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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마루 Jul 11. 2016

어디까지 타 봤니?

내몽고 여행 2 - 샹사만(响沙灣) 사막

     둘째 날 일정은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미리 준비해 간 컵라면과 밑반찬이 없었더라면 정말 먹을 게 없었을)를 한 후 버스를 타고 4시간 여를 달려 도착한 사막체험이다. 샹사만(향사만响沙灣)은 '여기의 모래는 노래할 줄 안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날이 건조할 때 높은 언덕으로부터 모래알들이 흘러내리면서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가 노래를 부르는 듯하단다. 이름도 참 이쁘다. 우리나라 황사의 시작점으로 알려진 쿠부치 사막의 동쪽 끝에 있는 사막이다.   

이제 버스 4~5시간은 별 거 아니다. 점점 중국스러워지고 있는 우리들.


     사막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케이블카를 타야 한다. 사람들이 별로 없어 기다리지 않고 바로 탈 수 있어서 정말 복이라고 가이드가 너무 좋아했다.(내몽고 현지에서 우리를 안내해 준 가이드는 북경의 여행사와는 달리 일처리도 인간성도 참 괜찮은 분이셨다.) 사람이 많을 때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서만 2시간을 기다린단다.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듬성듬성 보이던 풀들이며 작은 관목들이 어느덧 다 사라지고 눈 앞에는 광활한 사막만이 펼쳐진다.

케이블카 타기 전에는 좁아보며 실망스러웠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광활한 사막이었다.


     사막체험 복장. 여행사에서 나눠 준 저 모자(미안해서 선물로 드린다고 사장님이 말했는데 인터넷 검색해보니 그동안 이 일정에 참가한 모든 팀들이 다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이었음. 아, 다른 사람들에겐 돈 받고 팔았으려나?)가 참 유용했다. 얼굴과 목까지 다 가릴 수 있어서 텃밭 농사에 푹 빠져계신 한국의 할머니들께 보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러나 바람이 불면 모래알이 어떻게든 몸속으로 들어오긴 하더라. 나중에 보니 귀속에도 모래가 있을 정도로.^^     


     우선은 바이킹 배를 본 딴 듯한 모래 위를 달리는 차를 타고 사막 한가운데로 이동을 했다. 그리고는 사막에서 빠질 수 없는 체험. 낙타 타기에 도전했다. 어제 말에 이어 오늘은 낙타. 그러고 보니 기차로부터 시작해서 참으로 다양한 탈거리를 체험하는 이번 여행이다. ^^

     낙타들이 줄 하나로 코가 꿰어져 있어서 맨 앞에 있는 낙타가 앉으면 코가 아파 차례대로 주저앉는다. 그러면 사람들이 한 명씩 낙타 등 위에 올라타고 직원의 신호에 맨 앞의 낙타가 일어나면 또 순서대로 일어난다. 그리고는 사막 한 바퀴(약 10분 정도)를 도는 방식이다. 아무 생각 없이 낙타 체험을 했다만 어디를 가나 인간이 가장 잔인한 동물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하루 종일 같은 곳을 맴돌면서 이 낙타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더군다나 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해 준 얘기를 듣고는 마음이 더 안 좋았다. 칭기즈칸이 죽자 당시 몽골의 풍습에 따라 칸의 무덤은 아무도 모르게 만들어야 했단다. 그러기 위해 시신을 움직이는 도중에 만난 모든 사람들도, 시신을 묻고 난 다음에 그 일에 참여했던 일꾼들도 모두 죽임을 당했다. 또한 무덤이 있다는 표시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해 수많은 말들을 풀어서 그 일대가 평평한 땅이 될 때까지 날뛰게 했다. 그래서 무덤의 위치를 알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도 다시 이 곳을 찾아올 수 없어 사용한 방법이 어미 낙타의 모성애이다. 바로 그 자리에서 어미가 보는 앞에서 새끼 낙타를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것이다. 그 후부터 무덤을 찾아올 때는 그 부근에 와서 그 어미 낙타를 풀어놓는단다. 그러면 어미 낙타가 슬피 울면서 찾아가 멈추는 곳이 바로 칭기즈칸의 무덤이다.


     사막 안에 오아시스가 아니라 수영장이 있다. 아직 물이 차가워서 수영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저 베드에 잠시 누워 물을 바라보고 있으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가이드가 서두르라고 재촉하여 데리고 간 곳에서는 몽골의 결혼 풍습을 극으로 보여주는 공연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얼마 전에 북경서 본 금면왕조 공연에 비하면 아주 소박한 공연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비슷한 결혼 풍습들이 신기하기도 하고(정확하게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신랑과 신랑 친구들이 신부를 데려가기 위해 신부 친구들에게  선물을 주고 하는 장면이 우리나라의 함들이와 비슷한 것 같았다.) 또 세계 어디나 똑같을 딸을 시집보내는 엄마의 마음이 남 일 같지 않아 열심히 보게 됐다.

결국 행복하게 결혼을 했다는 해피엔딩


     알고 보니 이곳은 광활한 사막에 있는 놀이공원 같은 곳이었다. 사막과 관련된 체험들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곳.

