뒹굴거리면서 즐기기 좋은 게이밍 UMPC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전자 기기의 중앙 처리 장치는 공정 미세화를 통해 동일한 면적 내에서 더 많은 직접 회로를 내장할 수 있게 되면서 연산 성능이 크게 향상이 이루어졌고, 사용하는 전력 소모량은 많이 줄어들어 변압기를 내장한 전원 공급 장치나 무겁고 거대한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불편함 없이 준수한 성능을 제공하는 휴대용 모바일 장치가 나올 수 있게 하였다. 이에 따라 게이밍 컴퓨터 시장에서는 오래전 사라지다시피 했던 UMPC에 조이스틱을 부착한 핸드헬드 게이밍 UMPC가 여러 제조사를 통해 나오게 되었고, 시장이 점점 커지더니 게이밍 노트북 시장이 약간 주춤하는 현상까지 만들어내게 되었다.
필자는 약 2년 전 누워서도 게임을 하고 싶은 욕심에 신비로운 고양이로부터 AYANEO 2021을 중고로 구매하여 아머드 코어 6, 팰월드, 환일의 요하네, 폴가이즈, 슈퍼로봇대전 30, 포르자 호라이즌 5 등 여러 스팀 게임을 즐기면서 잘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작년 이맘때 에이수스에서 로그 엘라이가 출시되는 것을 보고 조금 더 높은 사양으로 게임 플레이 하기 위해 구매하는 것을 꽤 길게 고민하였다. 너무 오랫동안 고민을 한 것일까? 어느새 1세대에서 문제가 되었던 점을 보완하고 배터리와 메모리 용량을 높인 1.5세대 ASUS ROG ALLY X가 공개되었고, 국내 예약 판매가 시작되었다. 심적인 느낌 상, 9천 번대 AMD RYZEN 칩셋이 공개되고 나면, 짧게는 3 개월, 길게는 반년도 되지 않아서 더 좋은 성능을 가진 제품이 출시될 것이 너무나도 뻔해서 어쩔까 싶었지만, 아야네오를 쓰면서 아쉬웠던 점을 더 참고 가기에는 힘들 것 같아서 냉큼 질렀다. 아쉽게도 찰나의 고민으로 인해 2차 예약 구매가 되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집으로 로그 엘라이 X가 배송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잽싸게 퇴근해서 개봉하고 세팅을 진행하였다.
포장 박스를 뜯고, 패키지 박스를 꺼내서 보니 생각보다 커서 놀랬다. 전면에는 본체의 레이어 이미지와 함께 ROG 마크가 큼지막하게 있고, 뒤쪽으로는 제품 사양이 있다. 측면에 봉인 스티커가 동그랗게 있는데.. 내가 여태껏 봤던 다른 ASUS ROG 제품군 박스에 붙어있던 스티커와 비교해서는 왠지 모르게 얄구진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박스를 열어보면 천장에 제품을 세워둘 수 있는 종이 거치대가 있고, 다른 ASUS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처음 켤 때 전원을 꼭 공급해야 된다는 안내 종이가 있다. 여담이지만 확실히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업무적으로도 그렇고 ROG 제품군 박스를 많이 열어보긴 했었나 보다. 박스를 열면 자연스럽게 제품이 올라오는 기믹이 없는 게 이렇게 아쉽게 다가올 줄이야..
제품 구성은 ROG ALLY X 본체와 함께, 충전기와 충전 케이블이 있다. 충전기 같은 경우 노트북 라인업에 사용하는 제품이 그대로 공유되어 사용되는 것 같은데.. 좀 바뀔 필요성이 높아 보인다. 휴대하면서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제품인데.. 불필요하게 선이 길고 크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도 충전 방식이 USB PD 이기 때문에 다른 GaN 충전기 쓰면 되니 다행이다.
전면에는 좌우로 조이스틱과 스피커가 위치하고, 가운데 7 인치 FHD 120 Hz 디스플레이가 있는 전형적인 게이밍 UMPC이다. 그립감 좋게 아래쪽 측면 모서리를 깎아두고 있어 파지 했을 때 느낌이 꽤나 괜찮다. 전체적으로 참 깔끔하고 괜찮게 디자인이 잘 뽑혔으나, 디스플레이 상하 베젤이 꽤 크다는 점은 약간의 아쉬운 요소로 다가온다. 거기에 중앙에 적힌 ROG 글자는 덤이다. 차라리 ROG 로고가 있는 게 더 나았을 것 같다. 좋은 로고 내버려 두고 왜 저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전원/볼륨 버튼부터 시작해서 USB C 포트까지 로그 엘라이 X의 인터페이스 슬롯은 전부 상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하단에는 제품 시리얼 스티커와 함께 인증 스티커만 붙어있다. 상단에 보드를 위치시키고, 하단 공간은 배터리만 위치시켜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좋은데.. 아래쪽으로도 충전할 수 있도록 USB C 포트를 하나 더 두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물론 없는 것이 더 깔끔하고 좋지만 말이다.
