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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마루 Sep 05. 2016

파란만장 좌충우돌 윈난 여행기 - 쿤밍(昆明, 곤명)

3 - 여행이 아닌 극기훈련의 시작?

   여행 3일 차부터는 비행기표 처리를 완료한 신랑과 한국에서 들어온 사촌 조카까지 5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5명은 이동하기에 그리 편한 인원수는 아니다. 택시를 타려면 2대를 불러야 하고 버스 좌석도 1명이 떨어져 앉아야 하는 그런 사소한 불편들이 있다. 특히나 말이 안 통하는 상태에서 택시를 2대로 나눠 타면 서로 다른 곳으로 가 있지는 않을까 가는 내내 불안하다. 아니나 다를까? 서산룽먼(西山龍門, 서산용문)을 가기 위해 나눠 탄 택시에서 자꾸 기사 아저씨가 우리에게 뭐라고 말을 하더니 급기야 고가도로 위에서 차를 세웠다. 택시에는 나와 큰 딸 달랑 둘이 있었는데. 자꾸 우리 일행에 대해 뭐라고 묻는다. 벌써 머리 속은 백지장. 내가 잘 못 알아듣는 것 같자 전화기를 가리키면서 전화를 하란다. 그래서 신랑한테 전화를 해서 기사 아저씨를 바꿔줬다. 그러니 기사 아저씨가 중국어로 뭐라고 장황하게 통화를 한다. 이럴 리가 없는데... 울 신랑이 갑자기 중국어에 통달했나? 알고 봤더니 신랑이 탄 택시의 기사님과 통화를 했단다. 서산용문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타는 곳이 2군데가 있어 어디로 갈 것인지 그쪽 택시기사님과 상의를 한 것이다. 택시 탈 때 일행이 있는 것을 보고는 서로 다른 곳에 내릴까 걱정이 되어서 가던 길도 멈추고 전화를 하라고 한 것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잠깐 나쁜 아저씨로 오해한 내가 정말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몇 달 중국에 살다 보니 중국에도 착한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고. 사람의 선악이 그저 사람 개개인의 특성인 것이지 중국 전체의 특성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한국에도 사기 치는 사람도 있고 황당하게 바가지를 씌우는 사람들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말이 안 통해 상대방 행동의 의미를 알 수가 없으니 매번 의심이 먼저 가기는 한다. 그래서 얼른 중국어를 잘할 수 있도록 공부해야 하는데 그놈의 공부란 게 나이가 드니 더 하기 싫어진다.^^


케이블카 타고 가다 발견한 암벽등반 중인 여성. 정말 대단하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서 쿤밍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어서 참 좋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입구를 따라 들어가면 또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올라가서는 또 전기차를 이용하게 해 놨다. 물론 다 요금을 따로 받는다. 케이블카 비, 리프트 비, 올라가는 전기차 비, 내려오는 전기차 비. 중국은 어떻게 해서든지 일거리를 나눠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가질 수 있게 해 놓은 것 같다. 우리나라 같으면 갈아타는 불편 없이 그냥 한 번에 관광지를 다 돌 수 있게 해 놓았을 텐데... 어쨌든 그래서 우리는 돈을 더 내야 하고. 물론 걸어서도 갈 수 있지만 웬만한 관광지는 다들 무척 넓어서 걷기만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래서 관광지에서 우리는 항상 고민했다. 들어갈 때 타는 게 편할까? 나올 때 타는 게 편할까?^^

이 곳이 용문. 자세히 보면 용문이란 글자 밑에 여의주가 있다. 이 곳에 손을 대고 사진을 찍는 것이 중국인들의 베스트 포토!

