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현실로

다시 현실로

by 윤슬

“여보, 애들 등원 준비해야지!”


익숙한 목소리.
민수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방 안은 어젯밤과 똑같았지만, 뭔가 확연히 달랐다.

아이들은 거실을 뛰어다니고, 주방에서는 아내가 바쁘게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보 괜찮아? 멍하니 왜 있어요?”


그는 아내를 바라보며 웃었다.


“아니… 그냥 오늘 아침 공기가 참 좋다 싶어서.”


아내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더니, 곧 애들 식판을 식탁에 놓으며 말했다.


“그럼 좋지. 오늘은 날도 따뜻하고, 나도 기분 좋은 날이었으면 좋겠다.”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민수는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오늘은 모든 게 다르게 느껴졌다.
양말이 짝짝이였던 것도, 아이들이 또 시리얼을 쏟아 바닥이 끈적해진 것도 그저 소중한 일상의 한 조각 같았다.

지하철 안. 이어폰을 꽂고 창밖을 바라보던 그는 자신도 모르게 조한결씨의 얼굴을 떠올렸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 내가 그를 보며 부러웠던 건, 단순히 작가라서가 아니었지.
그는 자기 삶에 만족하고 있었으니까.’


출근 후, 언제나처럼 업무는 쏟아졌고 한 회의실에서는 불필요한 논쟁이 이어졌으며 후배는 실수로 중요한 코드 파일을 덮어썼다.

예전 같았으면 짜증이 났을 상황.
그러나 오늘의 민수는 달랐다.


“괜찮아. 복구 가능한 범위니까, 일단 천천히 해보자.”


동료들이 놀란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대리님, 오늘 무슨 일 있으셨어요?”


그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무슨 일은.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면 되지.”


긴장했던 후배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잠들기 전, 민수는 문득 자판기 앞 장면을 떠올렸다.

수많은 직업, 화려한 선택지, 그리고 그 안에서 갈팡질팡했던 자신.

하지만 이제 그는 안다. 가장 소중한 인생은 바로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삶이라는 걸.

누군가는 그걸 평범하다 하고, 누군가는 지루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자신만은 이 삶에 감사하고 싶었다.

민수는 아이들 방 문을 조용히 열었다.
작은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잠든 아이들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조용히 불을 끄고, 아내 곁으로 돌아갔다.


그는 더 이상 다른 삶을 꿈꾸지 않는다.
대신 지금 이 삶을 살아간다.

직장에서, 가정에서의 소중한 관계를 지키며 일상의 소소한 순간을 행복으로 바꾼다.

그의 책상 위에는 조한결 작가의 책이 있다.

표지엔 이렇게 쓰여 있다.


“우리가 바꿔야 하는 건 인생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다.”


민수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책을 펼쳤다.

이제, 그는 자기 인생을 살고 있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