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팠다. 아파도 너무 아팠다.
이렇게 해봐도 저렇게 해봐도 사라지지 않는 극심한 통증은 아침마다 나의 침대를 초토화시켰다.
베개 넷 쿠션 둘. 그리고 죽부인 닮은 쿠션까지 밤새 아픈 나의 몸에 헌신하느라 여기저기 처박혔다. 매트와 이불은 뭐 말할 것도 없다. 남편은 다른 방으로 피신을 떠났다.
특히 비라도 오는 날이면 난 그냥 시체놀이를 해야 했다. 지나치게 일 중독인 나는 이런 내 모습이 적응이 어려웠다.
나의 병명은 ‘경추 요추 만성 디스크’에 ‘협착증’‘. 그리고 오른쪽 어깨는 ’ 회전근개파열‘이란다.
일주일이면 3.4일은 병원 신세다. 통증클리닉. 한의원. 신경외과.
한 시간씩이나 작은 침대 위에 누워 이리저리 치료를 받았다. 한의사 선생님의 걸쭉한(?) 아니 너무 솔직한 한마디 한마디들.
'늙었음을 인정하란다. 몸 좀 아끼란다. 늙어서 아픈 건 어찌해 줄 수 없으시단다. 천상 어린이집 원장 같단다. 어린이집 원장 냄새가 그냥 풀풀 난단다. 과한 스트레스는 받지 말란다. 종이 한 장도 들면 안 된단다.
살아있을 동안 사용해야 할 에너지와 신체를 과하게 사용했단다. 이제 50대 중반인데 아침이면 뻣뻣한 손가락 발가락을 제대로 펴느라 한 시간은 버둥거려야 하는 내가 안쓰럽단다. 그렇다고 중환자도 아닌 남들이 보기엔 너무나 멀쩡하게 보인다는 것이 더 문제란다.'
컴퓨터는 절대 사용금지 처방이 내려졌다. 컴퓨터로 모든 업무가 이루어지는 직업인데.
눈 마주치기도 두려웠던 첫 진료 날, 그분의 카리스마는 '“녜” “녜”라는 대답만 하게 했다. 지긋지긋한 통증에서 벗어나 보려 선택한 이곳에서 그분과 꽤 많은 솔직한 대화들을 나누게 되었다. 한 시간의 무서운 바늘의 고통에서 자유롭게 할 뿐 아니라, 무어가 가장 나를 위한 것인지 진심으로 바라보게 했다.
베짱이어도 괜찮아.
KBS ’ 아침마당‘에서 ’두 번째 청춘‘이란 제목으로 김 00 강사님이 열변을 토하셨다. 60세부터 90세까지의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통증과 친구 하며 살기로 선택한 친정엄마의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평상시에도 이분의 강의를 통해 많은 동기부여를 받는 터였기에 녹음까지 하면서 들었다..
개미처럼 살아내야 한다는 조기교육 탓에 잠시만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나다. 온몸으로 쉬어달라 사인을 보내는 통증을 한 주먹의 진통제로 무시하고 있었다.
이제야 베짱이로서의 삶도 꼭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슬프게도 오래도록 통증과 친구 하며 살아가야 하는 처지임을 인정했다.
오랜 시간. 많이 아프고 슬퍼하면서 얻어낸 베짱이의 삶이 주는 행복을 찾아가기로 했다.
갈등이 오는 날.
유혹이 오는 날.
아직도 내려놓지 못하고 움켜지고 싶은 날.
이 사람의 진솔한 이야기가 참 의미 있다.
이 여자. 나와 같은 나이. 나랑 닮았다는.
정말 많이 나랑 닮았다. (2017. 06. 일기)
토끼풀 꽃하나를 꺾어 슬그머니 '원장 선생님'하고 불렀다. 아이의 목소리가 상큼한 가을바람처럼 싱그러웠다. 지난 숲 체험 때 만들어 준 꽃반지를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자그마한 팔목 둘레에 토끼풀 꽃팔찌는 너무나 예쁘게 어울렸다. 그리곤 한참 동안이나 토끼풀꽃을 뽑아야 했다.
“저도 해 주세요. 저도요.”
차마 이 아이들과 헤어질 수 없어 갈등 갈등하는 동안 어린이집을 맡을 분이 나타났다. 나는 대표자로만 남기로 했다.
드디어. 드디어. 백수처럼 살아보기로 선택한 거다.
토끼풀 꽃팔찌
낙옆속엔 무어가 있을까? 꽃차 한잔의 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