뒷면은 두말할 것 없다. 그냥 ASUS ROG다. 대각선 사선을 사용해서 한쪽에는 마름모, 다른 한쪽에는 ROG 로고 모양으로 통풍 구멍이 나있다. 형상이 좌우로 달라서 쿨링 효율적인 측면에서 어떠할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제품 아이덴티티로는 정말 괜찮다고 생각된다. 그래도 사용하면서 크게 발열을 느낀 적이 없다. 커스텀 버튼은 좌우에 하나씩 위치하고 있다. 보통은 눌러서 동작되게 하나, ROG ALLY는 밀어도 동작할 수 있도록 되어있어 꽤나 참신하다 생각되었다. 사용성에 있어서는 평소 잘 사용하지 않아서 어떻다고 이야기하기 참 애매하다. 조금 더 사용해 봐야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립은 지금 내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편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그동안 사용하면서 아야네오는 그립이 없어서 잡는 형태가 이러나저러나 손바닥으로 바치는 형상이 될 수밖에 없어 장시간 게임을 하면 손바닥이 꽤나 아팠다.
막간을 이용해서 AYANEO 2021과 크기를 비교해 보면, 확실히 동일한 디스플레이 크기를 가지고 있지만 전체적인 크기는 확실히 ASUS ROG ALLY X가 더 크다. 조이스틱 버튼부터 시작해서 두께까지 어느 부분에서도 작은 부분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아무리 필름이 붙어있다고 하지만 디스플레이 코팅 차이가 너무나도 크게 느껴진다. 반사되는 것 자체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커뮤니티에서 필름 붙이는게 손해라는 말을 보았는데.. 틀린 말이 아니라고 본다. 여담이지만, 워낙 거친 환경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필름을 붙였다.
전원을 켜게 되면 다른 ROG 제품군과 마찬가지로 ROG 로고와 함께 REPUBLIC OF GAMERS 글자가 나타나면서 부팅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조이스틱에는 LED 불이 들어오게 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참 애매하다. 이걸 가지고 취향대로 꾸밀 수 있는 것은 좋은데, 상태 정보를 보기에는 아쉬운 수준이다. 필자는 성능 사용량이랑 배터리 상태 정보를 같이 보고 싶은데 되는 것은 CPU 밖에 없으며, 좌우를 각각 다르게 할 수도 없다. 배터리 정보를 못 가져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세팅을 마치고, 스팀 게임을 몇 가지 다운로드하여 며칠간 이것저것 플레이하며 해본 소감으로는 확실히 조작감이 약간 달라져서 어색함이 있을 뿐.. 이외 나머지 측면에서는 매우 만족하고 있다. 특히, 성능적인 측면에서는 매우 만족하고 있는데.. 다른 것보다 그래픽 성능부터 눈에 들어온다. 필자가 하는 게임들을 기준으로 17W 성능모드에서 아무런 그래픽 설정을 진행하지 않고 기본 설정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아야네오가 15W 성능모드로 최저 그래픽으로 설정해 두어야 겨우 30 FPS가 방어되던 3D 게임들이 하나 같이 최저 30 FPS, 평균 60~90 FPS로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으며, 2D 게임에서는 90~120 FPS를 여유롭게 볼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칩셋의 성능 차이도 있겠지만, 24 GB 메모리를 통해서 오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CPU와 GPU가 RAM을 나누어서 사용하는 상황에서 16 GB 같은 경우 12 / 4 GB로 나누어서 사용하게 되지만, ALLY X는 16 / 8 GB로 온전하게 나누어서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CPU와 GPU 모두 메모리가 부족할 일이 없는 상태가 되어 얻는 이득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그리고 배터리 부분에서는 분명 사용하는 전력이 17W로 통상 15W를 사용하는 다른 하드웨어 대비 높음에도 불구하고 80 Wh나 되는 배터리 용량으로 꽤나 긴 배터리 타임을 보여준다. AYANEO를 사용할 당시 분명 슬슬 충전을 진행해야 되겠다 싶은 시점에서 엘라이 X의 배터리를 보면, 잔량이 꽤 많이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하드웨어의 성능적인 측면에서는 매우 대 만족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소프트웨어 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조금 더 보완되면 좋겠다 싶은 부분이 많이 보이고 있다. ROG ALLY 시리즈의 전용 Armoury Crate SE는 이전에 비해서 많이 개선이 되었다고 하나, 몇 가지 부분에서는 추가적인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다 싶은 상황이다. 전반적인 인터페이스는 핸드헬드 게임기에 맞추어서 잘 다듬어져서 매우 훌륭하나, 메뉴의 구성에 있어서는 항목 별로 조금 더 세부적으로 구분해서 정리해야 될 필요성이 보인다. 그리고 기능 설정에 있어서는 설명이 없는 항목은 해당 설명을 넣어주고, 긴 설명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요약할 필요성이 보이고 있다. 또한, 조이스틱 설정에 대해서는 커맨드 센터 버튼과 아머리 크레이트 버튼 항목에 대해서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조이스틱에 홈 버튼이 없다 보니, 일부 홈 버튼을 사용해야 되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경우, 그리고 불가피하게 강제 종료를 해야 되는 경우 커맨드 키를 조합하여 사용할 수밖에 없어, 조작성 측면에서 약간 부족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따라서 해당 버튼들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도록 해주기를 기대한다.
결론을 지어보자. 필자는 매우 만족한 기기이다. 눈에 보이는 성능적인 측면에서는 배터리와 메모리만 증가한 분명한 옆그레이드이지만, 그래도 전작이 가지고 있던 심각한 문제점을 개선한 1.5세대 모델이다. 9천 번대 AMD 칩셋이 공개된 이상, 분명 얼마 지나지 않아서 더 좋은 성능을 가진 제품들이 나올 것이 분명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충분히 좋은 성능을 제공해주고 있는 게이밍 UMPC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본다. 들고 다니면서 적당히 게임을 하고 싶은 사람 또는 침대나 소파에 누워서 뒹굴거리며 게임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이 제품부터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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