   용이 승천하는 형상 본 따 만들었다는 용문은 만들어진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단다. 산 위에 누각을 짓고 절벽에 나 있는 길과 석굴을 연결하여 길을 내고. 정말 엉뚱한 짓 같지만 그런 일을 한 아버지와 아들(양루탄, 양지타이 부자)이 있어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내려가는 길은 석굴 내의 계단과 절벽에 나 있는 길로 이루어져 있었다. 내려가면서 석굴이 신기하여 이것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일까 인공적으로 만든 것일까 우리끼리 마구 떠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만든 것이야요!'하는 대답이 들렸다. 중국인들 속에 한국인 아주머니가 섞여 계셨던 것이다. 중국에 오래 사셨는지 이 곳에 대해 잘 알고 계신 것 같았다. 여기서 새로 생긴 버릇이 있는데 상대방이 못 알아들을 거라 생각하고 혼잣말 같은 걸 그냥 큰 소리로 해버리는 거다. 열에 아홉은 못 알아듣지만 가끔 한국인이 알아들을 때면 땀이 삐질!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되돌아와서 그 옆에 있는 윈난민족촌(云南民族村, 운남민족촌)으로 향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민속촌 같은 곳인데 중국에는 워낙 민족들이 많으니 다양한 소수민족 마을로 형성되어 있어 민족촌이다. 이곳에는 이[彝], 바이[白], 다이[傣], 먀오[苗], 징포[景颇], 와[佤], 하니[哈尼], 나시[纳西], 리쑤[傈僳], 두룽[独龙] 등 26개 소수민족이 마을을 형성하여 거주하고 있단다.

점심을 시키기 위해 찍은 메뉴판. 메뉴의 이름을 모르니 사진을 찍어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주문하는 중국어 초짜들.


어느 곳에서나 강강수월래는 모두 하나 되기 딱 좋은 춤이다.

 

   이 곳에 들어가면 '우와 넓다!' 이 생각밖에 안 든다. 다양한 소수민족 마을을 하나씩 자세히 보려면 하루 종일로도 안 되겠다 싶다. 그래서 먼저 점심을 먹고 보고 싶은 민족들 위주로 얼른 돌기로 했다. 소수민족 공연이 있는 곳 위주로 돌아도 한참이다. 각 민족별로 민족 특성이 드러나는 건물이 몇 채 서 있는 마을에서 전통 복장을 하고서는 전통 춤과 노래 등으로 공연을 한다. 공연이라는 게 엄청나게 화려하고 잘 갖춰진 것은 아니었지만 소소하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묘족 낚시 놀이에 푹 빠진 일행들. 런닝맨에서 게임으로 봤던 것 같은데 낚싯대 줄 끝에 약간 구부러져 있는 못이 매달려 있다. 그것을 병 입구에 잘 조준해서 집어넣은 후 살살 들어 올리면 병 주둥이에 못이 걸려 병이 들리는 원리이다. 어쩜 이렇게 소소한 체험을 하게 만들어 놓은 것도 우리나라 민속촌 하고 비슷할까.


   이렇게 오전, 오후 2곳의 관광지를 돌고 숙소에 돌아오면 몸은 녹초가 된다. 중국 자체가 워낙 넓으니 집에 있을 때도 그냥 왕징만 좀 돌아다닌다 싶으면 만보 걷기는 식은 죽 먹기였었다. 이렇게 돌아다니고 난 후 미밴드를 보면 걸음수가 3만보 가까이 된다. 그러니 오후에 가는 곳은 체력적으로 힘들어지기 시작하면서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웬만한 것을 봐도 그냥 흥. 어디 가서 좀 쉬었으면 좋으련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랑은 본인이 체력이 뒤받침 하는 한, 다들 구경하는 게 좋은 줄 알고 우리들을 끌고 다닌다. 아, 여행 첫 도시에서 벌써 체력이 다 떨어져 방전되기 일보 직전이다. T.T


  여행 4일 차도 만만치 않은 일정이다. 오전에 간 곳은 주샹동굴(九鄕洞窟, 구향동굴)이다. 구향동굴은 길이가 3000m가 넘고 옥주동, 백옥동 등 크고 작은 방이 1000개 이상 있단다. 관람권을 끊고 들어가서 협곡관광삭도(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야 동굴 내부로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저렇게 엄청난 물이 흐르는 계곡을 끼고 걷다 보면 비로소 동굴이 나타난다. 동굴 안에는 석회동굴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석순과 종유석 들이 가득하다. 우리나라 동굴에서도 보았다마는 여기는 크기와 규모로 압도한다.


