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메를로-퐁티의 시선] 청동에 ‘살(la Chair)’을 새기다
시간이 그녀의 살결을 지나간다. 자애로운 손길이 아니라, 깊고 거칠게 파고드는 파도처럼.
앙상한 겨울나무 같은 몸둥아리, 홀쭉한 얼굴, 그늘처럼 꺼져버린 뺨, 굽은 어깨와 등, 흘러내린 가슴.
그 어디에도 눈금처럼 정리된 조화, 부패하지 않는 젊음, 고귀한 표정이나 결백한 육체 따윈 없다.
플라톤이 하늘 위의 이데아를 찾을 때, 로댕은 땅바닥에 앉아, 굽은 한 여인의 등어리를 쓰다듬는다.
지금 그녀의 몸에는 싱그러운 젊음 대신, 살 속 깊이 스며든 지난한 시간이 자리하고 있다. 고단한 삶의 흔적, 지워지지 않는 생의 기록이 그 주름진 살 아래 깊이 숨 쉬고 있다.
그녀의 몸은 철학이다.
로댕은 말한다.
우리가 예술에서 찾아야 할 것은 사진과 같은 진실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진실이라고. 그에게 아름다움은 황금비로 측정되는 외형이 아니라, ‘살(la Chair)’로 측정되는 삶의 시간과 무게, 존재의 결이고 진실인 것이다.
로댕은 거침없이 칼을 댄다.
고전적 아름다움을 해체하고, 그녀가 접속한 세계, 삶의 깊이를 만진다.
나는 내 몸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몸 자체이다. 살(la Chair)은 감각되고 감각하는 것이며, 시간과 기억이 엮인 존재의 결이다.
- 모리스 메를로-퐁티(1908-1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