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댕의 <한때 아름다웠던 투구 제작자의 아내> Ⅰ

[모리스 메를로-퐁티의 시선] 청동에 ‘살(la Chair)’을 새기다

by 시선
오귀스트 로댕, 「한때 아름다웠던 투구 제작자의 아내(La Belle Heaulmière)」


시간이 그녀의 살결을 지나간다. 자애로운 손길이 아니라, 깊고 거칠게 파고드는 파도처럼.

앙상한 겨울나무 같은 몸둥아리, 홀쭉한 얼굴, 그늘처럼 꺼져버린 뺨, 굽은 어깨와 등, 흘러내린 가슴.

그 어디에도 눈금처럼 정리된 조화, 부패하지 않는 젊음, 고귀한 표정이나 결백한 육체 따윈 없다.


플라톤이 하늘 위의 이데아를 찾을 때, 로댕은 땅바닥에 앉아, 굽은 한 여인의 등어리를 쓰다듬는다.

지금 그녀의 몸에는 싱그러운 젊음 대신, 살 속 깊이 스며든 지난한 시간이 자리하고 있다. 고단한 삶의 흔적, 지워지지 않는 생의 기록이 그 주름진 살 아래 깊이 숨 쉬고 있다.

그녀의 몸은 철학이다.


오귀스트 로댕, 「한때 아름다웠던 투구 제작자의 아내(La Belle Heaulmière)」


로댕은 말한다.

우리가 예술에서 찾아야 할 것은 사진과 같은 진실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진실이라고. 그에게 아름다움은 황금비로 측정되는 외형이 아니라, ‘살(la Chair)’로 측정되는 삶의 시간과 무게, 존재의 결이고 진실인 것이다.


로댕은 거침없이 칼을 댄다.

고전적 아름다움을 해체하고, 그녀가 접속한 세계, 삶의 깊이를 만진다.

청동에 그녀의 ‘’을 새기고, 묵은 시간을 넣어 삶의 진실을 조각한다.




나는 내 몸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몸 자체이다. 살(la Chair)은 감각되고 감각하는 것이며, 시간과 기억이 엮인 존재의 결이다.

- 모리스 메를로-퐁티(1908-1961)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 1908-1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