집에 와서 꼬깃해진 입장 티켓을 자세히 보니 www.xiangsw.com라는 홈페이지도 있는 복합 레저 단지이다. 그에 맞게 사막 위에 여러 건물(1박에 1인당 2,000원(우리 돈 36만 원 정도) 한다는 호화 호텔도 있다.)들이 있고 그 사이를 이동할 때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탈거리들이 있었다. 우리는 바이킹 차에 이어 꼬마 기차를 타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다음 장소는 바로 사막 놀이의 최고봉 모래썰매 타기.

     나무로 만든 썰매를 가지고 각자 자기 슬라이드 선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차례가 되면 한 명씩 내려오는 방식이다. 위에서 봤을 때 꽤나 높아 살짝 걱정스럽기도 했는데 하나도 무섭지 않고 상쾌하게 탈 수 있었다. 베트남 무이네 사막에 갔을 때는 그냥 비닐포대(?) 같은 걸 아무 능선에서나 탔던 것 같은데 역시나 여기는 레저타운이라고 기업적이다. 수영장 슬라이드처럼 각자 자기 선이 정해져 있어서 사람이 몰리면 꽤나 오래 기다려야 할 듯 싶다. 다행히 우리가 여행한 날(단오절 연휴였음에도 불구하고)은 전반적으로 사람이 적어서 슬라이드 타는 대기시간도 그리 길지 않았다. 내려온 후에는 다들 한 번 더 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한 번 더 타기 위해서는 썰매를 타고 내려온 거리를 다시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발이 푹푹 빠지는 사막 모래 언덕을 말이다.


일행이 모두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모래 장난에 심취해 있었다.


     사막에서 나가기 위해 이번에는 곤돌라에 탑승했다. 이것도 사람이 많을 때는 줄이 엄청나게 길어서 포기해야 한다는데 우리는 별로 기다리는 것 없이 탑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온몸에 가득한 모래알이 땀에 섞여 몸 이곳저곳에 달라붙는 탓에 그다지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여행 일정을 조정해서 사막체험을 먼저 하고 바로 숙소에서 몸을 씻을 수 있게 하고 다음날 초원 체험을 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니 그렇게 된다면 몽고빠오에서 자면서 초원에 뜨는 별들을 볼 수 없어 아쉬울 것 같았다.^^  그래서 이런 불편함도 없이 어찌 사막을 체험할 수 있겠는가 생각하기로 했다. 처음 케이블카 탈 때만 해도 보이는 모습이 베트남 무이네 사막보다 좁아 보여 실망스러웠었는데 그것은 큰 기우였다. 오히려 베트남 무이네 사막이 여기에 비하면 동네 언덕 수준이랄까? 내 인생에 이러한 사막을 언제 다시 보게 될까 싶어 자꾸자꾸 눈에 담고 싶은 곳이었다.


     역시나 돌아오는 기차도 시간에 쫓겨 검색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뛰어가 잡아타야 했다. 아무래도 내 팔자가 중국 기차는 이렇게 조마조마하게 타야 하는 가 보다.^^ 그래도 돌아오는 기차는 4인실이어서 우리 4식구가 함께 탈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4인실은 문이 있어서 아늑하고 우리만의 공간이라는 안락함을 준다. 그리고 옷걸이며, 캐리어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며 가방을 걸 수 있는 고리, 핸드폰을 놓을 수 있는 선반 등 6인실에 비하면 편의시설 완비다.^^


     다음 날 아침 북경에 도착하자 역시나 그놈의 여행사가 문제였다. 역에서 기다린다는 버스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어 헤매는 사이, 우리와 다른 팀에게는 버스가 기다린다는 말도 전하지 않아서 각자 알아서 가 버리고. 여행사를 도와주기 위해 오신 여자분 아니었음 우리는 북경역에서 또 몇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알게 된 놀라운 사실에 우리는 혀를 내둘렀다. 다른 팀 여행객 중에 여행사 직원이 있었단다. 그런데 누구도 그 여자가 여행사 직원인 줄 몰랐다는 사실. 난 우리가 헤매고 있을 때 그 여자가 홀연히 나타나서 전화도 걸고 다른 중국인들에게 물어도 보고 하길래 중국말 잘 하는 고마운 여행객인 줄 알았다는...... 너무 고마워서 인사까지 할  뻔했다. 여행사 직원으로 출장을 왔으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뭔가를 하지 않고(하다 못해 여행사에서 준비한 김치를 나눠 준다든지....)  자기도 여행객처럼 유유히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와, 놀라워라! 이건 아주 여행객이 알아채지 못하게 일을 하는 것인가(아니 안 하는 건가...)? 아님 여행객들을 강하게 키우자는 것인가? 정말 사장님도 직원도 놀라운 여행사였다.^^


둘째 딸과 함께 세어 본 이번 여행의 탈것들,
버스, 기차, 말, 케이블카, 바이킹(?) 카, 낙타, 꼬마기차, 모래썰매, 곤돌라.
넌 어디까지 타 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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