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퉁[大同(대동)] 여행기 1- 윈강석굴[ 雲崗石窟(운강석굴)], 봉림각
함께 온 선생님 가족 중에 특히나 여행을 좋아하고 많이 해 온 가족이 있다. 사모님이 워낙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하는 분이라서 무언가 궁금한 것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움직인다. 그래서 비슷비슷하게 말을 못 하는 우리들 중 가장 중국어가 뛰어나기도 하다. 그 가족이 지난 내몽고 여행에서 탄력을 받아 이제는 여행사를 끼지 않고 우리끼리 여행을 해보자고 제의한 곳이 바로 다퉁[大同(대동)]이었다. 나날이 발전하는 우리의 여행 기술은 다 이 분 덕이다.^^
밴드를 통해 일정을 짜고 그에 따라 들어갈 기본적인 비용 즉, 차 렌트비와 기사님 수고비, 1박 2일 동안 식사 및 간식비 등은 인원수로 나눠 미리 걷었다. 그리고 가족별로 들어가는 비용, 즉 숙박은 정해 둔 호텔을 가족별로 예약했고 여행 도중 필요한 각종 입장료도 가족별로 매표하기로 했다. 그렇게 예상 경비를 뽑아보니 여행사를 통해 가는 비용의 반 정도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즐거운 마음으로 4 가족이 다퉁 여행에 올랐다. 다퉁은 산시성의 제2도시로 석탄도시로 유명한 곳이다. 실제로 이곳 사람들이 석탄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서 많이 부유하단다. 주말이면 우리가 맛집으로 외식하러 가듯 이곳 사람들은 호텔로 가서 외식하고 자고 온단다. 그러한 까닭에 호텔이 다른 지역보다 아주 많다는... 또한 역사상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의 왕조인 북위의 수도였기에(후기에 '뤄양(낙양洛陽)'으로 바뀌었지만) 수많은 관광자원이 남아있다. 위치도 북경과 가깝기 때문에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여행지로 찾는 곳이다. 그래서 차가 많이 막히기 때문에 우리도 아침 7시에 출발을 했다. 가는 중에 일행 중 한 분이신 역사 선생님께서 다퉁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다. 재미있고 명쾌한 설명이었다.(그러나 지금은 이미 다 까먹었다는 이 슬픈 현실....) 설명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제대로 된 원어민의 발음으로 듣는 설명이어서 귀에 쏙쏙 들어왔던 것 같다.^^
처음 찾아간 곳은 윈강석굴[ 雲崗石窟(운강석굴)]이다. 바위 산에 여러 개의 석굴을 파고 그 안에 다양한 불상을 만들어 놓은 곳인데 45 호굴까지 번호가 매겨져 있다. 작은 굴까지 합치면 1천여 개가 넘는다고 하니 자세히 보려면 끝이 없을 듯하다. 그 안이 워낙 넓어서 미니 전기차가 다닌다. 표를 한 번 끊으면 중간에 내렸다가 다시 또 타고 움직일 수 있다. 들어가는 입구는 왠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을 들어가는 분위기가 나기도 했다.
무슨 내용인지는 중국어 까막눈이라 모르겠지만 이곳부터 윈강석굴의 시작이다. 쭉 가다 보면 저렇게 수많은 굴이 있고 그 안에 크든 작든 불상들이 조각되어 있다. 밖으로 드러난 곳의 불상들은 거의 모양이 훼손되어 알아볼 수 없지만 안 쪽 굴로 들어가야 하는 곳의 불상들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정교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떤 불상은 너무나 커서 가까이서 찍으면 하반신 밖에 담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참을 뒤로 가서야 불상 전체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곳의 유명한 굴 안에서는 불상 사진 찍는 것이 대부분 금지되어 있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하긴 사진보다 눈에 담고 오는 여행의 진리이거늘...
