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왔어.
눈썰매 타기 딱 좋은 날씨인데...
별아.
네가 다녀간 지 열흘이 지나지 않았는데.
아침에 눈을 뜨면 "할머니"하고 별이가 뛰어올 거 같아.
별아.
오늘은 할머니집 마당이 온통 하얀색이야.
밤새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렸거든.
나는 눈이 좋아서. (김성균 곡)
'나는 눈이 좋아서 꿈에 눈이 오나 봐.
온 세상이 모두 하얀 나라였지. 어젯밤 꿈속에.
썰매를 탔죠. 눈싸움했죠. 커다란 눈사람도 많들었죠.
나는 눈이 좋아서 꿈에 눈이 오나 봐.
온 세상이 모두 하얀 나라였지. 어젯밤 꿈속에.'
할머니랑 같이 부르던 너의 노랫소리가 귀에서 쉬지 않고 맴도네.
새해 연휴에 눈이 올 거라고 눈썰매까지 구입했지만 썰매는 거실에서 타고 놀았었잖아.
오늘 같은 날 별이가 할머니집에 있다면 신나게 진짜 눈썰매를 탈 텐데.
많이 아쉽다.
별아.
너는 할머니랑 목욕탕에 가는 차속에서도
'나는 눈이 좋아서... '를 쉬지 않고 외쳐 되었었지.
눈이 귀한 구미지역이라 눈싸움과 눈사람 만들기는 꿈속으로 미루고 할머니랑 두 번째 목욕탕 가기를 했잖아.
많은 분들이 너의 귀여움을 못 이기시는 눈길들을 느끼는 건 할머니도 마냥 기분 좋은 일이지.
별이가 할머니옆 한 자리를 떡 차지하고, 할머니의 등을 쓱쓱 밀어주거나 머리를 꼼지락꼼지락 감겨줄 때, 주위 할머니들의 관심은 한도치를 넘고 말았지.
"아이고 귀여워라. 오늘 할머니 등 미는 값 벌었네"
"아가! 할머니 등도 좀 밀어줄래?"
등등 쉬지 않고 별이에게 말을 거셨지만 별이의 손과 눈빛은 오직 할머니뿐이었어.
별아.
할머니가 옆에 앉아계시던 다른 할머니의 등을 밀어 드릴 때 가만히 바라보던 너의 모습이 생각나네.
모르는 할머니의 등을 밀어드리는 내 모습을 보며 넌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할머니가 내 등을 밀어주겠다고 했을 때 별이가 거침없이 싫은 표정을 지었었지.
그 할머니는 고맙다고 하시면서 별이에게 시원한 바나나우유를 사 주셨잖아. 그 후로 그 할머니와 구미할머니가 친해졌어.
별아.
때론 이렇게 처음 만나 서로 등을 밀어주고 시원한 우유 한 병 나눌 수도 있는 것이 따뜻한 삶이지.
할머니가 살아온 삶은 그래.
요즘은 누가 주는 음료수 함부로 받아도 안 되고 아무나 아는 척해도 안 되는 무서운 세상이 되었지만 할머니랑 같이 있을 땐 괜찮아. 지난번처럼 '고맙습니다.' 하고 받으면 되지.
별아.
오늘은 눈이 와서 따뜻한 세상이야.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눈사람 만들러 가야겠다.
이제 안녕!
2024. 1월 10일 구미할머니가
카펫썰매타기 준비완료.
할아버지 썰매 밀어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