   왜 동굴 내부는 이렇게 알록달록한 색색깔의 조명을 밝혀 놓는지 모르겠다. 꼭 귀신의 집이나 무당 집 같은 분위기라서 매번 궁금하다.

사자를 닮은 바위.

   동굴 안에 없는 게 없다. 저렇게 큰 폭포도 있다. 그리고 매점과 휴식 공간도 있다. 동굴 안에서 동굴음악회가 열린 적도 있고 소수민족인 이족(彛族)이 공연하는 동굴 공연장도 있단다. 그리고 동굴 끝부분에는 인력거 꾼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걷는 데도 한참 걸렸는데 인력거꾼이 대기하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남은 길은 '죽음'이라는 뜻이다. T.T

   가장 신기하고 예뻐 보였던 계단식 논 모양의 신전(神田)이다. 자연적으로 형성되었다는데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아름답다. 누가 미리 생각해서 스케치하고 만든 것도 아닌데 어쩜 저리 잘 어우러지게 생겨났을까? 또한 얼마나 오랜 시간들이 저것들을 하나하나 만들어냈을까?

   그러고 나서 오르막 계단을 힘들게 올라 동굴 밖으로 나왔건만 되돌아가는 리프트를 타는 줄이 장난 아니게 길다. 그래도, 줄이 아무리 길어도, 기다려서 타고 가고 싶더구먼. 울 신랑, 걸어가잔다. 지도 상으로 별로 안 되는 거리라나... 지도상 별로 안 되는 길이어도 걸어보니 산 하나를 건너야 하는 길이었다.(이런 사기꾼 같으니...) 아, 정말 지친다. 그래도 오늘은 미리 예약한 빵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대중교통 탈 걱정은 안 해도 되는 걸 위안으로 삼아야 하나 싶다.


   오후에 간 곳은 윈난스린(云南石林, 운남석림)이다. 카르스트 지형 때문에 형성된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돌 숲이다. 원래 바다였던 이 곳이 육지가 되면서 석회암들이 드러나게 되었고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지금의 날카로운 모습을 갖게 되었단다. 우선 들어가면 돌 숲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엄청나게 큰 호수가 보인다. 이 곳의 규모는 어마어마(총면적 350㎢)해서 숲과 숲 사이를 움직일 때는 그 안에서 움직이는 전기차를 타고(절대로 걸을 수 없는 규모임) 움직여야 한다. 제대로 자세히 구경하려면 3시간 이상을 잡아야 한단다.(내가 보기엔 하루 종일 걸릴 것 같다.)

   우리는 여러 개의 숲 중 가장 유명하다는 대석림과 소석림 위주로 구경하기로 하고 돌아다녔는데 그곳만 돌아다니기에도 벅찼다. 대석림은 돌들의 규모가 워낙 크고 높아서 장엄하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었고 소석림은 그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푸른 나무와 풀들과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잘 가꿔진 정원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높이가 작은 것은 5m, 높은 것은 30m가 넘는다는 기암괴석들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장관이기는 하다만... 오전부터 너무 힘들었단 말이다. 한국서 온 조카도 중국의 관광지는 조금 축소를 해 놓았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이 곳 쿤밍에서는 3일의 일정 동안 '취호공원-서산용문-윈난민족촌-구향동굴-석림'을 돌아봤다. 쿤밍이 넓기도 하고 또 이곳의 관광지들이 워낙 대규모를 자랑하고 있어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이번 여행기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이 힘들다는 말인 것 같다.^^) 쿤밍이라는 도시 자체만을 관광한다면 우리가 갔던 곳 모두 추천하겠지만 나중에 따리나 리장 여행이 계획되어 있다면 서산용문이나 윈난민족촌은 그냥 넘어가도 될 듯하다. 다른 도시에서 더 큰 감동으로 대체할 만한 관광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처럼 굳이 3일 정도까지 머무를 필요는 없을 듯싶다. 2일 정도 머무르면서 정보를 얻고(비록 우리는 실패했지만) 다른 도시로 떠나는 일정을 추천한다. 윈난성의 성도이자 우리 여행의 출발지인 쿤밍, 마냥 좋지만은 않았던 추억들과 함께 정리하며 리장으로 가는 밤기차를 타기 위해 쿤밍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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