어떻게 보면 서양의 고대 도시 모습 같은 느낌이 드는 바위산 석굴의 모습이 매우 이국적이었다. 저기서 왠지 원시인이나 고대 로마인이 나올 것 같은 느낌?^^
이것이 윈강석굴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20번 굴의 노천대불상이다. 이 불상도 매우 커서 한 프레임에 담기 위해서 계속 계속 후진을 했더랬다. 굴 밖으로 불상이 공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존상태가 좋아 보였다. 특히나 미소를 머금고 있는 입꼬리를 보고 있으면 절로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나의 눈에 가장 들어온 불상은 5번 굴의 대불상이다. 불상의 얼굴로 해가 비칠 수 있도록 설계를 해 놓아서 마치 후광이 비치고 있는 듯 환하다. 구멍이 많이 뚫려있었는데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두 눈과 이마 사이에는 아마 보석이 박혀 있었을 듯하다. 석굴로 들어오는 햇빛이 보석에 닿으면 영롱한 빛깔로 반사되며 반짝거리지 않았을까? 우리나라 경주 석굴암에 있는 본존불처럼 말이다. 윈강석굴에서 시작된 중국 석굴이 룽먼석굴[龍門石窟(용문석굴)]로 이어져(실제 룽먼석굴이 있는 곳은 북위의 후기 수도인 뤄양(낙양洛陽)이다) 우리나라의 석굴암까지 이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단다. 정말 이 대불상은 크기도 크기려니와 햇빛을 받아 더욱 너그러워 보이는 부처님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나오는 길에 다시 미니 전기차를 타고 중간에 어디에 내릴까 했지만 말이 안 통하는 관계로 어물쩡 거리다 그냥 출구까지 나오고 말았다.(얼른 중국어를 잘 해야 할 텐데....) 그러고는 그냥 나오기 뭔가 아쉬워 순서가 뒤바뀌긴 했지만 입구에 있는 절에 잠깐 들렀다. 원래 걸어서 윈강석굴을 구경할 때는 이곳을 통과해서 석굴이 있는 곳으로 들어간단다. 그러나 들어가서 자세히 보니 왠지 이곳은 조성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았다. 다들 선생이라는 직업 탓에 이 곳이 어떤 곳인지, 언제 만들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제각각 여기저기 쑤셔대며 찾아봤지만 뭐가 쓰여 있어도 모르겠고 그냥은 더 모르겠고.^^ 우리끼리 여행을 오니까 가이드의 설명을 들을 수 없어서 그런 점은 조금 아쉬웠다.
그리고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찾아간 곳이 봉림각(凤临阁)이다. 다퉁에서 제일 유명한 식당이란다. 기사님께 봉림각으로 가자고 말씀드렸더니 많이 기다려야 할 텐데 하시며 걱정하셨다.
옛 건물들이 모여 있는 다퉁 고성의 한 쪽에 딱 봐도 오래된 듯한 건물이 바로 봉림각이었다. 겉모습도 화려했지만 안으로 들어가자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복잡하고 화려한 공간이 펼쳐졌다. 중국의 음식점들은 대부분 입구는 좁은데 안으로 들어가면 매우 큰 공간이 나와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이다. 우리는 어떻게든 입구를 크게 만들어 안 공간이 크게 보이려고 애를 쓰는 것 같은데.... 처음에는 도대체 왜 그럴까 이해가 안 됐는데 요즘 생각해보니 실속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의 사고 때문인 것 같다. 어쨌든 이곳은 입구도 컸지만 안도 중국스럽게 매우 컸다는 것.
안으로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한참을 기다려야 한단다. 8인 테이블에 앉으려면 3시간을 4인 테이블에 앉으려면 1시간 반을 기다려야 했다. 4인 테이블로 해달라고 하고 의자에 앉아 있었더니 벽면을 가득 채운 부조가 보였다. 이곳 다퉁시의 모습을 조각한 모형이었는데 정말 세밀하고 아름다웠다.
중국어가 안 통해 정확한 내용을 모르겠지만 아마도 브레이크 타임이 있는 듯했다. 아니면 저녁시간이 돼야만 여는 홀이 따로 있는 건지도. 어쨌든 우리는 5시 45분까지 기다렸다가 우리 대기 번호가 불리면 입장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다행히 45분이 되어 번호를 부르자 그다지 오래 기다리지 않아 우리 번호가 불려 식당 안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우리는 먼저 음식을 먹고 나중에 식당 안을 둘러보았는데 손님이 돌아다녀도 아무도 신경 쓰는 사람이 없으니 기다리는 시간에 돌아보면 시간도 잘 가고 좋을 듯싶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다양한 모습의 내부가 드러나 신기했다. 음식점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문화재 관람 같은 느낌? 중간중간에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있는 홀이 있고 그것과 상관없이 여기저기 구경할 거리들이 많이 있었다.
