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그 계절이 밀려온다

by 강계절


우리는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하곤 한다. 부모의 그늘에서 자라나는 무의지 신분에서 성인이 되고 자기 의지가 실현되는 혈기왕성한 20대는 푸른 인생의 봄날이라 일컫는다. 그렇담 청춘靑春이 지나면 홍동紅冬일까. 나는 형상적, 사회의 묵시적 매뉴얼에 따른 정의에는 동감하지 않는 부류이다.



나이. 태어나고부터 살아온 시간.

때론 나를 옭아매는 것.


무심해지고 마음먹어도 나이에 걸맞은 대차대조표를 산출해야 하는 의무감으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거나, 그림을 그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나이라는 것은 레퍼런스일 뿐, 아이덴티티가 아님에도 우리는 '나이'라는 '그물'을 치고 그 '영역' 안에서 유영하려 한다.



청춘은 나이가 아니라기보다
가슴속 비옥함의 정도가 아닐까.







나의 사춘기는 중학교 1학년 즈음 진득하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전 세계인이 설레던 새 천년, 밀레니엄이 도래하기 직전 그것은 느닷없이 내게 찾아왔다. 그때 당시 나의 관심사는 처음 느끼게 된 축축한 감정 그 자체였다. 나는 음악을 상당히 좋아했는데, 특히 알아듣지도 못하는 팝송을 그리 좋아했으니, 아마 나와는 관련 없어 보이는 먼 이국적인 것들을 동경했던 것 같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문이 열린 베란다 창쪽으로 머리를 향하고는, 잔잔한 차분하고 노래를 듣는 게 나만의 행복을 느끼는 루틴이었다. 그 시공간에 온전히 푹 젖어 세상 가장 고독한 아이가 되었던 그는 2020년대에도 아직 유효하다.



메마르지 않은 축축한 가슴을 언제나 지니고 싶다
그러면 언제나 청춘이지 아닐까.





가끔씩 옛 감정이 밀려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시를 쓴다


나는 가끔 수없이 피고 지는 꽃의 향기가 오늘과 멀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머문 이 계절에 태어남을 느낀다. 아름다운 계절에 사소한 감정조차 꿈틀거리는 가슴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날에 살갑게 피어나는 감정이, 나를 잊지 않고 자꾸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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