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오십이 넘어 비로소 나 홀로 여행을 떠납니다

독립 육아의 끝자락을 내려놓으며

by 바다별

지난해 난생처음으로 나 홀로 이탈리아 배낭여행을 떠났다.

건물 하나에도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시에나의 캄포광장

보통은 젊은 날의 열정으로 떠나거나

아이들이 어릴 때 가족 여행으로 향하는 유럽이지만


나이 오십이 넘어,

그것도 나 혼자서 떠나는 여행은

온전히 나의 호기심과 취향에 집중할 수 있어

특별한 여행이다.


엄마로 자녀 부양을 위해 살아온 지난 세월,

또 교육하는 사람으로

남의 집 귀한 자식들을 위해 두루 쌓아온 시간들을 돌아보며

나에게 주는 작은,

아니 값진 선물이었다.


블로그로, 또 유튜브로

매주 콘텐츠를 발행한 지 어언 10년이 된다.


교육 전문가라 인정해 주시는 분들의

너무나 감사하고 황송한 대우를 받아온 지난 세월이지만


나는 내심,

늘..

오직 입시에만 몰입하는 한국 교육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보다는

오직 교육으로 레벨을 높이는 것에

최고의 가치를 두고 벌어지는

요즘 교육 현실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교육업에서 이력을 쌓아온 나는

정작 내 자식들은

한국의 비정상적인 입시 교육 열풍에서

벗어나도 정말 괜찮다고 생각해 왔고

그들이 선택한 인생을 허용하고 응원하였다.


사회의 기준으로 행복을 결정하는 레벨 전쟁에서

일찌감치 벗어나 살아가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큰 불안이겠으나

때마침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한

격변의 사회 속에서 살아갈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할 때

그리 두렵지는 않았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계속 찾으며

꾸준히 다시 일어나 살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해도 괜찮다는 생각은

남달리 보이려는 입바른 소리가 아니라

진심이다.


이제는 스스로 경험을 만들고 시도하는

포트폴리오의 시대이다.

시험점수와 자격증이 아니라

경험과 기술, 열정이 명함이 되는 시대이다.

다행히 아이들은 둘 다 입시와 상관없이

자신의 길을 찾아 경험을 만들고

인정받으며 살아가게 되었다.


그렇게 아이들이

각자 하고픈 분야에서 이력을 쌓아가며

경제적 활동을 시작하니

가장 편안해진 것은 당장 엄마인 나였다.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으니

남들만큼 살아야만 해서 소모될 수 있는

기회비용이 제로가 되었다.

누가 뭐라든 무슨 상관이랴.


내 또래 세대가 자녀의 입시와 장기 미취업 상태로

갖은 애를 써야 하는 상황이지만


나는 이제 비로소

나만을 위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아이들은 엄마의 여행을 응원하고

결코 엄마에게 의존하지 않는 건강한 성인이 되었다.


얼굴만 봐도 웃음이 절로 나던,

정말 행복했던

내 아이들의 어린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성인이 된 아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되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상호 의존하지 않는다.

삶의 희로애락은 남은 인생 계속 함께 하겠지만

그들의 무게까지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이제 나는 아이들에게서 독립하였다.

엄마로서 내 인생,

이 정도면 되었다.


나는 이제 나만의 여정을 만든다.

인생 여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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