이것은 2층 올라가는 계단 벽에 설치되어 있는 현공사 부조. 우리가 내일 갈 곳이기도 한 곳을 이렇게 먼저 모형으로 볼 수 있었다.
또 가다 보면 이 곳의 주메뉴인 만두를 빚는 모습을 유리창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해 놓았다. 많은 점원들이 만두를 계속해서 빚어내고 있었다. 이 봉림각이 이렇게 유명해진 이유가 바로 저 만두 때문이다. 옛날에 서태후가 서안으로 피신을 하던 중 이 곳에 들러 만두를 먹게 되었다. 그 만두의 맛이 너무 좋아서 그 자리에서 자신의 사용하는 은식기 한 세트를 주방장에게 하사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이 곳의 만두가 천하제일이라고 소문이 났단다.
우리가 먹은 음식들. 샐러드와 함께 나온 호박샐러드? 면처럼 뽑은 호박을 간장소스에 섞어 먹는 것인데 그 아삭아삭한 식감이 정말 좋았다. 호박 나물이나 볶음을 하면 물컹물컹하다고 손도 안대는 우리 딸이 더 없냐고 할 정도로 깔끔하고 식감도 좋은 샐러드였다. 그다음 요리는 중국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기 땅콩조림. 그리고 다퉁의 유명한 요리인 도삭면(刀削面). 도삭면은 밀가루 반죽에 칼을 대고 돌려서 면을 뽑아낸다고 한다. 나는 원래 면 요리는 안 좋아하는데다가 좀 식어 나와서 도삭면은 패스. 그러나 다른 테이블에서는 싹싹 비웠다는. 그리고 겉은 바삭하고 안은 부드럽게 익혀져 정말 맛있었던 탕수완자. 호박 샐러드와 함께 이곳에서 꼭 먹어보길 강추하는 요리다.
드디어 메인인 이곳의 만두, 이름이 백화샤오마이(百花烧麦백화소맥). 아주 얇고 탄력 있는 만두피 안에 육즙을 가득 안고 있는 고기가 들어 있는 만두이다. 돼지, 닭, 소, 양, 오리, 생선 등 아홉 가지 고기가 들어있으며 만두의 윗부분은 꽃의 모습을 본떠 만든 비주얼 적으로도 아름다운 만두다. 안에 들어가는 고기의 종류는 취향에 따라 골라서 시킬 수 있다. 기대가 컸는지 아니면 그전에 나온 음식 때문에 배가 불렀는지 정말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맛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먹어볼 만한 음식이었다.
이 곳 봉림각이 규모와 내부도 훌륭했지만 음식 맛도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맛있어서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또한 이런 휘황찬란한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음식값이 저렴해서 더 행복했다. 우리는 어른 8명에 청소년 4명, 아이들 3명 총 15명이 4개의 테이블에 앉아 먹었는데 800원 조금 넘게 계산한 것 같다. 1인당 60~70원만 잡고 음식을 시켜도 정말 배불리 실컷 먹을 수 있을 듯하다. 왜 이곳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지 알 수 있었다.
열심히 먹고 다퉁 고성 내를 한 바퀴 돈 다음 예약해 놓은 호텔로 갔다. 겉모습으로 봐서는 그냥 평범한 건물이고 워낙 이전 여행들에서 중국 호텔 및 숙소에 대한 기대치가 떨어져 있는 상태라서 생각보다 깨끗한 호텔 로비에서도 별 생각이 없었다. '호와드 존슨 진디 프라자 다퉁'이라는 호텔인데 직원들이 영어를 잘 하지는 않았지만 친절했고 무엇보다 객실이 훌륭했다. 400원 조금 넘는 가격(정확히 확인해보니 438원, 지금 환율로 치면 우리나라 돈 7만 5천 원 정도)에 두 개의 트윈 베드에 3인 조식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시설이 아주 좋지는 않지만 호텔 내 수영장도 있어서 아이들과 수영을 하고 놀 수도 있다. 오랜만에 좋은 호텔에 와 본 우리 딸이 호텔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냐고 물어봐서 한참을 웃었다. 그만큼 객실 자체도 좋았는데 싼 가격까지 따져 본다면 가성비 최고의 호텔인 것 같다. 이 호텔도 강추! 자 이제 만족스럽게 잠자리에 들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