운 점이 조금 더 많이 부각되었던 것 같습니다. 같은 카테고리지만 세부적인 방향성이 분명히 다르다고 하더라도 아쉽게 다가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제품 이후로 매우 빠른 속도로 개선된 제품이 출시되었고, 새로운 제품의 펀딩이 이루어지고 나오는 것을 보아 빠른 시일 내 비슷하게나마 따라잡지 않을까 싶습니다. 향후 제품에서는 더 나은 모습으로 살펴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글을 마무리합니다. 감사합니다.
Thank to. 미스틱캣, 동급생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