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제국 2 – 빛의 권력
하늘에는 벌써 빛이 가득했다. 하늘이 땅을 무겁게 짓누르기 시작했고, 더위는 급속히 더해갔다. ...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은 견딜 수 없을 지경이었다. 어느 한순간 우리는 최근에 새로 포장한 길을 지났다. 뜨거운 햇볕에 아스팔트가 녹아 터져 있었다. 발이 그 속에 푹푹 빠졌고, 그러면서 아스팔트의 번쩍거리는 속살이 드러났다.
...
그것은 내가 엄마의 장례를 치르던 그날과 똑같은 태양이었고, 그날처럼 특히 머리가 아팠고, 이마의 모든 핏줄들이 한꺼번에 다 피부 밑에서 펄떡거렸다.
...
그러자 이번에는 아랍인이, 몸을 일으키지는 않은 채 칼을 뽑더니 태양 빛 속에서 나를 향해 쳐들었다. 빛이 강철 위에서 반사되었고, 번쩍하는 긴 칼날 같은 것이 되어 내 이마를 쑤셨다. ... 그 불타는 칼은 내 속눈썹을 쥐어뜯고 고통스러운 두 눈을 후벼 팠다. ... 나의 전 존재가 팽팽하게 긴장했고 나는 손으로 권총을 꽉 그러쥐었다. 방아쇠가 당겨졌고, 권총 손잡이의 매끈한 배가 만져졌다. 그리하여 날카롭고도 귀를 찢는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나는 땀과 태양을 흔들어 털었다.
-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책세상) 중에서
결국 주인공 뫼르소는 방아쇠를 당겼다. 그가 쏜 것은 아랍인이 아니라, 자신을 지겹게 따라다니며 모든 것을 들춰내고 심판하려는 태양이었다.
세상의 질서로 압살하려는 태양을 쏜, 어쩌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었으나, 세상의 법정은 태양의 폭력을 이해할 리 없었다.
감히 태양을 향해 발포한 그에게는 끝없는 회유와 냉혹한 심판만이 기다릴 뿐이었다.
때로 인간이 만든 상식과 합리의 질서는 되려 가장 폭력적인 사슬이 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이전 세대가 정해 놓은 질서를 차마 거부할 수 없었고, 거기에 제 몸을 끼워 맞춰 살아야 했다. 시선은 빛이 비추는 곳을 따라갔고, 머리는 그것을 선이고 정의이며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였다.
내 작은 방
아무리 두꺼운 커튼을 쳐도
무책임한 희망을 주고
그 빛을 억지로 들이미는데
근데 사람들은 몰라
웅크린 넌 개미같이 하찮고
안쓰러워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돋보기 같아서
그 빛이 널 지져 죽인다는 걸
- 매드클라운, <죽지마> 중 -
눈앞의 저 빛!
찬란한 저 빛!
그러나
저건 죽음이다
의심하라
모오든 광명을!
- 유하, 「오징어」 -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빛’은 진실일까?
아니면 더 정교하고 완벽하게 만들어진 그림자일까?
빛의 권력, 이미지의 환영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본다고 말할 수 있을까?
빛은 전체를 비추지 않는다.
무엇을 비추고 무엇을 감출지 선택하는 순간, 빛은 자연 현상이 아니라 권력의 장치가 된다.
때로 우리가 보는 빛은 사물의 본질을 드러내지 않고 이미지의 표면만을 반짝이게 할 뿐이다. 진실을 밝히는 정의가 아니라, 진실을 은폐하는 프레임이 된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은 한편, 빛과 어둠이 서로를 외면한 풍경으로 보인다.
푸른 하늘 아래 어둠에 잠긴 저녁이 공존보다는 단절로, 우리의 인식이 갈라진 자리로 느껴진다.
빛의 제국은 진실의 제국이 아니다.
눈부심의 제국이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도 그 눈부심에
조금씩, 제 눈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은 없다.
오직 해석만 있을 뿐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