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의 철학] ‘대성당’은 어디에 있는가
서로를 향해 살짝 기운 두 손 사이,
바람이 멎은 자리에 조용히 고요가 내려앉는다.
서로 닿을 듯 닿지 않은 그 사이,
빛과 어둠이 머문 자리에 거룩한 신비가 인다.
이 두 손이 시선을 붙잡고, 침묵 속에 나를 가둔다.
이 손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대성당’이란 작품 이름은 또 뭐란 말인가?
나무에서 내려온 일단의 원숭이 무리가 두발로 걷기 시작한 순간, 앞발은 땅으로부터 해방되었다. 뒷발로 중력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는 대신 앞발은 이제 생존의 무게를 짊어져야 했다. 손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열매를 따고 땅을 파면서도 돌을 맞부딪혀 도구를 만들고 불을 피우는 등... 손을 갖게 된 인류는 새로운 차원의 노동을 시작했다.
나뭇가지 끝을 벼린 창으로 사냥을 했으며, 그날의 기록을 벽에 새기기도 했다. 그리고 두 손으로 사랑하는 이를 껴안았고 죽은 자를 땅에 묻었으며, 그들의 생을 이은 새 생명을 받아냈다. 그렇게 손은 새로운 문명을 꽃피우며 역사를 만들어왔다.
인간에게 손은 최초의 도구이자 언어였으며, 최초의 철학이었다. 존재를 만지고 사유를 새기며, 타자를 인식하는 통로가 되었다.
신께 간절히 기도 드리는 성직자의 손인가, 아니면 성당을 쌓은 노동자의 손인가, 아니면..?
그러나 이 손은 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 마주하고 있는 이 두 손은 서로 다른 두 존재의 것이며, 서로의 만남이다. 손은 더 이상 신체의 일부가 아니라, 타자를 향한 관계의 표현이자 의지인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내미는 떨리는 손이고 고단한 친구를 다독이는 위로이며, 닿을 수 없는 이에게 드리는 기도이다.
“누군가를 향해 내민 손은 더 이상 자신의 출신지인 육체에 속하지 않는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 1875-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